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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순 "북-미 제네바 합의는 대단한 합의"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및 동북아 국제질서 유리하게 짜야"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겸 북한연구센터장은 7일 연구소가 발행하는 <세종논평>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제네바 북미 실무그룹회의와 관련, "북핵문제 해결과 북미관계정상화를 이룩하기 위한 중요 장애물들을 올해말까지 완전 제거하기로 하였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는 2.13합의 이행의 완결에 거의 다가선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대단한 합의"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체제의 특성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시만 하면 금년 말까지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하고 모든 현존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미국도 부시 대통령이 결단만 내리면 의회 지도자들에게 통보해 협력을 구하는 방식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교역법에 따른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고 향후 북-미관계 급진전을 전망했다.

그는 "이번 9월 중에 6자회담 본회담이 열리고, 만일 금년 내로 2.13합의의 주요내용이 모두 이행된다면, 내년 초부터는 비핵화 제2단계 이행조치에 합의하고 이를 이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우리는 ‘문제’ 차원의 과제인 ‘북핵문제’를 넘어서서 한반도에서 ‘체제’ 차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고, ‘질서’ 차원에서 동북아 국제질서를 우리에게 보다 유리하게 짜는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갈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능동적 대처를 주문했다

다음은 백 센터장의 글 전문.

제네바 북미회담 합의: 내용과 전망

북한과 미국은 6자회담의 ‘북미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담’을 지난 9월 1-2일 제네바에서 개최하고 북핵문제 해결과 북미관계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조치들에 합의하였다. 주요 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측 대표는 회담 후 기자들을 만나 “북한이 금년 말까지 자신의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하고 그들의 핵프로그램을 불능화하기로 하였다.”고 하였다. 한편, 김계관 북한 측 대표도 회담 후 기자들을 만나 “조미[북미]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현안들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많은 일치를 보았다.”고 하면서 “우리는 합의한 대로 우리의 핵 계획을 신고하고 무력화[불능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현했음”을 확인하고 미국 측도 “그들이 약속한 정치&#8228;경제적 보상 조치를 취할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 측의 북미합의에 대한 입장은 9월 3일자 북한 외무성대변인의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보다 명확히 밝혀졌다. 외무성대변인은 “조미[북미]쌍방은 년 내에 우리의 현존 핵시설을 무력화[불능화]하기 위한 실무적 대책을 토의하고 합의하였고... 그에 따라 미국은 테로[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우리나라를 삭제하고 적성국무역법에 따르는 제재를 전면 해제하는 것과 같은 정치경제적 보상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고 대답한 것이다.

여기까지 나온 언급들을 종합하면, 북한은 금년 말까지 자신의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하고 모든 현존 핵시설을 불능화하기로 하였고,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교역법에 따른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로 합의하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금년 말까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완전히 삭제하고 적성국교역법 적용의 해제를 완전히 종료하기로 하였고, 북한이 모든 핵프로그램의 신고와 현존 핵시설의 불능화에 대해 “금년 내”라는 구체적인 시간표에 합의하였다는 것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금년 말까지 북핵문제 해결과 북미관계정상화를 이룩하기 위한 중요 장애물들을 완전 제거하기로 하였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2.13합의 이행의 완결에 거의 다가선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대단한 합의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의 외무성대변인 발언에 미국 측이 동의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대표는 9월 4일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으로부터의 삭제를 위한 조건들은 논의”하였지만, “명단으로부터의 제외는 더 많은 비핵화 진전”에 달려있다고 언급하였고,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도 9월 5일 “북한이 이미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됐다거나, 삭제키로 한 특정한 날짜와 때가 정해졌다는 것은 부정확한 것”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미국 측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는 “법률적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더 진행”되어야 그 맥락 속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9월 5일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해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면서, “더우기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미국 내 강경보수 세력들이 ‘북조선은 테러단체들에 핵기술을 넘겨줄 가능성이 큰 위험한 나라’라고 떠들면서 우리를 ‘테로지원국’으로 몰아붙여 조미관계 진전에 장애를 조성하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제네바 북미회담의 합의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북미합의는 오는 7일부터 시드니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 그리고 정상회의 중 개최될 한미정상회담 등에서의 논의를 거쳐 이달 하순 6자회담 본회담이 개최되면 거기에서 논의되어 최종적으로 추인 받게 될 것이다. 시드니 APEC각료회담에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우리나라 송민순 외교장관에게 이야기한 내용에 의하면, 미국은 올해 2월 2.13초기행동조치 합의 이후부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문제를 검토해왔다고 한다. 북한 외무성대변인도 9월 3일 제네바 북미회담의 “[합의의]결과, 앞으로 열리게 될 6자회담 전원회의에서 진전을 이룩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6자회담 합의는 10월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6자 외무장관회담에서 그 이행이 다시 힘을 받게 될 것이다.

최근 북미양국의 행동을 보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되 그 대신 북미관계정상화 등 생존과 번영이 가능한 조건들을 받아내려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것들을 제공하되 그 대신 북핵문제를 부시정부 임기 내에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북미양국 간의 합의가 충실히 이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미양국 지도부의 “정치적 의지”가 중요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있어서 9.19공동성명과 2.13합의는 21세기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합의이며, 부시 대통령에게 있어서 북핵문제 해결은, 이라크에서의 실패를 고려할 때, 자신의 임기 내에 외교안보 분야의 업적을 위해 반드시 이룩하고 싶은 목표일 것이다.

북한은 체제의 특성상 김정일위원장이 지시만 하면 금년 말까지 자신의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하고 모든 현존 핵시설을 불능화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며, 미국은 부시대통령이 결단만 내리면 의회 지도자들에게 통보하여 협력을 구하는 방식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교역법에 따른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데 또한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아태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핵문제를 자신의 임기 내 해결하겠다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언급하면서 문제해결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는 아예 영변 핵시설을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만들어 사실상 핵시설 “폐기”에 가까운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번 9월 중에 6자회담 본회담이 열리고, 만일 금년 내로 2.13합의의 주요내용이 모두 이행된다면, 내년 초부터는 비핵화 제2단계 이행조치에 합의하고 이를 이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문제’ 차원의 과제인 ‘북핵문제’를 넘어서서 한반도에서 ‘체제’ 차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고, ‘질서’ 차원에서 동북아 국제질서를 우리에게 보다 유리하게 짜는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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