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 쾌거. "제조업국가의 벽 돌파"
고은-황석영이 못이룬 '벽' 돌파. 한국의 한계 돌파에 청신호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아무도 예상 못한 것이어서 한국이 제조업 강국에서 콘텐츠 강국으로 점프했음을 보여주는 쾌거로 해석된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며"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림원은 이어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면서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강이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작 장편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2021년작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국 현대사의 깊은 어둠과 상처를 소설로 형상화한 것을 높게 평가한 것. 고은, 황석영 등 노벨문학상의 단골 후보였던 선배 작가들과의 차별성을 지적한 셈이다.
한강은 앞서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맨부커상에서 영연방 이외 지역 작가에게 주는 인터내셔널 부문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면서 향후 노벨문학상 유력후보로 거론됐으나, 맨부커상 수상후 10년도 안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국제적으로 전례가 없는 '깜짝 선정'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오징어게임>으로 넥플릭스를 점령하고, 방탄소년단의 K-팝 돌풍 등 한국 콘텐츠 산업이 글로벌 빅히트를 기록한 데 힘입은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한국이 제조업국가의 한계를 넘어 콘덴츠 국가로 도약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청신호이기도 하다. 이는 종전의 일본, 독일 등 제조업강국들이 돌파하지 못했던 '벽'이다.
AP통신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대해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반영해준다"며 앞서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상을 받았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도 성공을 거뒀으며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K팝 그룹도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강은 1970년 11월 전라남도 광주에서 중견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태어난 그는 이후 서울로 올라와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 <소년이 온다><작별하지 않는다><채식주의자> 등의 대표작과 함께 >여수의 사랑><내 여자의 열매><그대의 차가운 손><검은 사슴><바람이 분다 가라><희랍어 시간> 등의 역작을 남겼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100만 크로나(약 13억4천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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