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들 "사과하고 성역없이 책임 물어라"

민변 사무실서 28명의 유족, 참사후 첫 기자회견

2022-11-22 14: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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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22일 첫 기자회견을 갖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사과, 추모공간 마련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가족들은 이날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민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TF'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같이 요구했다. 유족들이 함께 공식 기자회견을 한 것은 참사 24일 만에 처음이다.

민변은 희생자 158명 중 34명의 유가족들의 요청으로 법적대리를 하고 있으며, 이날 회견에는 28명의 유가족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일부 유가족들은 영정 사진을 들고 있거나 휴대전화 화면에 희생자의 사진을 올린 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희생자 이민아씨 아버지 이종관 씨는 "이 참사와 비극의 시작은 13만 명 인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라며 "참사 후 정부는 유족들의 모임을 구성하지도, 심리적 안정을 취할 공간을 확보하지도 않았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희생자 이지한씨 어머니는 “엄마 생일 축하해, 사랑해”라는 이씨의 마지막 육성을 공개한 뒤 “육아일기장에 아들의 별명을 ‘효자’로 지어야겠다고 적을 정도로 착한 아들이 이제 곁에 없다”며 “저와 제 남편, 제 아들이 뽑은 대통령께서 참사를 막지 못하고도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이들을 처벌해달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오스트리아 국적의 희생자 김인홍씨 어머니도 “아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 연세어학당에 공부를 하러 왔다가 희생됐다”며 “아들이 외국인이라고 외면당하지 않도록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라고 가르쳐왔는데, 나라를 이끄시는 분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는 게 답답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희생자 이남훈 씨의 어머니는 "지금도 새벽 다섯 시 삼십 분이면 어김없이 아들이 출근하려고 맞춰둔 알람이 울린다"며 "새벽잠을 참아내며 노력하던 아들이 이젠 내 곁에 없고, 단축번호 3번에 저장된 아들 목소리를 더는 들을 수 없다"고 오열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정부에 대해 ▲ 진정한 사과 ▲ 성역 없이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 규명 ▲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과 책임 규명 ▲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과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마련 등 6가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명단 공개' 논란에 대해선 “정부에서 유가족들을 모아 공식적인 추모 공간 등을 마련하지 않다 보니 발생한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나서서 공개를 희망하는 유가족들을 조사해, 추모 방안을 계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서초 민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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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사무실서 28명의 유족, 참사후 첫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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