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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6명 美입국, 10명 추가입국 추진중

미국의 대북 인권공세 강화, 한국과 사전협의 없어

지난 5일(현지시간) 탈북자 6명이 미국에 '난민'으로 입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탈북자가 '난민' 신분으로 미국에 입국한 것은 2004년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미국, 탈북자 6명 난민 지위 부여

AP통신 등 외신은 탈북자 6명이 5일 '난민'신분으로 미국에 입국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4년 '북한인권법'을 공동발의 한 샘 브라운 공화당 상원의원은"북한을 탈출 동남아시아에 머물러오던 탈북자 6명이 5일 밤 미국에 입국해 비밀장소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입국한 탈북자는 여성 4명을 포함해 모두 6명이며 이중 여성들은 성노예로 팔려갔거나 강제결혼을 당했다가 도망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탈북자중 6명이 동남아에서 관광을 하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두리하나선교회


그는 또 "탈북자의 미국입국은 '북한인권법'이 효력을 얻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이 탈북자의 인권문제를 대북정책의 한 부분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번 탈북자의 미국입국을 주도했던 '두리하나 선교회'의 천기원목사는 "오는 15일 쯤 추가로 10여명의 탈북자가 미국에 입국할 것"이라고 밝혀 브라운 상원의원을 말을 뒷받침했다.

미 국무부는 이번 탈북자의 입국과 관련, 보안상의 이유로 사실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지만 주미 한국대사관과 탈북자의 미국행을 도운 '두리하나 선교회'는 탈북자의 미국입국 사실을 확인해 줬다.

전문가들은 탈북자들이 '난민' 신분으로 미국에 입국한 것을 근거로 미국이 탈북자의 입국에 직접적으로 관여해왔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0년 이후 탈북자가 '난민'신분으로 미국에 입국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다는 미 국무부의 자료를 볼 때 이 같은 분석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인권문제'도입 대북 압박수단 다양화

미국은 그동안 북핵문제를 6자회담을 통해 해결한다는 목표로 북한 인권문제를 대북제재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2004년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그동안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무부는 '북한인권법'에 의거 180이내에 지명해야 하는 북한 인권특사도 10개월이 경과한 이후에 임명했다. 또 2006년 예산에도 대북 인권 개선을 위한 예산을 포함시키지도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탈북자의 전격적 미국입국 허용은 그러나 최근 북핵 6자회담이 공전되자 인권문제를 북한 제재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지난 4일 주한 미국대사관이 조지 W. 부시대통령이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 특사와의 환담 사진을 공개한 것 또한 탈북자의 미국입국을 미리 암시한 것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시대통령이 대북 강경파인 레프코위츠 대북인권특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주한미국대사관


전문가들은 레프코위츠 특사의 최근 발언도 탈북자의 난민 지위 부과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근 레프코위츠 특사는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들을 포함, 북한 인권에 문제가 있다"는 연이은 발언으로 한국정부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레프코위츠 특사가 탈북자 가족과 부시 대통령의 만남을 직접 주선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이번 탈북자의 미국행도 그의 작품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천기원목사는 "탈북자의 미국 입국을 처음 제안한 사람이 마이클 호로위츠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이었다"고 밝혀 미국정부가 직접 관여한 일임을 밝혔다.

호로위츠 연구원은 이미 지난달 29일 “조만간 중국에 숨어 있는 탈북자들이 제3국으로 빠져나와 미국 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한 뒤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입국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이번 탈북자의 미국행이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했었다.

탈북자의 미국행 이어지지는 않을 듯

미국이 탈북자의 '난민' 지위를 인정해 미국 입국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탈북자의 미국 입국이 줄을 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로 이번 탈북자의 입국이 북한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탈북자들의 난민 신청을 지난 달 17일에 접수하고 4일 만인 21일에 허용한 것으로 알려져 탈북자 처리가 '대북 경고'를 위해 급하게 이뤄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 국무부는 오히려 지난 1년6개월 동안 난민신청을 하는 탈북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강화하고 탈북자의 해외 미국공관 진입을 거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져 탈북자의 미국행을 꺼려왔다. 또한 난민신청 과정이 복잡해 미국의 지원이 없을 경우 탈북자들의 난민신청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난민신청을 위해선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에 직접 난민 신청을 해야 하지만 탈북자가 가장 많이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 이미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난민신청 자격이 부여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정착은 불가능하다. 반면 동남아시아를 통한 난민신청도 미국이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고려해 큰 폭으로 허용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한국정부 "미국과 사전 협의 없어"

이번 탈북자의 미국행과 관련 한국 정부는 "2004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됐을 당시부터 예상됐던 일"이라며 담담한 입장이다. 특히 최근 잇따른 레프코위츠 북한 인권특사 발언과 호로위츠 허드슨 연구소 연구원의 발언을 계기로 이번 사건을 확신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러나 최근 미국이 한국에 정착했던 탈북자인 서재석씨의 미국 망명을 허용하는 한편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부시대통령과 레프코위츠 특사의 사진을 언론사에 전격적으로 공개한 것이 한국에게 대북봉쇄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 것이라는 외교전문가들의 지적에 적지 않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8일 "그런 일이 진행 중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면서도 미국 정부의 협의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협의까지는 없었다"고 밝혀 미국이 이번 일을 진행하면서 한국정부에게 외교채널을 통해 사전에 통보하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는 탈북자의 추가 미국행과 관련해 "미국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며 "난민의 지위 및 자유의사를 봐서 접수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답해 한국정부는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그러나 "그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인도적 사항이므로 6자회담에 특별히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해 이번 사건의 여파가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북한 강력반발 예상, 6자회담 공전 장기화

탈북자의 난민지위와 미국 입국이 허용됨에 따라 북한의 강력 반발이 예상된다. 이미 북한은 2004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당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감의 발로라며 "대화 상대방을 자극하는 정치적 도발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탈북자의 미국행을 미국의 경제 제재에 이은 '전방위 압박'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 사건이 공전되고 있는 북핵관련 6자회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6.15민족통일대축전을 비롯한 남북 간 예정된 각종 회담과 행사개최 여부를 볼모로 삼아 남측의 '지원사격'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에 이어 '인권문제'를 북한 압박의 수단으로 도입하고 나섬에 따라 북한의 반응과 향후 6자회담 재개에 미칠 영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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