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조선일보> 베트남 비하에 베트남 '발칵'

베트남 주석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격노, 베트남주재 대사관 대신 사과

<조선일보>의 베트남 여성 비하 관련 기사로 베트남 현지 여론이 급격히 악화돼 베트남주재 한국대사관이 공식사과에 나섰다. 또 베트남 정부가 직접나서 한국의 국무총리에게 공식 사과를 요청할 뜻을 내비치는 등 <조선일보>보도로 인해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조선>, 베트남 현지 '매매혼' 흥미거리로 다뤄

<조선일보>는 지난 21일자(사회 11면) <베트남 처녀들 “희망의 땅, 코리아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베트남 현지 결혼중계업소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베트남 여성과 한국 남성과의 국제결혼 사례를 르포형식으로 보도했다.

이 기사의 주 내용은 30대이상의 노총각이나 40~50대의 이혼 경험이 있는 한국 남성들이 베트남 현지 중계업소를 방문해 20대 초반의 베트남 여성들을 ‘면접’을 보고 신부감을 고르는 일종의 ‘매매혼’ 실태를 다룬 것.

"김씨는 11명의 실물 면접 이외에 화상 면접도 시도했다. 옆방으로 옮긴 그는 ’2006년 4월‘이라고 적혀있는 1시간 30분 분량의 CD를 틀었다. 모니터에는 가슴에 번호표를 단 1백50여명의 여성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얼굴에서 시작한 카메라의 앵글은 전신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짝을 찾은 두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갔다. 에이즈 검사를 받기 위해서다. 얼마 전 결혼한 베트남 여성이 에이즈 감염으로 한국에 오지 못한 사건이 발생한 후 결혼식 전의 에이즈 검사는 의무사항이다. 1시간 반만에 둘 다 ’음성‘, 합격 판정을 받았다." (문제의 조선일보 기사 중)

특히 <조선일보>는 관련보도에서 베트남 현지 여성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난 사진을 게재하며 사진 설명으로 "한국 왕자님들, 우리를 데려가 주오"라는 문구를 박았다. 더군다나 문제의 기사는 맹백히 불법인 ‘매매혼’을 고발하는 것이 아닌 <베트남 처녀들 “희망의 땅, 코리아로”>라고 제목을 뽑는 등 마치 베트남 처녀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것처럼 흥미성 기사로 다뤄졌다.

<조선일보>의 베트남 여성 비하 기사가 알려지자 국내 베트남 유학생들과 시민단체들은 <조선일보>앞에서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나와우리


<조선> 기사 알려지자 베트남 현지 여론과 베트남 유학생 등 분노

이러한 <조선일보> 보도가 알려지자 베트남 현지 언론은 물론 국내 베트남 유학생, 관련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나서 <조선일보> 보도를 비난했다.

시민단체 ‘나와우리’는 28일 <조선일보>보도에 대해 “그간 상업화된 국제결혼과 관련해 많은 비판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사는 ‘사실상의 매매혼’에 대한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담담한’ 어조로 전달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나와우리’는 “해당 기사를 쓴 <조선일보> 기자의 태도는 한국남성과 베트남 여성간의 국제결혼이 물질을 가진자와 가진 것이 없는 자 사이의 관계 속에서 진행되며, 이로 인해 선택하는 자와 선택받는 자의 불평등한 관계가 된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시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조선일보>와 관련 기사를 쓴 기자를 함께 비난했다.

또 ‘나와우리’는 “요즘 거리에서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나이 많은 분, 재혼 원하는 분, 자식이 있는 분, 장애인 가능’이라는 내용을 담은 광고를 보는 것이 허다하다”며 “조선일보의 기사 내용도 그간 중개업자들의 광고에서 보았던 내용과 별 차이가 없는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해당 기사가 국제결혼 중개업소 광고냐”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지난 25일 ‘나와우리’ 회원과 베트남 유학생들은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 앞에서 “베트남 여성을 상품화한 조선일보는 사과하라”며 항의집회를 열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 우리정부에 공식사과 요구. 베트남주재 대사관 대신 사과

그러나 사태는 이것으로 종결되지 않고 점점 더 악화되는 분위기다.

<조선일보> 기사가 베트남내 구독률 2위를 자랑하는 유력일간지 <뚜오이쩨 : Tuoi trre>(http://www.tuoitre.com.vn)에 실리면서 격노한 베트남 현지 여론은 물론 정부관계자까지 나서 <조선일보>의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 티 끼엣 베트남여성연합주석은 <조선일보> 기사를 보고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며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뚜오이쩨


특히 베트남공산당 중앙당 위원인 하 티 끼엣 베트남여성연합 주석은 27일 여성연합회 지도자회의를 갖고 "나는 편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베트남 공안부를 통해 여기에 전체 베트남과 외국의 모든 중매업체, 중개업, 중매쟁이 등을 발본색원하여 뿌리뽑도록 하겠다"고 <조선일보> 기사에 분노를 표시했다.

또 하 티 끼엣 주석은 "한국의 국무총리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공식서한을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선일보>의 관련기사 내용을 보도한 일간 <뚜오이쩨>도 베트남 현지 독자들의 빗발치는 항의를 대표해 <조선일보>와 <조선닷컴>에 게재 기사와 사진 속 현지여성들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

베트남 현지 여론과 베트남 정부의 항의가 잇따르자 베트남주재 한국대사관의 안대성 공보담당관은 26일 일간 <뚜오이쩨>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선일보>를 대신해 공식 사과했다.

안 공보담당관은 <뚜오이쩨>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주재 한국대사관은 조선일보와 담당기자에게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조선일보의 기사 특히, 여성의 사진을 그대로 게재한 것은 명백히 베트남 여성의 인권침해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어 베트남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를 전한다”고 말했다.

국내 베트남 유학생인 응웬 티 흐엉 센(서울대 사범대)은 "물론 국제결혼으로 큰 이익을 얻는 한국측의 비양심적 중개업체와 베트남측의 뚜쟁이들이 중간에 있기 때문에 결혼이 그런 식으로 이뤄지는 것인데, 이 기사를 쓴 기자가 이렇게 아무렇게나 쉽게 쓰면 안된다"면서 "기사를 쓰려거든 제발 공부 좀 하고나서 쓰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조선일보>와 해당기사를 쓴 기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김동현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