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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중채무자 대부분 빚 갚기 어려워”

민주노동당, 채무상담 2년 실태조사 발표

오숙경씨(가명)는 자신의 카드를 남편이 정수기 판매사업자금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남편은 밤낮없이 정수기 판매에 매달렸지만, 사무실 운영경비만 지출되는 등 적자만 늘어났다.

오씨는 채무가 급격히 늘자 시골에 있는 병중에 있는 시부모님댁으로 살림을 옮겼다. 농가부채로 채무를 지고 있던 시아버지는 2003년 3월 “자신이 자식의 채무상환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병원비도 계속 들어가 채무가 늘고 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씨는 새벽에 신문을 돌리고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남편이 빌린 본인 명의의 채무 5천만원을 감당하려했지만 이자만 늘어날 뿐 원금은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오씨는 2006년 1월 남편과 이혼한 후 현재 보증금 3백만원에 월세 25만원을 내는 월세방에 거주하며 개인파산을 준비하고 있다.

평범한 가정에서 일가족 개인파산으로 내몰려

부인과 두 아이를 둔 평범한 가장 권승진씨(가명)는 99년 판촉물 회사에서 영업활동을 하다 교통사고로 2개월 간 입원치료 진단을 받았고 이 기간 회사는 외환위기의 여파로 폐업해 일자리를 잃었다.

권씨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취업이 어려워 생활비와 두 아이의 교육비를 카드로 지불하고 고정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빚이 늘어가자 아파트를 처분해 금융권의 부채를 해결했다.

그러나 2003년 초등학교 수련회에 갔던 아들이 손에 골절상을 당하고 권씨도 건축일용직으로 일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비용으로 다시 채무를 지게 됐다.

사고 후유증으로 채무는 늘어갔고 부모님의 도움으로 1천만원의 채무를 변제했지만 한번 늘어난 채무는 줄지 않았다.

권씨는 낮에는 일용직 노동자로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채무변제에 노력했지만 결국 2005년 4월, 4천5백만원의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법원에 개인파산면책신청을 했다.

과중채무.개인파산자 대부분 생계형, 도덕적 해이는 일부 불과

경기 침체가 서민경제 악화로 연결되면서 생계형 과중채무자와 개인파산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는 지난 2년간 실시해 온 ‘과중채무자 피해구제 상담 및 실태조사’ 결과를 11일 공개했다.

지난 2년간 총 5천4백52건의 채무상담을 진행한 결과 과중채무자의 평균 채무액은 2천만원~5천만원(50.2%, 2천7백37명)에 월 소득은 1백만원 미만(44.3%, 2천4백13명)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비정규직(43.4%, 2천3백68명)이거나 무직자(2천1백10명, 38.7%)였다.

대부분의 과중채무가 경기침체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에게 집중됐고 앞으로 빚을 갚을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얘기다.

또한 채무 증대 이유는 사업자금 (2천6백51명, 32.1%), 생활비 (2천26명, 24.5%), 보증(1천67명, 12.9%)등의 순으로 나타났고 사치.도박 등 이른바 ‘도덕적 해이’는 1백19명(1.4%)에 불과, 생계형 과중채무의 심각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과중채무자들은 잦은 독촉 전화(2천3백59명, 28.5%), 제3자인 가족.지인들에게 채무사실을 고지(1천67명, 12.9%), 욕설.폭언.협박에 노출(8백30명, 10.0%)되는 등 불법추심에 시달려야했다.

이런 채권사들의 악질적인 불법채권 추심에 시달리면서도 과중채무자들은 파산제도에 대한 인식부족(2천4백57명, 27.1%), 비싼 변호사 선임비(2천2백73명, 25.1%), 본인 및 가족에 대한 불이익 우려(1천6백16명, 12.7%) 등으로 개인파산 신청을 주저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과중채무자 절반, 홍보부족과 소송비용 탓에 개인파산 주저”

개인파산제도에 대한 홍보나 무료 법률구조 활성화 등 과중채무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위해 도입된 제도들이 여전히 홍보.인력 부족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들이다.

이와 관련 경제민주화운동본부는 지난 2001년 이자제한법 부활운동을 시작으로 가계부채 SOS운동을 통해 과중채무자들에 대한 상담을 진행해왔다.

또 2004년 10월부터는 과중채무자들이 정부의 무대책과 채권금융기관의 불법채권추심에 떠밀려 돌려 막기와 자살 등에 빠지는 것을 막고, 채무자 스스로 합리적 채무조정법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기 우한 무료 공개강좌를 병행해 오는 12일 1백회째를 맞는다.

이와 관련 경제민주화운동부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후 6시 30분에는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나홀로 빚탈출 강좌 1백회 기념식을 갖는다.

이 자리에는 당 국회의원, 최고위원들을 비롯해 강좌를 거쳐간 채무자 1백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민주노동당 “이자제한법 부활, 전월세 안정으로 서민경제 파산 막아야”

한편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국 법원에서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자는 7만3천2백32명으로 작년 3만8천7백73명의 1.9배에 달했다. 국민 6백36명 당 1명꼴로 개인파산에 빠지고 있는 셈이다.

또한 파산자들이 빚을 전액이나 일부 감면받을 수 있는 면책신청도 올해 8월까지 7만8천9백82건이 접수돼 서민 경제 악화에 따른 사회양극화 심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은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중인 이자제한법 부활을 통해 생계형 고리대금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는 한편, 서민가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월세 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을 내년 초 입법발의할 예정이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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