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소속된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와타나베 쓰네오(81) 구단회장이 요미우리가 주니치 드래곤즈에게 내리 3연패하며 일본시리즈 진출이 좌절된 직후 "요미우리의 외국인 선수 보강은 완전히 실패했다. 크로마티, 로즈, 페타지니 등을 제외하고 모두 실패했다"며 사실상 이승엽도 실패한 영입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한국팬들의 분노가 거세다.
<스포츠호치>와 <스포츠닛폰> 등 일본 현지 언론은 지난 23일 일제히 와타나베 회장의 발언을 대서특필했다.
이들 언론들은 동시에 주니치의 타이론 우즈(3홈런 5타점)와 이승엽(0홈런 0타점)의 활약내용을 비교하며 요미우리의 결정적 패인중의 하나가 '4번타자 싸움에서의 패배'임을 지적하며 우회적으로 이승엽을 비판했다.
이같은 보도를 접한 국내팬들은 와타나베 회장에 대한 비난과 이승엽에 대한 응원의 댓글을 쏟아냈다.
팬들은 각 포탈사이트에 "이승엽만은 잡아야 한다고 호들갑 떤 게 엊그제 같은데..." 또는 "부상까지 참아가면서 시즌을 끝까지 마친 투혼은 보이지 않는가"라며 와타나베 회장을 힐난했다. 시즌 내내 손가락이 곪아들어가는 부상을 감내해가며 팀의 센트럴리그 우승에 끝까지 기여한 이승엽의 활약을 도외시한채 오직 포스트시즌에서의 부진만을 놓고 무책임한 비판을 가하는 것은 구단의 회장이 할 소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개중에는 "차라리 요미우리를 떠나 미국으로 가라"고 이승엽의 메이저리그행을 권유하는 팬들도 있었다.
와타나베 회장의 비판발언으로 입지가 불안해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 ⓒ연합뉴스 이승엽의 올시즌 활약은 선수 개인기록만 놓고 볼 때 지난 시즌에 못미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팀 전체를 놓고 보면 요미우리가 올시즌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하는데 이승엽의 존재는 큰 힘이 됐고, 시즌 막판 2-3 경기에서는 이승엽의 활약이 요미우리의 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또한 포스트시즌에 이승엽이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나 이승엽 이외 모든 요미우리 선수들도 함께 부진했다.
현재 일본 주요 언론들은 "요미우리가 내년 시즌을 대비해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강타자 알렉스 라미레스와, 주니치 출신 선수로서 올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후쿠도메 고스케를 영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일찌감치 일본잔류를 선언한 이승엽 입장에서는 자칫 다음 시즌에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도 있는 처지에 놓인 셈.
일본시리즈 진출실패와 손가락 부상치료를 위한 수술, 여기에다 평소 강한 신뢰감을 보여줬던 와타나베 회장의 비판까지 더해져 이승엽의 가을은 이래저래 쓸쓸하고, 이를 지켜보는 팬들의 심경은 착잡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