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전세계적 '달러 혐오'에 원화 9백30원대로 급락

9백10원대까지 추락 전망, 원유가 급등과 맞물려 경제비상

원.달러 환율이 전세계적인 '달러 기피'의 결과로 24일 9백30원대로 추락했다. 이같은 예상밖의 원화 초강세와 살인적 유가 급등으로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경제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이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전주말보다 8.80원 급락한 9백39.8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97년 10월24일 최저치인 9백29.50원을 기록한 이후 8년6개월만에 최저치다.

이날 환율은 엔화 강세 여파와 G7 성명서의 여파로 전주말보다 6.60원 하락한 9백42.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역내외 매도 급증으로 장중 한때 9백37.00원까지 급락했다. 이후 환율은 저가인식 매수 유입으로 낙폭을 줄이며 9백42.30원까지 올랐으나, 기업매도가 증가하며 손절매도가 재현되자 9백30원대로 되밀렸다.

전세계로 번지는 '달러화 혐오' 현상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1차적 원인을 G7 재무장관 회담후 발표된 성명서에서 찾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7 재무회담 직후 “세계경제의 불균형 시정을 위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환율 ‘유연화’가 보다 필요하다”는 문구가 포함된 성명서가 발표되자, 역내외 참가자들이 앞다퉈 달러 투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같은 달러 투매에는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지난 22일 "중국정부가 개혁을 단행함에 따라 위안화의 절상속도가 좀더 빨라질 것"이라는 발언한 것과 맞물려 더욱 증폭됐다.

그러나 G7이나 중국 인민은행 총재 발언 이전부터 '달러 혐오' 증세는 전세계적 규모로 확산돼 왔다.

21일 스웨덴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내 달러화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유로화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러시아 재무장관도 같은 날 달러화를 다른 나라 통화로 바꾸겠다는 입장을 시사했고, 동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각국의 기관투자가들은 달러화를 던지는 대신 한국 원화, 대만 달러, 홍콩달러, 인도네시아 루피아, 말레이시아 링기화 등 아시아화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언제까지 이런 달러 약세가 계속될 것인가이다. 웨스트뱅크은행의 환율 애널리스트 로버트 레니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말까지는 달러화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다른 외환시장 전문가들도 “중국 경제가 최소한 올해 3.4까지는 확장국면을 지속할 수 있는 데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금리정책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어 두바이 G7회담 이후처럼 달러 약세가 대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며 “원.달러 환율도 2.4분기말 또는 늦어도 3.4분기 초에 9백15원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지난 주말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75달러를 돌파하는 등 유가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어 추가적인 환율 급락세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단기간에 9백20원 수준까지 밀리며 수출이 둔화될 경우 고유가에 따른 수입규모 증가와 맞물려 국제수지가 적자되면서, 연내에 원화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홍국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