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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노무현-한나라당, 대연정하라"

보수진영 먼저 '대연정론' 점화, '선거구제 개편'시 盧 수용할 수도

보수논객인 문창극 <중앙일보> 주필이 5.31지방선거에서의 한나라당 압승을 전망하며, 노무현대통령에 대해 한나라당에게 다시 '대연정'을 제안하고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하라고 조언하고 나섰다.

사실상의 '정권 인수론'으로, 보수진영이 생각하고 있는 '포스트 5.31 구상'의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대통령이 대연정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어온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을 한나라당이 수용할 경우 5.31지방선거후 '노무현-한나라당 대연정'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문창극 "노무현-한나라당 대연정하라"

문주필은 지방선거 하루 전날인 30일 '시험대 다시 오른 한나라당'이란 칼럼을 통해 이같은 '노무현-한나라당 대연정론'을 폈다.

문주필은 "지방선거가 싱겁게 막을 내리고 있다.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열린우리당은 싹쓸이만 막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여론 지도를 보면 지금 이 정권은 고립된 섬이다. 나라 전체가 한나라당의 상징인 파란색이고 한두 곳만 외롭게 파란색에 갇혀 있다. 지금까지 20%대의 지지율에서 머물던 한나라당이 50%에 근접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5.31선거 압승을 낙관했다.

문주필은 이번 승리를 차기 대선에서의 승리로 이어가기 위해선 한나라당이 앞으로 '여당의 책임감'을 갖고 국정운영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야당인데 무슨 힘이 있느냐'고 이제는 말할 수 없다"며 "이번 선거가 지방선거이니 망정이지 실제는 정권이 교체돼야 할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야당이지만 이후는 여당의 책임을 느껴야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문주필은 "이 정권은 이미 국민의 지지를 잃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추진력을 끌어내기 힘들다. 벌써 친노, 반노로 갈라져 사분오열되고 있다. 그렇다고 남은 1년 반의 임기를 무정부 상태로 방치할 수는 없다"며 "나라가 더 이상 망가지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뒤, 본격적으로 '대연정론'을 폈다.

문주필은 "그러기 위해서는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도와주어야 한다. 나라에 꼭 필요한 일이라면 대선의 유.불리를 떠나 도와야 한다"며 "이 정권 임기 내에 결판이 나야 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그 예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도 한.미 FTA에 찬성하고 있는만큼 노대통령을 적극 도와 FTA가 체결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주필은 "노 대통령의 남은 임기에 도울 것은 돕고, 막을 것은 막으려면 한나라당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이 기회주의적 처신으로는 안 된다"며 "북한에 줄 수 있는 것과 안 되는 것은 뭔지, 강남 때리기를 반대한다면 부동산 정책 대안은 무엇인지, 평준화 교육이 문제라면 새 제도는 어떤 것인지,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길은 무엇인지, 이런 모든 문제에 대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주필은 결론적으로 "한나라당이 이런 자신이 있다면 1년 전 노 대통령이 제의했던 대연정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노 대통령도 이제는 마무리를 해야 할 때가 왔다. 지금쯤 '정파를 초월한 대통령'을 선언하고 야당에 대연정을 제의하는 것이 옳다"며 '노무현-한나라당 대연정'을 주장했다.

그는 "국민은 여야에 관심없다"고 주장하며 "나라의 위기에 지도자들이 힘을 합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지난해 9월7일 청와대에서 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당시 박대표는 노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일축했다. ⓒ연합뉴스


1년전과 1년후

대표적인 보수논객 중 한명인 문주필의 '노무현-한나라당 대연정론'은 보수진영이 생각하고 있는 '포스트 5.31' 구상의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1년전 노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문주필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펄쩍 뛰며 이에 반대했었다. 노대통령의 '술수'에 휘말려 한나라당이 풍비박산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해 9월7일 노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대연정 제안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로부터 1년뒤 이번에는 보수진영이 먼저 노대통령에게 '대연정'을 제안하고 나서기에 이른 것이다. 5.31선거를 통해 노대통령이 고립무원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노대통령이 앞으로 사실상 '식물대통령'이 될 게 확실한만큼 대연정 형식을 빌어 정권을 조기인수하자는 속내다. 여기에는 노대통령과의 연정을 통해 차기대선에서의 노대통령의 '정권 재창출' 시도를 원천봉쇄하자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은 문제는 노대통령의 대응이다. 노대통령은 지난해 '지역구도 타파'를 명분으로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는 차별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도 했다. "내 제안을 받지 않으면 앞으로 한나라당이 후회할 것"이라는 엄포도 놨다.

당시 노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은 지지층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고, 특히 호남표 이탈의 결정적 단초를 제공했다. 노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얻은 건 없고 잔뜩 잃기만 한 '손해본 게임'이다.

하지만 1년 뒤 이번에는 보수진영에서 먼저 '대연정'이 나왔다. 노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1년 전에 뿌린 씨앗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상황변화다.

노대통령의 '명분'과 '실리'

노대통령의 선택은 무엇일까.

청와대는 지금 5.31후 몰아칠 '대통령 책임론'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얼마 전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 5.31 참패의 '제1 책임자'가 노대통령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온 데 대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 노대통령 핵심측근인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가 '정동영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도, 이런 기류를 반전시키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물밑에서는 노대통령 신임을 묻기 위한 '국민투표', 민심전환용 '전면개각', 노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 등 여러가지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보수진영에서 제기된 '대연정론'은 노대통령에게 진지한 검토대상이 될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때 노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명분'과 '실리'다. '명분'없는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은 사실상의 '백기투항'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리'없는 대연정 역시 친노정치세력의 이탈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이 원하는 '명분'과 '실리'는 무엇일까. 바로 1년 전 노대통령이 대연정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일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할 경우 재임기간 중 지역구도를 타파했다는 '명분'을 얻는 동시에, 퇴임후에도 중대선거구제하에서 일정 의석을 차지할 친노세력의 방어를 받을 수 있는 '실리'도 챙길 수 있다.

과연 노대통령이 헌정사상 초유의 '임기말 대연정'을 할 것인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박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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