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인수위원장은 31일 코로나19 사태로 급증한 자영업자 부채와 관련, "소상공인 진흥공단과 정부, 은행이 공동 출자하는 일종의 배드뱅크를 만들어 주택담보대출에 준하는, 장기간에 걸쳐 저리로 연체된 대출 상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주시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안철수 위원장은 이날 통의동 인수위 회의실에서 경제 1·2분과 업무보고 회의를 주재하면서 "단기간 자영업 사장님들의 소득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낮은 지금 상황에선 장기적·구조적인 방식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실화되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출만 해도 올해 1월 말을 기준으로 133조원에 달한다. 2020년 4월 이후, 금융당국이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취한 대출 원리금만 해도 291조"라며 "한국은행에 따르면 필수지출과 대출 원리금 상환액의 합이 소득보다 많은, 적자인 자영업 가구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약 78만 가구로 이들의 금융부채를 합해보면 177조 원"이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어 "인수위 요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만기를 6개월 연장했다. 이것으로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안타깝게도 6개월 시한부 생명 선고와 다름없다"며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걱정은 이제 앞으로 미국발 금리 인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우리도 물가상승과 함께 금리인상 압박을 받을 것이고, 이자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그대로 두고 6개월 만기 연장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없다는 데 모든 분들 동감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위기가 끝나더라도 위기 여파가 훨씬 더 오래 지속된다. 지난 IMF 체제가 2001년 끝났지만, 2004년까지 신용불량자수는 최대 382만 명까지 치솟았다"며 "이미 당선인의 공약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부채 해결을 위한 특별기금을 만든 안이 나와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소호흡기만 계속 달아드리는 데는 한계에 달했다"며 "다음 정부는 자영업 사장님들이 자가호흡할 수 있는 체력을 키워드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