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서 '안티 이회창' 확산되는 이유
[김행의 '여론 속으로']<25> 시대정신을 못읽는 구태정치인
“아무리 뛰어나도 시대정신에 맞지 않으면 리더가 될 수 없다.”
역시 시오노 나나미였다. <로마인 이야기>를 15년 만에 15권 완간하면서 내린 압축적인 결론이다. 그녀는 “마키아벨리는 역량, 운, 시대와의 부합성을 리더의 3대 요건으로 뽑았다”면서 그 중 ‘시대정신과의 부합성’을 최고의 잣대로 꼽은 것이다. 그녀다운 차가운 리얼리즘 세계에 대한 역사적 통찰이다.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 당선자들도 따지고 보면 ‘시대정신의 결과물’들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소외되고 핍박받은 민중과 민주화에 대한 완결’을, 노무현 대통령은 ‘새로운 정치’를 시대정신으로 내걸었고 또 당선됐다.
마침 한나라당에서 재미있는 일이 발생했다. 최구식 의원이 지난 15일 공개 의원총회에서 “이회창씨는 이순신보다는 원균에 가깝다”며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그런지 3일 만에 이계진 의원이 재차 나섰다. “이순신은 덕장, 이회창은 패장”이라는 것이다.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복귀를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 전 총재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다. 경기고-서울대라는 최고의 학벌과 대법원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 한나라당 총재라는 웬만해서는 흉내 낼 수 없는 경력을 가졌다.
그런데도 두 번이나 고졸 대통령에게 떨어졌다. 왜냐. 수구, 보수, 꼴통이라는 구태 정치인의 틀을 두 번이나 답습해서다. 김대중 후보와 싸울 때는 ‘귀족정치인’으로, 노무현 후보와 싸울 때는 ‘낡은 정치의 대명사’로 낙인 찍혔다.
그렇게 패했던 그가 ‘DJ식 3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나오고 안 나오고는 그의 자유다. 다만 궁금한 것은 이번에 그가 내세우고자 하는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강연정치로 보면 고작 ‘좌파정권에 대한 단죄’가 그의 시대정신이다. 반공이 국시일 수 없듯 ‘000에 대한 반대’가 시대정신일 수는 없다. 그의 트랙 레코드(track record)는 뛰어나지만, 여전히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는 구태 정치인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말마따나 “리더는 조직을 생각하고 자기 배를 채우지 않는 인물이다”에 정반대되는, 한나라당의 미래보다는 자신의 권력욕에 급급한 인물이다.
2007년 대선 역시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이 권좌를 거머쥘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아직 단정키는 어렵다. 상대가 있는 게임인 선거에서 여권주자는 떠오르지조차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간의 여론조사나 민심을 종합하면 귀결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신자유주의 또는 신보수주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다. 국민들이 잘 먹고 잘사는 ‘행복’의 문제가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는 무능하고 부패한 민주화세력에는 방점을 찍자는 것이다.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세계체제 속의 경제 및 정치질서에 발맞춰 초일류 국가로 거듭나자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적 요구가 현재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 40% 돌파’라는 수치로 나타나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보자면 그렇다. 국민들은 CEO 출신 정치인인 그가 지금까지는 ‘시대정신’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게임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라는 시대정신을 부여잡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게 이명박 식이 옳은지 , 박근혜 식이 맞는지, 손학규 식이 효율적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결국 이들은 이 ‘시대정신’을 두고 치열하게 싸울 것이다.
물론 범여권도 이에 부합하는 중도실용적인 인물을 내놓을 것이다. 경제학자 출신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가장 탐나는 후보로 부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 밖에도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처럼 성공한 CEO 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하튼 범여권 후보들도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사는 ‘행복’의 문제에 새로운 화두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의 미래는 이미 ‘초일류 대한민국’에 가 있는데, 여전히 ‘평화’라는 이념적인 시대가치를 내놓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시계는 어느 시점을 가리키고 있는 것일까. 그의 말대라면 한나라당은 ‘전쟁세력’이라는 뜻인데, 이게 통할까.
마지막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식견을 한 번 더 인용하고 싶다. “내부의 적에 정신 팔려 밖에 있는 적을 못 보는 국가와 민족은 단명한다”. 부디 김 의장이 말하는 ‘평화’가 ‘세계질서 속의 공존’을 의미하는 것이길 기대해 본다.
역시 시오노 나나미였다. <로마인 이야기>를 15년 만에 15권 완간하면서 내린 압축적인 결론이다. 그녀는 “마키아벨리는 역량, 운, 시대와의 부합성을 리더의 3대 요건으로 뽑았다”면서 그 중 ‘시대정신과의 부합성’을 최고의 잣대로 꼽은 것이다. 그녀다운 차가운 리얼리즘 세계에 대한 역사적 통찰이다.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 당선자들도 따지고 보면 ‘시대정신의 결과물’들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소외되고 핍박받은 민중과 민주화에 대한 완결’을, 노무현 대통령은 ‘새로운 정치’를 시대정신으로 내걸었고 또 당선됐다.
마침 한나라당에서 재미있는 일이 발생했다. 최구식 의원이 지난 15일 공개 의원총회에서 “이회창씨는 이순신보다는 원균에 가깝다”며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그런지 3일 만에 이계진 의원이 재차 나섰다. “이순신은 덕장, 이회창은 패장”이라는 것이다.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복귀를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 전 총재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다. 경기고-서울대라는 최고의 학벌과 대법원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 한나라당 총재라는 웬만해서는 흉내 낼 수 없는 경력을 가졌다.
그런데도 두 번이나 고졸 대통령에게 떨어졌다. 왜냐. 수구, 보수, 꼴통이라는 구태 정치인의 틀을 두 번이나 답습해서다. 김대중 후보와 싸울 때는 ‘귀족정치인’으로, 노무현 후보와 싸울 때는 ‘낡은 정치의 대명사’로 낙인 찍혔다.
그렇게 패했던 그가 ‘DJ식 3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나오고 안 나오고는 그의 자유다. 다만 궁금한 것은 이번에 그가 내세우고자 하는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강연정치로 보면 고작 ‘좌파정권에 대한 단죄’가 그의 시대정신이다. 반공이 국시일 수 없듯 ‘000에 대한 반대’가 시대정신일 수는 없다. 그의 트랙 레코드(track record)는 뛰어나지만, 여전히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는 구태 정치인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말마따나 “리더는 조직을 생각하고 자기 배를 채우지 않는 인물이다”에 정반대되는, 한나라당의 미래보다는 자신의 권력욕에 급급한 인물이다.
2007년 대선 역시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이 권좌를 거머쥘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아직 단정키는 어렵다. 상대가 있는 게임인 선거에서 여권주자는 떠오르지조차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간의 여론조사나 민심을 종합하면 귀결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신자유주의 또는 신보수주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다. 국민들이 잘 먹고 잘사는 ‘행복’의 문제가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는 무능하고 부패한 민주화세력에는 방점을 찍자는 것이다.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세계체제 속의 경제 및 정치질서에 발맞춰 초일류 국가로 거듭나자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적 요구가 현재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 40% 돌파’라는 수치로 나타나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보자면 그렇다. 국민들은 CEO 출신 정치인인 그가 지금까지는 ‘시대정신’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게임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라는 시대정신을 부여잡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게 이명박 식이 옳은지 , 박근혜 식이 맞는지, 손학규 식이 효율적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결국 이들은 이 ‘시대정신’을 두고 치열하게 싸울 것이다.
물론 범여권도 이에 부합하는 중도실용적인 인물을 내놓을 것이다. 경제학자 출신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가장 탐나는 후보로 부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 밖에도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처럼 성공한 CEO 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하튼 범여권 후보들도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사는 ‘행복’의 문제에 새로운 화두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의 미래는 이미 ‘초일류 대한민국’에 가 있는데, 여전히 ‘평화’라는 이념적인 시대가치를 내놓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시계는 어느 시점을 가리키고 있는 것일까. 그의 말대라면 한나라당은 ‘전쟁세력’이라는 뜻인데, 이게 통할까.
마지막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식견을 한 번 더 인용하고 싶다. “내부의 적에 정신 팔려 밖에 있는 적을 못 보는 국가와 민족은 단명한다”. 부디 김 의장이 말하는 ‘평화’가 ‘세계질서 속의 공존’을 의미하는 것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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