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난항. '반윤반명'이냐 '반윤'이냐

이준석은 '반윤' 고집. 제3지대 흩어져 각개 약진 양상

2023-11-21 09: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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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책 변호사는 20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행보에 대해 "이준석은 '반윤석열' 앞자리에 서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맞는 분석이다.

제3지대 신당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예상했던 일이나 갈수록 응집력이 약해지는 모양새다. 원인은 여러가지겠으나, 근원은 '반윤반명'이냐 '반윤'이냐는 근본노선의 차이다.

'반윤반명', 즉 '반윤석열 반이재명'은 제3지대 논의의 출발점이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무당파가 '3: 3: 3'으로 쪼개져 있는 상황에서 거대 양당, 더 구체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에게 정치적 혐오감을 느끼는 무당파의 지지를 얻으면 총선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한국의희망 양향자 의원, 정치혁신포럼의 정태근 공동대표, 정의당 세번째권력 조성주 공동위원장 등 5인이 지난 7일 '금요연석회의'를 출범시키며 제3지대 논의에 불을 붙였을 때만 해도 '반윤반명'에는 이견이 전혀 없어보였다.

그러던 것이 이준석 전 대표가 논의에 합류하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김종인-금태섭-이준석 3자회동이 10일 있었다. 당초 이상민 의원이 합류하기로 했으나 빠졌다. 비명계의 강한 '안티 이준석' 정서 때문이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비명계까지 논의할 필요는 없다"고 차갑게 선을 그었다.

문제는 이준석 전 대표가 금태섭 대표를 "상투적"이라고 폄하했다는 사실이다. "지난번에는 어른 모시고 만나니까 샤부샤부 먹은 거밖에 기억 안 난다"며 "샤부샤부 맛있다 정도"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자신이 제3신당을 주도하겠다는 인상을 짙게 풍겼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 원인은 이 전 대표의 '복수혈전'이다. 이 전 대표를 만난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국민의힘에 대한 복수정당의 성격이 강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가 그간 국민의힘에서 당한 것을 돌이켜보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반이재명'과 거리가 멀다. MZ세대의 거센 반발을 산 민주당 '청년비하 현수막'에 대한 그의 대응이 대표적 방증이다. 그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좀 안타까운 논란이지만 그래도 전국적으로 게시 되기 전에 발견된 건 다행일 것"이라며 "그 업체는 다시 안 써야죠. 그게 중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의 '업체 탓'을 두둔하고 나선 모양새다. 청년을 대변한다고 자처해온 그답지 않은 대응이다.

이 전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친명의 환호를 받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반윤 200석'을 확보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자는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이준석 신당이든 조국 신당이든 나쁘지 않다"며 이준석 신당에 대단히 호의적이다. 친명들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반윤' 자매정당들과 손잡고 윤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유사시 탄핵까지도 추진하자는 게 이들의 속내다.

이렇다 보니, 제3지대 논의는 난항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이상민 의원은 국민의힘 합류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고, 양향자 대표도 국민의힘 고위층이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연대를 제안해왔다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노골적으로 "슈퍼 빅텐트"를 제안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제3지대의 출발점이었던 '반윤반명'이 희석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론 아직 총선까지는 시간이 많다. 선거일 직전에도 '헤쳐 모여', 합종연횡이 빈발했던 게 한국 정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3지대를 바라보는 무당파의 시선은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상민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가 하는 거에 대해서 믿음을 별로 주는 것 같지도 않고 금태섭, 양향자도 마찬가지고, 민주당도 비명계가 말하자면 각각 각각 하는 거에 대해서 그것 갖고 되겠어, 흔히들 대선후보급 뭐 또는 지역적 기반 이런 걸 얘기하지만 그것도 필요하겠다. 그런데 하여간 뭔가 다 신당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민심이 선뜻 마음이 안 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을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민심의 파도를 타지 못하면, 제3신당은 한낱 물거품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경고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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