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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까지 와 그라노? 그만 울어라"

[르포] 박근혜 선대위 '눈물의 해단 만찬'

20일 오후 8시, 박근혜 캠프의 실질적 좌장이던 '부산 사나이' 김무성 의원이 고개를 떨궜다. 180cm가 넘는 거구인 김 의원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가 눈물을 흘릴 정도로 박근혜측의 아쉬움은 극에 달했다. 지역 당협 등 조직을 장악했다는 이명박측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박근혜가 4백32표차로 이명박을 눌렀다. 그럼에도 여론조사에서 밀려 박근혜는 졌다.

안병훈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캠프 핵심 관계자 30여명이 함께 한 만찬은 이처럼 ‘눈물의 만찬장’이 됐다. 전국 각지를 돌며 실시한 합동 연설회에서 늘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적도록 춤을 추며 바람을 잡았던 송영선 의원이 뒤늦게 만찬장인 여의도 박근혜 캠프 앞 ‘ㅈ 설렁탕’에 합류했다. 고개를 떨군 김무성을 보자 송영선은 피눈물을 흘렸다. 패비가 확정된 직후 잠실체육관에서부터 대성통곡, 주변의 부축을 받으며 체육관을 빠져나온 송영선이었다.

동생의 눈물을 보자 오빠인 김무성이 “괜찮다. 니까지 와 그라노? 그만 울어라. 니가 이렇게 계속 울면 내가 미안하잖냐”라며 송영선을 끌어안았다.

점잖은 안병훈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의 혀끝에서는 체념의 육두문자가 흘러나온다.

비슷한 시각, 박근혜 캠프가 위치한 여의도 엔빅스 빌딩 5층. 또다른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사덕 위원장은 자신의 방에서 컴퓨터를 주시했다, 이내 의자를 젖히고 만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결과. 홍사덕은 캠프 인사들의 저녁 만찬도 거절한 채 패배를 곱씹고 있었다. 끝내 만찬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발길을 집으로 옮겼다. 오전 마지막 선대위 회의에서만 하더라도 “오늘 중으로 짐 쌀 거다”라며 박근혜 승리 후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홍사덕이었다.

다시 캠프 앞 설령탕 집.

이혜훈 공동대변인은 눈물도 말랐다. 퉁퉁 분 눈물로 그래도 캠프에 남아있는 기자들에게 저녁이라도 먹이겠다고 캠프로 향했다. 곳곳에서 터진 눈물은 참고 있던 캠프 관계자들의 눈물샘까지 자극했다. 여내 만찬에 모여든 사람들의 눈은 충혈돼 있었다.

눈물만 흘리던 그들이 보기 딱했던지 박근혜 뒤를 이어 임시 당 대표에 올랐던 김영선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김영선은 “우리 이대로 죽을 거요? 왜 눈물만 흘리나? 이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는 깨끗한 정치를 만들었다. 우리는 비록 선거에 패했지만 박근혜로 대표되는 민심을 얻었고 또 확인했다”고 애써 의미를 찾았다. 그는 “절대로 박근혜파 안 쪼개진다. 우리가 누구냐”고 울고있던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박근혜계 좌장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은 20일 저녁 박근혜 지지자들이 경선 불복 시위를 하고있는 여의도 당사에 직접 찾아와 만류를 호소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그러나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이 날 오후 7시께부터 ‘경선 무효 촛불 시위’를 하다 식당으로 달려온 3~4명의 박근혜 핵심 지지자들은 “이대로 무너질 거냐”, “항의도 못하냐”고 박근혜 지도부에게 쇳소리를 냈다. 10여분간의 실랑이가 있다 결국 패배는 체념으로 흘렀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목이 쉴 때까지 외친 9시께서야 해산할 수 있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을 비롯한 박근혜 지지자 1백여명은 오후 7시부터 여의도 당사 앞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땡볕 아래서 10여만명이 줄을 서 한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기고서도 5천명 여론조사 때문에 졌다는 게 말이 되냐”고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 박근혜 지지자는 “여론조사는 민노당 애들도 열린당 애들도 모두 참여할 수 있는데, 그런 여론조사 결과로 우리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뽑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되냐”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밤 9시 15분. 김무성 의원이 이들을 찾아왔다. 그는 “우리도 너무나 억울하다. 부정선거에서 이겼다. 이 선거에서 이겼다”라는 말로 박근혜 지지자들의 격분을 달랬다. 그러나 그는 “박근혜 대표님이 깨끗이 승복한다 그랬다. 그리고 나 역시 여러분들이 수용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읍소했다.

하지만 이미 흥분할대로 흥분된 시위대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근혜 지지자들은 “그만 둬라. 말도 안된다”며 박근혜계 좌장을 막무가내로 밀쳤다.

송영선이 김무성에 이어 마이크를 잡았다. “간절한 심정으로 호소드린다. 여러분, 애국보수가 좌파에게 이기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아나? 보수는 항상 감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좌파들은 모든 전술과 전략을 쓰고 있다. 우리가 지금 승복해야 하는 것도 한 발을 뛰기 위한 두 발 물러섬이다.”

그러나 송영선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박근혜 지지자들은 “집어 치워라”는 파열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촛불 시위를 만류하려던 김무성, 송영선의 눈물에 찬 연설은 결국 실패했다.

날이 바뀐 21일 새벽 2시. 지친 박근혜 지지자들도 이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20여명이 채 안되는 지지자들은 여전히 여의도 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는 것이 게임의 법칙. 20일 여의도의 밤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김동현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2 1
    바다건너

    그 날을 기억하면
    저 역시 소리없이 얼마나 울었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억울하고 가슴아팠지요 일손도 잡히지 않고 한동안 생활하기에도 너무 불편했습니다 지금은 정신차리고 뭘 좀해 보렸고 하는데 정치란게 그듯튼군요 요즘 한나라당이 하는 꼴 좀 보세요 너머 너무 실망하고 갈등생기내요 3개월동안 정부하는 꼴 너머 실망이다 이명박정부도 노무현과 다를바 없다. 우리는 지금 신중한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온것 같다. 모두들 새로 시작합시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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