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일본 각료들의 잇단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분개, 금주 예정됐던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총리간 정상회담도 불투명해지는 등 한일관계는 급랭하는 양상이다.

22일 외교부에 따르면, 윤병세 장관은 오는 26~27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첫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수차례에 걸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본 각료들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잇따라 참배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춘계 예대제(例大祭·4월21∼23일)를 맞아 20일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총무상이 가장 먼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이어 21일에는 일본정부 2인자인 아소 다로(麻生泰郞) 일본 부총리겸 재무상과 후루야 케이지(古屋圭司)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당당상이 줄줄이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윤 장관은 지난 2일 워싱턴을 방문한 데 이어 24일에는 중국을 방문, 왕이(王毅) 외교부 부장 등 중국 지도부와 만난 뒤 26~27일에는 일본을 방문해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정부는 윤 장관의 방일을 앞두고 일본 각료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일본에 그동안 수차례 전달했으나 일본 정부가 이를 묵살하자 방일 취소로 맞대응하기로 한 셈이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무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일총리간 정상회담도 무기한 순연되는 등 한일관계는 상당 기간 급랭할 전망이다.

당초 한중일 정상은 오는 5월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중국이 일본의 댜오위다오(센카쿠) 강점을 문제삼아 회담 연기를 요청하면서 회담은 무산됐다. 박 대통령은 이에 5월초 방미에 이어 5월말이나 6월초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진 뒤 일본과도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일 외교장관 회담 취소로 한일 정상회담 역시 성사 자체가 불투명해지는 등 한일관계는 급랭하는 양상이다. 여기에는 한국을 겨냥한 일본의 엔저 공세, 한반도 위기를 틈탄 일본의 군국주의화 가속 등 최근 일본 행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정부 또한 끈끈한 밀월을 구가했던 이명박 정권 시절과는 달리, 박근혜 정부와는 핫라인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양국관계는 상당 기간 냉랭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