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盧, 레임덕인가? 국민 기망인가?

분양가심의위원 집단사퇴, "정부, 분양원가 공개 안하기로 결론"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9월 약속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결국 건설교통부 등 경제관료들의 조직적 저항과 노 대통령의 무관심(?)으로 일회성 '해프닝'으로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분양가심의위원 4명 사퇴 "이미 분양원가 안하기로 결론내"

노 대통령의 분양원가 공개 지시에 따라 건교부가 지난달 만든 건교부 자문기구인 ‘분양가제도 개선위원회’ 민간위원 4명이 이달초 사퇴한 사실이 18일 뒤늦게 밝혔졌다.

건교부에 따르면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 부집행위원장인 참여연대의 김남근 변호사를 비롯해 변창흠 세종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 서순탁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 등 민간위원 4명이 지난 7일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들 민간위원은 참여연대·환경정의 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소속이다. 이들은 8일과 15일 회의에 불참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사퇴이유와 관련, "분양원가 공개를 민간 아파트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기 위해 위원회가 구성됐는데 회의에 참석해 본 결과 확대하지 않는 것으로 방향이 이미 잡힌 것 같았다"며 "위원회에서 더 활동할 의미를 찾지 못해 사퇴서를 냈다"고 밝혔다. 변창흠 교수도 “정부가 분양원가 공개를 확대하지 않는 데 방패막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고, 남상오 총장은 “위원회의 구성이 분양 원가 확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 소수 의견이 반영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양가위원회는 민간 위원 15명과 관료 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공동위원장은 이춘희 건교부 차관과 박환용 경원대 교수가 맡고 있다. 건교부는 이들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분양가심의위원회를 계속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위원회의 파탄은 이미 한달 전부터 예고됐던 것이었다. 한 예로 이번에 위원직을 사퇴한 김남근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에는 건설회사 대표부터 나같은 시민단체대표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분양원가 공개 자체를 반대하는 전문가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실상을 밝히며 위원회 구성에 강한 불만과 의혹을 제기했었다.

열린당 "기대 걸었던 이용섭 건교장관 실망"

건교부와 재경부의 강고한 '분양원가 공개 불가' 방침은 지난 15일 열린우리당과의 당정협의에서도 그 실체를 드러냈었다.

분양원가 공개-환매조건부 분양 등의 도입을 약속했던 열린우리당의 호언과 달리, 이날 회의는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라는 미봉책만 발표하며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회의에 참석했던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권오규 경제부총리야 원래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해 그렇다고 치더라도, 믿었던 이용섭 건교장관마저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해 실망이 컸다"며 "정부는 이미 노 대통령이 약속했던 분양원가 공개를 없던 일로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분양원가 공개를 당론으로 추진하던 열린우리당은 '믿었던 이용섭'에 대해 강한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대통령은 모른 척, 공무원들에게 러브레터만 보내

노 대통령은 최고 행정수반이다. 공무원들에게는 그의 결단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작금에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싸고 보여지는 공무원들의 행태는 노골적인 '항명'이다.

그런데도 어인 일인지 노 대통령은 이같은 '조지적' 항명-하극상을 외면하고 있다. 도리어 최근 두차례나 <청와대 브리핑>에 '공무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낼 정도로 공무원들의 환심사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한자리 숫자 지지율이 의미하듯 국민들에게 외면받자 공무원들만이라도 자신의 편으로 삼겠다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낳는 대목이다.

분양원가 공개를 당론으로 추진하던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진 건지, 아니면 또한차례 국민을 기망한 건지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분양원가 약속 파기는 열린우리당 반노진영에게 새로운 반격의 빌미를 제공할 전망이다. 이미 김근태 의장은 18일 비대위 회의에서 "지난주 당정협의에서 당과 정부 사이에 일정한 시각차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미 수차에 걸쳐 천명한 것처럼 당과 정부 사이에 시각차가 있을 경우 민의를 대변하는 당의 결정을 앞세울 수밖에 없다"고 최후 통첩을 던졌다.

노 대통령의 분양원가 공개 약속후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90%는 "노 대통령 재임기간중 분양원가 공개는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역시 국민은 현명했다.
박태견 기자

관련기사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