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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vs 현정은 또 경영권 분쟁, '위기의 현대家'

현대상선 경영권 놓고 시동생-형수간 집안싸움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지분을 획득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에 휩쓸리는 등 정주영 명예회장이 일궈온 현대 가문에 위기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03-2004년 시숙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이번에는 시동생인 정몽준 회장의 현대중공업그룹과 경영권을 놓고 다투게 돼, 현대가문은 불과 2년만에 또다시 치열한 경영권 분쟁에 빠져들었다.

현대 가문 내부에서는 지난 2000년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주도한 ‘왕자의 난’과 2003년 정상영 KCC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경영권 분쟁 등을 겪으면서 갈등과 반목이 계속돼왔고, 이번 경영권 분쟁도 이같은 내부 갈등이 원인이라는 것이 재계의 지적이다.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은 현대상선.현대아산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으며 현대상선은 현대아산 지분의 37%, 현대택배 지분의 30% 등을 가진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이다.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엘리베이터 제치고 현대상선 최대주주 올라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27일 키프로스 국적의 투자회사 제버란트레이딩 등으로부터 시간 외 거래를 통해 현대상선 주식 2천7백50만 주(26.7%)를 4천9백50억원에 사들였다. 이 거래로 현대중공업은 1천9백만 주(18.43%)를, 현대삼호중공업은 8백50만 주(8.25%)를 확보했다. 주당 1만8천원으로 이날 종가인 1만6천7백원보다 8% 가량 비싼 값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17.16%)를 제치고 현대상선의 최대주주가 됐다. 종전까지 현대상선의 단일 최대주주는 17.18%를 가진 제버란트레이딩이었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공시를 통해 "현대상선이 외국 기업에 적대적 인수합병(M&A)될 위험이 있어 백기사 역할을 하기 위해 지분을 매입했다"며 지분확보 목적을 '자금 운용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것으로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이날 '현대그룹의 입장'이란 문건을 내고 "현 회장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40% 가까운 지지세력이 있어 현대상선은 M&A 위험이 거의 없다"고 현대중공업의 주장을 반박했다.

현대그룹, 입장 문건 발표하고 현대중공업 주장 정면 반박

현대중공업측의 공세는 현정은 회장이 2003년 말~2004년 초 겪었던 경영권 분쟁과 닮은 꼴이다. 당시 시숙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조카며느리의 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식 매집에 나서 모두 21.47%까지 지분을 매입했으나, 5% 이상 지분을 가지면 이를 공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는 바람에 증권선물위원회의 처분 지시를 받았다. KCC는 이 지분을 지난달에야 스위스계 회사인 쉰들러홀딩스에 전량 매각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의 적대적 M&A 가능성은 현 회장 측의 취득 보류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대상선 지분을 대량 사들인 현대중공업측의 거센 공세적 주식매집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중공업 지분 8.15%를 가진 3대 주주인 KCC 그룹이 그동안 친밀도가 높았다는 점에서 현 회장과 정몽준 회장 간 경영권 다툼이 재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그룹 측은 현대중공업과 KCC가 손잡고 현대건설까지 인수해 현대그룹을 장악하려는 시나리오로 분석했다. 실제 현대건설은 현대상선 지분 8.69%를 갖고 있기 때문에 KCC나 중공업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이번 매수 지분에 KCC의 기존 보유량(6.26%)까지 합해 현대상선 지분 중 41.63%를 확보, 현대상선과 그 계열사들의 경영권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 "현대중 우호지분 커 적대적 M&A 가능성"

이에 대해 삼성증권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분 확보에 나서면서 현대상선의 1대 주주로 부상한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우호지분이 현대상선 수준까지 육박했으므로 적대적 M&A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적대적인 M&A 의도가 있다면 이는 현대그룹의 모체인 현대건설과 현대상선을 현대중공업 측에서 가져오겠다는 것으로 현대상선의 내재가치 및 경영권 프리미엄의 적정수준 이상으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화증권도 "현대중공업이 최대주주로 부상하며 현대상선에 대한 인수합병(M&A) 가능성은 가상재료에서 실질재로로 전환됐다"면서 "현대상선 주가는 장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주식시장에서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의 주가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날 오전 9시 현재 주가가 전일보다 2천원(11.98%) 오른 1만8천7백원에 거래되는 등 급등세를 나타낸 반면 현대중공업은 전날보다 4천7백원(4.87%) 내린 9만1천8백원에 거래되는 등 주가가 내리고 있고 추가 하락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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