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가 성추행사건을 일으킨 자신의 아들을 징계한 MBC에 "자식 놈보다 더한 과오를 범한 인사가 (MBC) 고위직에 근무한다"고 협박성 비난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23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씨는 아들이 MBC를 그만 둔 지 두달여 후인 지난 11월 초 MBC 간부 등에게 보낸 A4용지 세장 반 분량의 '존경하는 동료 친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이메일에서 이같이 비난했다.

이 씨는 최문순 MBC사장에 대해서도 "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도왔다"며 "감형으로 생색을 내고 뒤에서는 칼로 목을 찌르는 사람"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요구했던 여성단체들에 대해서도 "실상도 모르는 단체들이 의례적인 성명을 발표하며..."라고 싸잡아 비난한 뒤, 아들 관련 기사중에서도 <조선일보> 기사를 문제삼으며 "자식 놈이 아비 때문에 죽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들의 성추행에 대해서도 "요즘은 하도 성추행이란 말이 많아서 눈길만 깊이 주어도 추행이고, 어깨 한 번 툭 쳐도 천만 원이란 말이 있습니다만 자식 놈은 분명히 잘못을 저질렀습니다"라면서도 "다만 엄청난 추행이 아니었다. 추행을 했다는 시점에서 거의 한 달이 지나서야 문제가 불거지고..."라고 말했다.

MBC에 근무했던 이모 기자는 지난 6월 지방 출장 중 동행한 모 영화관련업체 홍보담당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해고처분을 받았다. 이 모 기자는 최문순 MBC사장의 재심 요청 끝에 정직 6개월로 징계 수위가 낮아졌으나 MBC노조와 여성계의 반발로 지난 8월 자진 사직했다.

이기명씨는 23일 본지의 이메일 진위 확인 전화에 대해 "나에게 무슨 말을 들을 생각을 말라"며 "무슨 얘기도 안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