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를 알려면 <위클리 스탠더드>를 읽어야 한다’라는 말이 워싱턴에 돌고 있는지가 6년이다. <위클리 스탠더드>는 워싱턴 보수 싱크탱크인 기업연구소의 주간 기관지이고 발행인은 윌리엄 크리스톨이다.
윌리엄 크리스톨은 네오콘의 대변인이자 대부이며, '부시 행정부의 황태자'로 불린다. 그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댄 퀘일 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것 말고는 권력의 자리에 있은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미디어를 통해서 끊임없이 미국의 노선을 만들고 그 노선을 중심으로 세력을 강화시켜 왔다. 그것이 바로 네오콘이라 불리우는 '신보수주의' 다.
그가 부르짖는 노선은 "위대한 미국의 힘을 숭배하자"이다. 국제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세계를 미국에 굴복 시키자는 주장이다. 윌리엄 크리스톨은 자기가 부하로 데리고 있던 '피트 웨너'가 부시 대통령과 30년지기 보좌관인 칼 로브의 부보좌관으로 있는 것을 10분 활용하여 부시행정부와 밀착관계가 되었다.
네오콘의 야전사령관이 지금은 세계은행 총재로 간 존 울포위츠라면 윌리엄 크리스톨은 작전참모이며 대변인 역이다. 윌리엄 크리스톨의 노선과 관점이 워낙 궤변이라서 그의 기고를 중도적인 입장의 미디어에선 그동안 좀처럼 다루어 주질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시사주간지 <타임>에 힐러리에 관한 논평이 실렸다. 크리스톨이 돌연변이적 전략가라 할지라도 이번 <타임>에 그가 ‘힐러리의 이라크전 카드섞기’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지적한 '힐러리의 난관'은 비교적 정확한 분석이란 생각이 들어서 소개하려 한다. 크리스톨이 제시한 이 분석을 이해한다면, 힐러리가 백악관을 행해 2008년을 바라보는 일에 한층 흥미를 가질 수가 있을 것이다.
지난 1월13일 이라크를 방문해 심각한 표정으로 브리핑을 듣고 있는 힐러리 상원의원 ⓒ 힐러리 홈페이지
지난 1월13일 이라크를 방문해 이라크 주둔 미군들에게 자신의 이라크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힐러리 상원의원 ⓒ 힐러리 홈페이지
힐러리의 이라크전 카드섞기 ( Hillary's Iraq Shuffle )
클린턴이나 힐러리가 한창 성장기였던 1971년 닉슨대통령은 한창 베트남 전쟁을 치루고 있었고 수많은 미군의 희생으로 국민들은 전쟁을 반대하는 중이었다. 민주당에서 중도적인 노선을 견지하면서 당원들의 존경을 받고 있던 메인주 출신의 에드먼드 머스키 상원의원이 대통령후보로 나설 것을 선언했다. 반전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민주당의 통합을 외쳤지만 중도적으로 비추어지는 온건한 그의 스타일이 민주당내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해서 결국엔 처음부터 철저하게 반전의 기치를 들고 나온 좌파정치인의 상징이었던 조지 맥거번에게 고배를 마셨고 조지 맥거번은 극좌라는 이미지로 인해서 본선에서 공화당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
2003년 초 매사츄세츠주의 상원의원인 존 케리 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 선두주자였다. 하지만 2003년의 가장 큰 이야기는 반전 감정을 타고 나타난 하워드 딘의 등장이었다. 10월이 되어서야 민주당 주류의 후보자들은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반응을 보였다. 존 케리와 존 에드워드는 8백70억달러 규모의 전비지원 법안에 반대를 했다. 상원의원 조 리버맨과 하원의원 리차드 게파트는 전비지원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고 지역구 공천도 받지를 못했다. 그러나 케리와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존 에드워즈는 전쟁을 찬성했다가 나중엔 전비지원을 반대한 것으로 예비선거전에선 이겼지만, 그것이 독이 되어서 본선에선 패하고 말았다.
머스키와 케리의 예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하나의 위험을 피하다가 또 다른 위험에 처한다' 란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힐러리는 올해 두 가지 위험에 처하게 된다. 하나는 예비선거전에서 민주당의 반이라크전 유권자들에게 지나친 온건주의자로 보이는 것과 또 다른 위험은 지나치게 반전주의자로 몰려 본선거전에서 무더기로 표를 잃게 되는 일이다. 케리나 머스키 처럼 힐러리도 초기 전쟁을 지지한 원죄의 부담을 지고 있다. 머스키가 그랬듯이 그녀는 조금씩 전쟁 지지 입장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케리가 그랬듯이 그녀는 곧 이라크전과 관련된 입법안에 투표를 하게 될 것이다. 머스키식 중도파와 케리식 좌파 사이의 어떤 무엇으로 위험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민주당의 후보자들이 에드워즈, 바락 오바마, 조셉 바이든, 그리고 크리스토퍼 도드로 제한된다면 힐러리 그녀는 후보로 성공을 하겠지만 만일 아직까지 의사를 밝히지 않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출마 의사가 있다면, 그러면 힐러리는 흔들리게 된다. 앨 고어는 처음부터 이라크 전을 반대를 해왔고 동시에 매파와 같은 안보관을 갖고 있다. 거기에 고위직 경험도 했고 대통령후보로 출마한 경력, 정치자금 모금 능력까지 있는 그런 후보이다. 내용으론 예선에서 힐러리를 압도하게 될 것이다.
힐러리가 종종 머스키와 케리의 운명에 관한 꿈을 꾸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녀가 밤잠을 설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앨 고어에 대해 걱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김홍국 기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4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고, 미국의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한국어 정치광고를 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을 높임에 따라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