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5일 70여개 항목의 획기적인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및 재하도급 근절, 2만4천여채의 장기전세주택 공급을 골자로 하는 전향적 주택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겨우 7개 항목의 '무늬만 분양원가 공개'조차 사회주의적이라고 매도하는 건설업계 및 보수세력의 반발을 무릅쓰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단행한 '제대로 된 분양원가 공개'여서 향후 다른 지자체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택지조성원가 8개 항목 등 분양가 70여개 낱낱이 공개
서울시는 이날 지난해 9월말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민에게 약속한 후분양제 실시 및 분양원가 공개의 구체적 내역을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분양원가 공개 항목은 입주자 모집공고에 공개되는 분양가 10개 항목과 서울시 산하 SH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분양원가 60개 항목 등으로 구성된다.
서울시는 이같은 60개 항목과 별도로 택지조성원가는 8개 항목으로 나누어 세세히 공개하기로 했다. 특히 용지비, 조성비, 이주대책비 등은 다시 구체적인 항목으로 세분하여 공개하기로 해, '감정가'만 공개하기로 해 '무늬만 분양원가 공개'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정부의 주택법 개정안과 분명한 대조를 이뤘다.
분양원가 공개절차는 SH공사가 입주자 모집공고 60일전에 분양가심의위원회에 분양원가 심의를 신청하면 심의위원회는 모집공고일 30일 전까지 심의결과를 SH공사에 통보해 관련 정보를 공개하게 된다.
서울시는 이번 계획에 따라 우선 장지·발산지구의 분양원가를 공정률이 80%에 이르는 오는 4월말께 공개하고, 은평뉴타운 1지구 2천8백17호의 분양원가도 금년 10월경 공개할 계획이다.
이같은 분양워나 공개안은 지난해 11월부터 시민단체, 법조인, 교수, 회계사 등 여러 전문가들로 구성된 서울시 분양가심의위원회의 총 6차례에 걸친 토론을 통해 결정됐다.
'무늬만 분양원가 공개'가 아닌 제대로 된 분양원가 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시세의 75~80%선에서 공급, 나머지 차익은 공익목적에 사용
서울시는 분양원가 공개후 아파트를 최대한 저가에 공급하되, 분양가가 시세의 75~80%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도록 하는 시세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광적 청약열풀이 일며 시세차익이 분양자에게만 돌아가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 이에 서울시는 저렴한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남는 시세차익을 회수하여 공익에 사용하기로 했다.
과거 서울시가 공급한 상암동 아파트 등의 경우 분양가의 40%가 폭리였음을 감안하면, 아파트값의 15~20%를 공익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시는 다만 행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시민의 신뢰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기 확정된 ‘철거민 등 특별공급’대상자를 위한 특별공급지구에 대해서는 시세연동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분양가 원인 중 하나인 재하도급도 척결
서울시는 또 그동안 고분양가의 한 원인으로 제기돼온 재하도급 근절정책도 강력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 최저가 낙찰제를 확대 시행하고 ▲실적공사비 적용을 확대하는 한편 ▲영세 하도급업체 보호정책도 보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분양가 인하를 위해 2008년 분양예정인 '은평뉴타운 2지구'부터 내장품을 소비자가 선택토록 하는 '마이너스 옵션제'도 실시키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소비자들은 가구류, 벽지, 실내바닥 마감재, 디지털도어록, 실내 등기구류 등 각종 기기, 홈오토메이션 등을 입주전 선택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약 4%의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기존전세값 80%로 ‘장기전세주택’ 2만4천3백90호 공급
서울시는 이와 함께 집 장만이 힘든 서민을 위해 향후 4년간 2만4천여채의 장기전세주택을 저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우선 오는 5월에 공급되는 송파 장지 10,11단지 4백19호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총 1천9백71호의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또 2010년까지 전체 주택물량 약 7만6천호의 32%에 해당하는 2만4천3백9호를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이 저소득층 주거라는 기존의 임대주택 이미지와는 달리 중산층 및 실수요자를 겨냥한 26평형, 33평형, 45평형 등 중대형 평형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공공주택 재고량 증대를 통해 전세주택시장 가격조절 기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전세주택’ 입주 자격은 무주택 청약가입자 대상으로 현행 주택공급규칙 및임대주택법령, 도정법 시행령 기준이 적용된다. 또 전세 가격은 건교부 고시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 기준 환산가격 적용해 주변 전세가격의 80% 수준에서 결정할 방침이며 전세기간은 2년으로 하되 입주자가 희망할 경우 10~20년 장기 거주를 보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