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민소환제-부동산법 등 천신만고 끝에 국회 통과

박근혜 "다 끝났는데 무슨 말을 하나"

열린우리당이 밤새 본회의장 앞을 점거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 김원기 국회의장과 김덕규 국회부의장이 직권상정한 부동산관계법과 주민소환법 등 6개 법률안이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 모두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일부 개정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안 ▲동북아 역사재단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안 ▲지방자치법 개정안 ▲주민소환법 등 6개 법률안을 40여분 만에 모두 통과시켰다.

본회의는 신속하게 진행됐지만 열리기까지는 힘든 과정을 거쳤다. 오후 1시 30분께 국회의원들의 입장 신호와 함께 시작된 여야간 격렬한 몸싸움으로 한동안 본회의장 앞은 소란스러웠다. 이 과정에서 유리창이 깨지고 진수희 의원이 손목을 다치는 등 불상사도 일어났다.

하지만 결국 우리당 의원들과 민노당 의원들이 모두 본회의장에 입장했고, 한나라당 의원들도 뒤따라 본회의장으로 입장했다.

50여명의 우리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점거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에 맞서 열린우리당 의원들 좌석에 모두 앉았다. 전자투표를 못하게 하겠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회의가 시작되기 바로 전 한나라당 의원들은 긴급 회의를 한다며 모두 예결위 회의장으로 퇴장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대치로 혼란스런 국회 본회의장 ⓒ이영섭 기자


박근혜 대표는 이 같은 한나라당의 행동에 대해 "의결정족수 때문에 전략적으로 퇴장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 민주당 의원들은 참석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장에선 열린우리당의 비장감이 느껴졌다. 암투병 중인 구논회 의원도 회의에 참석했고, 한명숙 총리, 천정배, 정세균, 유시민 장관 등도 모두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의가 시작된 후 10여분이 지났을 때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시 본회의장으로 들어와 본회의장은 큰 소란이 다시금 일어났다.

열린우리당의 법안처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송영선 의원 ⓒ이영섭 기자


송영선 의원은 책상 위에 올라가 소리를 질렀고, 이방호 의원은 김덕규 국회 부의장에게 서류를 집어던지기도 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이재오 원내대표가 강력하게 반발했던 것.

이 원내대표는 거의 혼자서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는 우리당 의원들 틈을 뚫고 김덕규 부의장에게 향하려고 애썼다. 상당히 처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 같은 이 원내대표의 행동에 대해 일각에선 이 원내대표가 법안을 막지 못할 경우 원내대표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공언했다는 풍문도 돌고 있다.

본회의를 마친 후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간단한 의원총회를 갖고 곧바로 서울시장 경선이 열리는 잠실로 가자고 결의, 많은 의원들이 잠실로 향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를 마친 후 예결위 회의장에 모여 비공개로 회의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표는 "다 끝났는데 무슨 말을 하나"라고 침통한 분위기를 그대로 나타냈다.

민주당의 이낙연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끝난 후 "국회의 정상적 의사결정을 너무 쉽게 포기하고, 반쪽 국회를 가책도 없이 자주 강행하는 것은 여당의 크나큰 잘못"이라며 "그러나 국회의장과 여당이 직권상정해 표결을 강행한 것들은 일찍부터 민주당이 주장해 왔거나 찬성하는 내용의 것들이었기 때문에 표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민노당의 박용진 대변인은 주민소환제의 통과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영섭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