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왕후 어보, 도난 62년만에 돌아온다
한국전쟁때 미군병사 47개나 훔쳐가
문정왕후 어보를 소장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카운티박물관(LACMA)은 19일 (현지시간) LACMA를 방문한 안민석 국회의원(민주)에게 어보 반환 의사를 밝혔다.
이날 어보 반환을 촉구하러 LACMA를 방문한 안 의원과 문화재 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 경희대 김준혁 교수 등을 맞은 프레드 골드스틴 LACMA 수석 부관장은 "어보가 종묘에서 불법적으로 반출된 사실이 분명하므로 한국에 반환하겠다"고 말했다.
골드스틴 부관장은 조속한 시일 안에 한국 정부 관계자를 만나 반환 일정과 방식을 논의하고 싶다는 뜻도 피력했다.
이 자리에는 스테파니 리틀 LACMA 수석 큐레이터와 버지니아 문 LACMA 한국관 큐레이터도 배석해 어보 반환 의사를 확인했다.
또 LACMA는 "어보는 종묘에서 불법 반출된 것이라는 사실이 객관적은 증거와 우리 자체 조사를 통해 밝혀졌으므로 한국에 반환하기로 했다"는 성명을 별도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0년 LACMA가 경매 시장에서 사들여 소장하던 문정왕후 어보는 빠르면 올해 안에 한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공공 박물관인 LACMA가 소장품을 '장물'로 인정하고 자진해서 반환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안민석 의원과 혜문 스님 등이 어보가 도난당한 문화재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를 찾아내 전달하면서 반환을 끈질기게 요구한 것이 결실을 봤다는 평가다.
안 의원은 'LA카운티박물관 소장 문정왕후 어보 반환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하고 혜문 스님 등과 LACMA를 수시로 방문해 자체적으로 수집한 도난 증거 자료를 전달하고 반환을 촉구했다.
안 의원은 "그동안 끈질기게 증거를 수집하고 반환을 요구한 노력이 결실을 봤다"면서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 그리고 문화재 환수를 위해 애쓰는 혜문 스님에 대한 인간적인 도리를 다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앞으로 문화재청과 협의해 민관합동환수위원회를 구성, 어보를 돌려받는 행사와 종묘에 다시 안치하는 행사를 뜻깊게 치러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번 LACMA의 자진 반환 결정에는 또 지난 8월 호조태환권 반환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한국 검찰의 요청에 따라 진행 중인 문정왕후 어보에 대한 미국 사법기관 의 수사에서도 '장물'로 판명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더는 버티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관측이다.
어보는 조선 왕실에서 각종 궁중 의례 때 왕실의 상징으로 쓰던 도장으로 종묘에 보관되어 있었으나 한국전쟁 때 미군 병사가 무려 47개나 훔쳐간 것으로 추정된다.
47개 가운데 4개는 각종 절차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반환했지만 LACMA에서 소장하고 있는 문정왕후 어보를 뺀 나머지 42개의 행방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중종의 두번째 왕비인 문정왕후의 어보는 LACMA가 지난 2000년 경매 시장에서 구입해 소장해왔다.
문정왕후 어보는 거북 모양 손잡이가 달린 금장 도장으로 도장을 찍는 면에는 문정왕후의 존호인 '성열대왕대비지보(聖烈大王大妃之寶)'라고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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