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가 즉각 수입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뼛조각 외에 발암성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도 검출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다이옥신은 쓰레기 소각때 발생한 유독성 발암물질이다.
그러나 재정경제부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수입 쇠고기 논란에서 노골적으로 미국편을 들고 나서 농민단체들로부터 "매국노"라는 비판을 사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미국산 쇠고기서 다이옥신 검찰, 미국에 원인규명 요청
농림부는 21일 3차 미국산 쇠고기 수입분에서 발견된 다이옥신의 양이 국내 허용 기준치인 4피코그램(pg/g fat)를 넘는 5피코그램(pg/g fat)로 나타나자 미국측에 원인규명을 요청했다.
이상길 농림부 축산국장은 이와 관련, 22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긴급브리핑을 갖고 "이번에 다이옥신이 발견된 미국산 쇠고기는 이미 뼛조각으로 전량 반송처분이 내려진 상황이어서 국내에 유통이 안돼 국내 소비자에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에서 발견된 뼛조각은 가공과정에서 나온 것이지만 이번 다이옥신 검출은 가공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측에 이 점에 대한 원인규명을 요청해 둔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측이 자국 국민들이 이미 먹고 있는 쇠고기인 데다가 현재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가 60개국에 이르는 상황이라 이번 사태에 굉장히 민감하다"면서 "가급적 미국측이 최대한 빨리 역학조사를 실시, 결과를 보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국장은 "이번 다이옥신 검출로 인해 미국산 쇠고기 3차분을 수출한 미국측 해당 작업장의 쇠고기는 앞으로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위생조건상 잠정적으로 국내 수입이 금지된다"고 밝혔다.
인체에 치명적인 다이옥신은 지난 2003년 칠레에서 수입한 돼지고기에서 다이옥신 7.5pg/g이 검출돼 큰 파문이 일었었다.
농민들이 결사반대하고 있는 미국산 수입쇠고기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돼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농연 "盧, '매국노' 김성진 차관보 경질하라"
당연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반발해온 농민단체 및 민주노동당 등이 미국정부를 맹성토하고 나섰다. 더불어 다이옥신 검출에도 불구하고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위해 대응에 미온적인 재경부도 함께 질타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22일 성명을 통해 "허용치를 넘는 양의 다이옥신이 발견될 경우 반송 조치와 함께 해당 물량을 수출한 작업장에서의 수입을 전면 중단된다"며 "그럼에도 김성진 재경부 차관보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스스로 우리나라 검역 기준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는 등 매국노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며 김 차관보 경질을 촉구했다.
김 차관보는 이날 오전 KBS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건강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보다 이성적이고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샘플조사도 아닌 전수검사를 하고도 작은 뼛조각으로 수입물량 전부를 돌려보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해 비난을 자초했다.
한농연은 이어 화살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돌려 "정부 스스로 굴욕외교라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협상국을 불문하고 양국이 합의한 위생조건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며 "어제 노 대통령 스스로도 민주평통자문회의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자며 자주 국방과 자주 외교를 강조하지 않았는가"라고 꼬집었다.
한농연은 "수입이 재개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조건을 변경하고 다이옥신이 검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지속한다면 어느 나라 국민이 납득하겠는가"라며 "우리 정부는 더 이상 주저할 필요도 없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농연은 "만일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망국적인 한미 FTA 체결에 발목 잡혀 미국의 눈치만 본다면 전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처할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고 말했다.
민노당 "보커스 상원의원에게 암 검진 받으라 연락해줘야겠다"
정호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도 "시급하게 미국에 연락을 취해야 할 일이 생겼다"며 "연락의 당사자는 다름 아닌 자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며 용기 있게 뼛조각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하며 무쇠 이빨을 자랑한 미국의 보커스 상원의원으로 이젠 몸속에 발암물질이 상당량 축적 되었으니 시급히 암 검진을 받도록 연락을 취해줘야겠다"고 비아냥댔다.
정 부대변인은 "만약 미국산 쇠고기 국민 식탁에 오르면 다이옥신의 축적에 의한 암 환자가 급증할 것이고 만약 한미 FTA 협상이 체결되면 미국의 의료시장이 국내에 들어오고 미국의 다국적 의약품 회사들이 활보하게 된다"며 "결국 대한민국 국민들은 암으로 죽어가며 심각한 건강권 위협에 놓일 텐데 옆에서 미국은 1석 3조의 이익을 보게 되는 결과가 된다. 국가간 이런 불평등이 또 어디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정 부대변인은 "더 이상 구구절절하게 한미 FTA 협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을 벌일 필요가 사라졌다"며 "남은 것은 오직 한가지뿐이다. 바로 정부가 한미 FTA 협상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산 수입쇠고기에서 뼛조각에 이어 다이옥신까지 검출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고, 이에 따라 한미FTA 협상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