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최경환 이전으로 돌아가야"
[기고] "제대로 된 정책만 실행하면 얼마든지 가능"
어느 후배는 집 때문에 거의 매일 부부싸움을 한다면서 큰 한숨을 내쉬었다. 2년 전 집을 사자는 아내의 말에 반대했던 것이 불씨라고 한다. 집값폭등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하소연이 너무 흔한 이야기가 된 것이 우리 현실이다. 부부싸움이 격해져서 이혼 직전이라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그들이 한결같이 내놓는 하소연은 정권이 바뀌면 다른 것은 몰라도 집값은 확실히 잡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을 사지 않았는데, 이전 정권들보다 더 집값이 폭등하도록 방치하는 정부에 화가 치밀어서 쌍욕을 내뱉는 친구도 한둘이 아니다. 국민의 절반이 넘는 집없는 서민과 청년들의 고통이 이 정도면 더 이상 “민생”을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혹시 이런 이야기가 집권세력에겐 지나치게 주관적인 표현이라거나 혹은 극단적인 과장법으로 들리려나? 객관적인 수치를 보자. 한국감정원이 매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을 발표한다. 문재인정부 직전인 2017년 4월 5억6774만원에서 올해 9월에는 7억1645원으로 1년 5개월 만에 무려 1억5천만원이 올랐다. 집없는 서민이 내 집을 마련하려면 박근혜 때보다 1억5천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그 돈은 집을 파는 사람의 주머니로 흘러가는 것이니, 다주택자들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이익을 챙기게 됐다. 이 정부의 정책 실패 덕을 톡톡히 보는 사람들이다.
다주택자는 “대박”, 민생은 “개털”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을 때 대통령과 여당 수뇌부는 이구동성으로 “지금부터는 민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민생이 개털이 되었다. 서울 집값을 폭등하도록 방치한 결과다. 그런데도 집권세력은 민심을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해서 그런가? 지방선거 직후 79%에 달했던 국정지지율이 얼마 전 50%를 깨고 내려오자 ‘9.13 대책’이 나오긴 했다. 그러나 허둥지둥 내놓은 대책이 근본적인 치유책을 담고 있을 리가 없다. 대통령이 북한을 갔다 오자 지지율이 60%를 회복했고, 다시 안심하는 분위기다. 북한 이슈는 몇 개월짜리이고 집값은 영원히 간다고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데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민생경제가 악화되자 지지율은 다시 50%대로 주저앉았다.
신문기사를 꼼꼼히 읽다보면 집권세력과 정부쪽에서 이런 뉘앙스의 이야기가 들린다. 서울 집값폭등은 일부 투기꾼의 농간이라거나 혹은 시장의 힘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그런 얄팍한 언변에 속을 국민이 몇이나 될까? 아파트부녀회의 집값담합 행태를 단속한다는 대대적인 언론보도를 보고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 애쓰는구나, 라고 생각하기에는 서민의 삶이 너무 절절하고 고달프다. 집없는 서민과 청년들이 집값폭등으로 밤잠을 설치는데,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조목조목 따져보고 그 대책들이 집값 하락을 유도할지 아니면 말만 번지르르한 곁가지 정책인지 판단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미 발표한 대책들을 제대로 실행하는지 아니면 시늉만 하는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부동산정책의 대실패”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정부가 민생을 외면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현실이 올 수 있을까, 라고 탄식한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하락시키겠다는 의지가 없다고 단정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 경제전문가들 중에는 민생이 이 지경이니 문재인정부도 실패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고 탄식을 내뱉는 사람도 많다.
집없는 서민과 청년들의 바람은 서울 집값이 3년 전 수준으로 하락하는 것이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제대로 된 정책을 실행하면 서울 집값을 3년 전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부동산정책 대실패’는 집권세력의 의지부족 때문
정부의 의지가 집값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이명박과 박근혜정부가 여실히 보여줬다. 이명박정부는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 국가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희생하면서 비정상적인 정책수단들을 동원했다. 그 결과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국가들이 집값 폭락을 겪는 동안에도 한국의 집값은 소폭 하락에 그쳤다. 박근혜정부는 한술 더 떴다. 최경환은 부총리로 임명되자마자 노골적으로 집값 끌어올리기에 올인했고, 마침내 집값이 급등했다.
그러므로 문재인정부는 이명박과 박근혜정부가 시행한 부양책을 제자리로 돌려놓기만 해도 집값은 제자리로 돌아갈 터였다. 비정상을 정상화시킬 의지와 실천만 있었다면 서울집값은 최경환 이전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집값폭등의 원흉이 사상최저 수준의 금리라는 사실은 경제전문가가 아니라도 알고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기준금리를 무려 6번이나 인하한 금통위는 이 정도로 집값이 폭등하는데도 금리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그들이 고소득 자산가계급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집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에 분노가 솟는다. 그들이 내놓은 핑계와 주장들이 거짓임은 앞의 글들에서 충분히 밝혔다.
앞으로 이어질 글에서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조목조목 따져보려 한다. 작년의 ‘8.2 대책’에서부터 얼마 전에 발표한 ‘9.13 대책’까지 자세히 들여다보노라면, 과연 문재인정부가 서민을 위한 정부인지 강한 의구심이 솟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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