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책임 있는 지도부라면 왜 자기성찰을 전제로 불출마 선언을 않느냐. 노무현 대통령도 내년 신년사를 통해 자신의 국정철학에 대해 반성이 담긴 고백을 해야한다. 통합신당파와 대통령간의 싸움은 누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둘 다 패배하는 싸움이다. 당청 간 합의된 퇴각을 위한 일정을 제시하든지 아니면 전면전을 하고 공멸한 뒤 새로운 정치 세력을 위한 자양분이 돼야 한다"(정성호 한양대 제3섹터 연구소 연구교수)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주최한 ‘민주세력, 정계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 토론회에서는 정계개편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정파들에 대한 각계의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성호 "盧는 보수세력이 보낸 트로이의 목마"

열린우리당 창당 멤버였던 김성호 전 민주당 의원은 '새로운 민주정당 건설이 새로운 희망이다'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열린우리당은 통합신당을 민주, 개혁, 평화, 번영, 복지세력 이라고 하는데 어중이떠중이의 연합체인 통합신당을 만든다고 국민이 속아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을 해산하는 길만이 민주개혁세력의 발전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기회주의적인 정치인들은 고건 전 총리와 구태정치 벗어나지 못한 민주당과 연대하겠다고 하는데 민주당에 투항하면 된다. 보수 성향 의원들은 신자우주의 보수대연합으로 명확한 정치적 선택을 하거나 한나라당에 입당하면 된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걸핏하면 대연정하자하고 노선이 다르지 않다니 한나라당과 합당하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민주주의를 파괴한 사람 둘을 꼽는다면 형식을 파괴한 이인제 의원과 실질적인 내용을 파괴한 노무현 대통령을 들 수 있는데 이 둘이 한국 민주주의 제체를 훼손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개혁세력의 입장에서 보면 보수우익이 보낸 트로이의 목마이자 민주개혁에 편승한 기회주의자"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의 대연정 발언은 우리당 창당 후 최고의 해당행위였고 당은 노무현 당원을 제명했어야 함에도 `개인사당', `홍위병 정당'으로 전락해 그러지 못했다"며 정동영 신기남 천정배 유시민을 `홍위병 4인방'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김헌태 "리더십 새로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계개편은 무의미"

토론자로 나선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소장은 "리더십이 새로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계개편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도토리 키재기식 지지율밖에 못받고 있는 범여권 후보들 대신 '새로운 인물'의 출현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또 " 당내에서 우선 정체성과 관련된 갈등을 먼저 해소한 다음에 정계개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통합신당을 인위적으로 추진할 경우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내부도 극복 못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철학이 모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열리우리당은 개혁세력 민주화 세력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는 부적절하다"며 "어제 여론조사를 해보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개혁돼야 할 대상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더라. 개혁돼야 할 대상이 개혁세력을 자처하는 것은 오만한 태도"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지역주의' 발언에 대해서도 "지역주의 타파란 이미 낡은 목표임에도 대통령이 국민들의 밑바닥 요구를 자꾸 놓친다"고 비판한 뒤, "국민은 민주화 구도가 탄핵과 총선을 거치면서 이미 종료됐다고 생각하고 이념적 편향이 오히려 경제를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홍 "열린당 소수 양심세력과 사회 제세력이 새 정치세력 만들어야"

열린우리당내 진보개혁진영의 좌장 격인 김태홍 의원은 "또 다른 줄서기를 통해 이힙집산하는 것으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며 "여당의 마지막 남은 소수 양심세력과 사회의 제 세력이 연대해 새로운 정치세력을 모색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경제정책 실패와 관련해서도 "빈부격차 등 양극화의 문제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가 심화된 것은 정부가 출범초기부터 경제각료 선임을 잘못하면서 실패한 것"이라며 "경제각료는 자본주의의 마지막 감독기관인데도 이들이 마피아를 형성하고 청와대에도 이들이 아직 남아 있다"고 비난했다.

김종인 민주당 의원은 "대선을 1년 앞두고 여권 단일후보니 대통합이니 하는 일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이라며 "과거에는 여당이 힘이 세서 야당이 단일화를 하는 정계개편을 겪어봤지만 이 정권은 과반수 의석으로 출발한 뒤 불과 3년 만에 더 이상 여당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쇠락했다"고 정부여당의 무능을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 정권은 정치 사회 정책 측면에서도 뚜렷한 목표가 없고 그러니 자기들을 지지했던 이들을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또 계층간, 지역간 지지도 얻지 못하고 대통령 후보나 현 대통령의 후광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니 다음 정권 어떻게 잡겠느냐며 정계개편 이야기나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권여당에 민주화 세력이 잔뜩 들어가 있지만 민주화라는 것을 과연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부진하다"며 "다음에 나올 정당은 도대체 민주주의 원칙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기본부터 알고나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민주개혁세력 분열에 현저한 역할을 한 사람은 이번 정계개편에는 자숙하고 안보이는 것이 적절하다"며 "똑같은 이야기로 열리우리당 창당멤버들도 정계개편 주도권 이야기를 하는데 그분들이 나와서는 국민에 감동을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열린당은 떠돌이 약장사"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떠돌이 약장사와 약사는 약을 판다는 점은 같지만 다른 점이 있다”며 “약사가 안정된 공간에서 병과 약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고 약제를 분류하고 파악해 환자에게 맞는 약을 처방해 건강사회에 크게 기여하지만, 떠돌이 약장사는 이곳저곳 장터를 옮겨다니며 병과 약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약과 상관없는 요란한 음악과 몸짓으로 사람을 불러 모아 기행적 공연으로 환심을 산 뒤 ‘애들은 가라’며 지불능력이 없는 사람은 돌려보내고 ‘돈만 내면’ 환자의 상태와는 무관하게 똑같은 약을 팔고 건강을 해친다”고 열린당을 약장사에 비유했다.

심의원은“열린우리당은 서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인 사회경제적 의제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는 가운데 서민, 중산층, 재벌, 부동산 부자등 구별없이 다 끌어들이는 잡식성 정치를 위해 추상적이고 애매한 개념만 양산하지만, 결국 정치의 과정에서 모두에게 절망을 주는 정치로 귀결되었다”며 “서민과 중산층 정당을 표방하고서도 집값 폭등 내수 침체 등으로 서민과 중산층에게 가장 큰 고통을 준 열린우리당과, 인수위 때 국민이 대통령이라고 선언하고서도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이 된 노대통령이 이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비판했다.

심의원은 “떠돌이 약장사를 연상케 하는 정계개편이나 낡은 자재를 부쉈다 지었다 하는 ‘토목주의 정치’가 아니라 명확한 지지기반과 그 정책에 근거한 정치로 가야하며, 이를 위해 각 정치세력들은 자기 정치의 주소를 분명히 고백함으로써 ‘정치의 현대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의 오늘의 문제는 개혁을 하겠다면서 개혁을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며 "또 현재의 정계개편은 선거 때마다 오는 정치권의 이합집산에 불과하고 진정한 정계개편은 진보 대 보수의 구도"라고 주장했다.

천정배 "정계개편 앞서 반성부터"

김 전의원으로부터 '홍위병 4인방' 중 하나로 지목된 천정배 의원은 인사말에서 "진로와 관련해서 고수냐 통합신당이냐라는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열린우리당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지난 3, 4년 전에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출발한 우리가 왜 이 지경에 처했는지 성역 없는 반성부터 할 필요가 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이날 토론회는 단순한 토론회가 아니라 여야에서 그래도 서로 얘기가 될만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며 "앞으로 이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내에서 촉발된 정계개편 논의가 서서히 다른 영역으로 확대돼 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