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위대한 거목' 이종욱 사무총장 쓰러지다

평생 '지구촌 빈곤환자' 돌봐. 소아마비, AI 퇴치하다 과로사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WHO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22일(현지시간) 사망했다. 평생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헌신해온 '위대한 거목'의 너무나 안타까운 타계다.

연례총회 준비 중 쓰러져...‘소리없는 천둥’ WHO 개혁에 앞장서

이 총장은 지난 20일 연례총회(22∼27일) 준비 도중 과로로 쓰러져 스위스 제네바 칸톤 주의 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 총장은 곧바로 뇌 혈전 제거 수술을 받았으며 한때 호전 기미를 보였으나 결국 회복하지 못한 채 운명했다. 향년 61세.

22일 주제네바 대표부와 WHO 총회에 참석중인 한국대표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총장은 지난 21일 수술 이후 의식을 찾지 못한 채 22일 오전 8시(현지시간) 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해 AI 예방의 중요성을 역설하던 생전의 이종욱 WHO 사무총장. ⓒ 김홍국 기자


이들 관계자는 제네바 칸톤 병원에서 부인 가라부키 레이코 여사와 동생 이종구 교수가 고인의 임종을 지켜봤으며, 세계보건기구(WHO)가 곧 이 총장의 사망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던 아들은 뒤늦게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서울의 친지에게 임종이 임박했음을 통보했고 이를 전해들은 모교인 서울대 의대 동문회가 조문단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낳은 '위대한 거목'

이 총장은 WHO에서 질병예방관리국장, 제네바본부국장, 백신면역국국장 등을 거친 뒤 탁월한 학식과 풍부한 현장 및 국제기구 경험으로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WHO는 1백92개 회원국을 가진 연간 예산 22억달러(약 2조6천4백억원), 전문 직원 5천여명에 이르는 유엔 산하 최대 국제기구로 이 총장은 취임 후 에이즈와 결핵 등 질병의 퇴치와 예방, 세계 각국의 보건통계 및 보건의료 행정 지원 등 세계인의 건강과 복지관련 일을 도맡아 총괄했다.

세계언론이 ‘소리 없는 천둥’이라고 부를 정도로 강한 추진력으로 WHO 개혁 및 전 세계 보건·개발분야의 현안을 적극 추진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등 탁월한 능력으로 연임이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총장은 지난 2003년 1월 총장 선거에서 7차례의 표결을 거치는 접전 끝에 승리하고 5월 총회에서 인준을 받은 뒤 7월부터 사무총장으로 재임해왔다.

이 총장은 한국인으로서 유엔 산하 기구에서 최초의 수장에 오른 데다 1988년부터 10년간 WHO 사무총장을 역임한 일본의 나카지마 히로시 씨에 이어 아시아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WHO 사무총장에 올라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한국 최초의 유엔기구 수장인 이총장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 김홍국 기자


소아마비 퇴치, 조류인플루엔자 예방에 헌신

이총장은 특히 에이즈, 조류인플루엔자, 소아마비 등 개도국에 많은 질병을 퇴치하는 데 앞장서면서 한동안 침체에 빠지며 관료주의가 만연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WHO의 개혁에 나서며 WHO의 위상을 높여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총장이 특히 주목을 받아온 분야는 소아마비 박멸. WHO에서 94년부터 98년까지 5년간 백신국장을 지낸 이총장이 가장 큰 애정을 갖고 일해온 소아마비 퇴치는 그동안 큰 성과를 보여왔고, 이총장의 백신 특별프로그램으로 소아마비 유병률이 1만명당 1명으로 떨어지자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카>는 그를 "백신의 황제"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이총장은 지난해부터는 조류인플루엔자(AI) 퇴치에 힘을 쏟아왔다. 이총장은 올초 방한 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때 전 세계에서 7백명이 숨졌지만, AI는 사스에 비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백신 개발, 치료약 비축, 방역대책 등을 통해 특히 개도국의 AI 퇴치에 힘을 쏟아왔고, 북한에 대해서도 평양의 WHO 대표부를 통해 조류독감 예방 및 치료에 큰 힘을 보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이 총장은 WHO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금연운동을 주도하면서 모든 술집을 금연구역화한 아일랜드, 모든 술집에서 금연을 실시한 스코틀랜드 등을 모범 사례로 삼아 지구상에서의 흡연을 줄이는 운동을 적극 추진해왔다.

대학 재학시절 한센병 환자 봉사 시작으로 빈곤환자 봉사에 헌신

서울 경복고를 나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하와이주립대 대학원에서 공중보건학을 전공한 그는 평생을 의료봉사활동과 개도국 및 후진국 등 소외된 이웃의 보건과 건강 향상에 힘을 기울여왔다.

특히 이 총장은 서울대 의대 재학 시절 경기 안양시 나자로 마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봤고, 이곳에서 가톨릭 신자로 봉사활동차 한국을 찾은 동갑내기 일본인 레이코씨를 만나 결혼했다.

1976년 대학 졸업 뒤에는 개업을 하지 않고 부부가 함께 태평양 피지로 날아간 뒤 빈곤환자에 대한 봉사활동에 헌신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WHO와의 인연을 맺은 것은 1983년 피지에서 WHO 남태평양지역 사무처 나병퇴치팀장으로 근무하면서부터였다.

이후 WHO 남태평양지역 사무처 질병예방관리국장, 예방백신사업국장, 정보화담당팀장 등을 거쳐 결핵관리국장으로 있으면서 2003년 1월말 7차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마침내 WHO 사무총장 자리에 올랐다.
김홍국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25 22
    여자라서 햄볶아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