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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쇼크에 '볼리비아 쇼크' 가세, 유가 폭등

국제유가 75달러 육박.이란사태 악화시 1백달러 돌파

최근 고공행진을 다시 시작한 국제유가가 배럴당 75달러선에 육박하면서 10여일만에 사상최고치 경신을 다시 목전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 핵문제가 악화될 경우 유가가 1백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월가뿐 아니라 삼성경제연구소 등 국내 싱크탱크에서도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국제유가 일제히 급등, 배럴당 75달러 육박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A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6월 인도분은 91센트 상승한 배럴당 74.61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최고가는 74.90달러로, 지난달 21일 장중 사상최고가 75.35달러 및 사상 최고 종가 75.17달러에 바짝 근접했다.

영국 런던시장에서도 북해산 브렌트유 6월인도분은 이란정세의 긴박감이 고조되고 이탈리아 제유소가 폐쇄한 데 따라 이날 장중 74.97달러를 기록하며 종전 사상최고치 74.64달러를 경신했다.

이란사태에 볼리비아 국유화까지 가세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긴장으로 인해 세계 네번째 산유국인 이란의 석유수출이 차질을 빚을 지 모른다는 우려가 석유매수세를 계속 부추기고 있고, 최근 반미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남미에서 볼리비아가 천연가스 산업을 국유화한 것도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란 쇼크에 볼리비아 쇼크까지 가세, 유가가 폭등하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본격화할 경우 유가는 1백달러선까지 넘어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나날이 악화되는 이란사태가 유가급등의 제1요인이 되고 있다.

모하마드 하디 네자드-호세이니언 이란 석유차관은 2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얼마간 있으며, 모든 사람들이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석유 수요가 공급을 웃돌고 있어 올해 유가가 배럴당 1백달러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미 하원 정부개혁위원회 국제관계소위 증언을 통해 “이란이 그들의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들을 국제적 압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에 대해 매우 효과적인 지렛대로 사용해왔다”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란에 대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중단을 요구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존 결의안의 모든 내용을 강제할 유엔 헌장 제7조의 결의안을 금주중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콜라스 번즈 미국 국무부 차관도 이날 유엔 안보리 5개국과 독일이 모인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엔이 이란에 대해 강경한 국제적 메시지를 담은 결의안을 계획 중”이라며 "미국이 추진중인 대이란 제재안은 핵관련 기기-기술의 금수, 무기 금수, 이란정부 관계자의 외국출장 금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볼리비아의 천연가스 국유화 선언도 국제유가를 불안케 하는 새로운 복병으로 출현했다.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1일 자국의 천연가스 자원을 국유화하는 정령을 발표한 뒤, 국군에 대해 외국계기업의 천연가스 시설 56개소를 점거할 것을 지시했다. 볼리비아는 외국계 에너지회사들에 대해 6개월안에 신계약을 맺지 않으면 이들을 국외로 퇴거시키겠다고 통보했다.

삼성경제硏, “이란 사태 악화시 유가 1백달러 넘어설 것”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핵 개발을 둘러싼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행동으로 옮겨진다면 국제 유가는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1백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일 ‘유가급등 언제까지 지속될까’ 보고서에서 “미국이 핵 문제로 이란을 공격하거나 경제 제재를 가하고 이란이 보복성 석유 감산에 들어갈 경우, 또는 양국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단기적으로 1백달러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 같은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양국이 첨예한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유가 상승 압력은 고조될 수 밖에 없으므로 하반기에 WTI 기준 70달러대의 고유가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며 “전 세계 원유의 잉여생산능력이 1일 1백만~1백50만배럴인 사실을 감안할 때 이란 핵 문제 악화는 국제 원유시장에 메가톤급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세계 4위의 원유 생산 및 수출 국가로, 생산량과 수출량이 각각 1일 4백만배럴, 2백40만배럴에 이른다.

연구소는 이란 문제외에도 나이지리아 반군 무장 세력의 석유시설 테러 장기화, 여름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을 앞둔 미국의 정제 시설 노후화 등도 주요 공급 불안 요인으로 지목했다. 또 최근 고공행진을 거듭한 유가 불안을 틈타 국제투기자금까지 원유 선물시장에 몰려들면서 유가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에 이어 중국 등이 석유 소비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으나 80년대 중반 이후 저유가 시기에 석유 생산 및정제 분야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현재 전례 없이 빡빡한 수급 상황이 이어지는 구조적 원유 수급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공급 부문의 작은 충격에도 유가가 급등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3차 오일쇼크'가 눈앞 현실로 바짝 다가온 양상이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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