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가장 책임 큰 자들이 비례 자리 넘보다니"
"정의당, 다시 진흙탕 싸움 속으로 들어가는 듯"
정의당원인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이 대중의 신뢰를 잃게 된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 사태에 대해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명확히 책임을 묻고, 이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의당이 몰락한 몇 가지 장면이 있었지요"라며 세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조국 사태 때 임명에 찬성한 것. 그때 임명에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은 입을 닥쳐야 하는데, 그들이 더 설칩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라고 꼬집었다.
둘째, "박원순 사태 때 조문간 것. 그때 조문을 반대했던 것은 류호정, 장혜영밖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두 의원을 비난했던 이들은 입을 닥쳐야 합니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페미' 때문에 망했다고 외치는 마초들은 너희들의 주군 이재명은 왜 박지현 데려가 재미를 봤는지, 또 대선 후에 10억의 후원금이 들어온 것은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야 합니다"라면서 "세상에 어느 나라 진보정당에서 안티페미의 스탠스를 취합니까? 노동 대신 여성을 내세워 망했다는 뻘소리도 그만 하세요. 여성들이 곧 착취받는 노동자입니다. OECD내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가 어느 나라인가요?"라고 힐난했다.
셋째, "검수완박 법안에 찬성한 것. 이건 의원단 문제가 아니라, 당 전체의 문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책임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해요. 그때 입 닫고 있었던 이들은 이번에도 입을 닫아야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에 (아마도 해명을 하려는 의도로 걸어온) 류호정 의원의 전화를 두 번 씹고, 장혜영 의원에게는 극단적 언사를 동원한 비판 문자를 보냈는데, 그것은 이 두 의원의 잘못이 가장 크기 때문이 아니라, 남들은 다 그래도 두 의원은 반대할 거라는 내 기대가 깨졌기 때문이었지요"라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비례대표 중에서 두 의원을 빼면 아무도 이름을 기억 못할 겁니다. 나도 기억을 못할 정도이니까. 그나마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배진교 정도인데, 이 분은 내가 그 이름을 기억 못하는 또 다른 의원과 더불어 의회 내 소수당의 권리로 남겨둔 필리버스터를 무산시킴으로써 나를 분노하게 만들었죠. 그 공으로 특별히 그 이름을 기억하는 것뿐입니다. 이런 건 진보정당에선 절대로 안 될 범죄적 행위"라고 일갈했다.
그는 "정의당 몰락에 가장 큰 원인은 거대양당 사이에서 이 당이 도대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증명하는 데에 실패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명확하지요.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제 길을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례의원들 사퇴시키면 박창진이 승계할 텐데, 이분은 정의당을 민주당 2중대로 만들지 못해 안달난 분 아닌가요?"라고 반문한 뒤, "이 사태에 가장 책임이 큰 자들이 '때는 이때다' 하고 비례 자리나 넘보는 것을 보면 구역질이 납니다. 잘못은 자기들이 하고, 책임은 남에게 지우고, 자리는 자기들이 먹겠다는 거죠"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보다 더 큰 문제는,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세력이 정치적 정당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힘의 산업화서사, 민주당의 민주화서사, 다 옛날 얘기입니다. 광주도 무려 42년 전의 일입니다. 95년에 되돌아본 6.25얘기인 거죠"라며 "진보정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우리가 아는 진보이념이라는 게 산업혁명기의 이데올로기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미 정보화사회, 탈산업사회에 들어섰지요. 그 이념은 이미 시대착오로 변해가고 있습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오래 전부터 대공장 조직 노동자는 이미 특권층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프레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노동형태들이 등장했고, 과거의 프레임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새로운 유권자들이 등장했습니다"라면서 "새로운 진보의 서사를 쓰는 일은 이 정치적 정당성의 위기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20년 전 민주노동당시절부터 제가 줄기차게 주장했던 것은 '정파'는 해체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패악질이나 하지, 무슨 생산적 의제를 제출하는 것을 본 기억이 없거든요. 모여서 이상한 '자리' 거래할 궁리하는 거, 솔직히 그게 정파에서 하는 유일한 활동 아닌가요?"라고 비꼬았다.
그는 첨언을 통해 "제발 노회찬 이름은 팔지 마라. 내가 아는 한, 노회찬이 제일 싫어하는 게 너희들 같은 자들이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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