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엔 盧테크 잘하는 게 최고의 재테크"
[김행의 '여론 속으로']<23> '민심' 모르는 정치권과 언론
“이제 2007년 1년만 잘 버티면 돼. 어떻게든 잘 견뎌, 살아남아야 하니까.”
지난 주, 한 술자리에서의 화두였다. 얘기에 좀 끼어들려다 동석한 지인으로부터 호되게 당했다. 이젠 기자도 아닌 필자가 단지 정치칼럼을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자 취급당해서다. 정치인이고, 기자고 나발이고 도통 나라 돌아가는 꼴을 모른다는 것이다.
언론을 도배한 노무현의 망발이나, 정계개편 논의의 난맥상, 열린우리당의 파열음, 한나라당의 무능과 오만 등이 모두 토악질 날정도로 역겹다고 한다.
역겹기의 절정은 부동산 광풍. 그 주적은 정치권과 언론이란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다고 한다. 내년 1년 동안 차라리 정치권과 부동산뉴스는 아예 쓰지도 말라고. 기자들이 ‘노무현’을 타이핑하는 순간 자동 기사 삭제 기능이 작동했으면 좋겠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얼마 전, 광주광역시에 문상을 갔다. KTX에서 내려 장례식장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시가지를 관통하는데, 온 중심가가 암흑이다. 택시 기사에게 물었다. “왜 이리 어두워요?” “말도 마쇼. 대낮에도 텅 비었소. 이 동네 지역경제가 갈 데까지 간 데다 도청까지 빠져나가니 장사가 되겄소? 충장로고 뭐고 다 문 닫았소. 열어 봤자 뭐할 것이요. 하루 매출이 2∼3만원도 안 되는디. 여기는 아파트값도 똥값이고 땅이고 집이고 거래가 안 되는 동네요.” 지방경제는 이미 사망선고 받은 지 오래다.
개봉동에 사는 필자. 친구가 농을 건다. “종부세 안내지? 공시지가 6억 이상인 집에 살아야 종부세를 내는데. 그러려면 시가가 11억은 넘어야 돼. 그런 집이 개봉동에 있을 리가 없지.”
신문지면에 보면 ‘세금폭탄’ 운운하는데 그 세금폭탄은 도대체 누구에게 떨어졌다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서인가. 시민모임인 ‘아파트값 거품내리기모임’에 부동산 5적으로 개인 1위는 노무현, 단체 1위는 <조중동>이 꼽혔다고 한다. 나는 요즘, 부동산과 세금에 관한 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도 <조중동>의 언사도 이해를 못하겠다. 분명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래도 필자의 직장은 삼성동에 있다.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는 대한민국 상위 1% 안에 드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출근 길, 남편이 한마디 한다. 행여 ‘강남착시 현상’에 빠지지 말라고. 그쪽에 사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기십 억 짜리 아파트에 살고, 종부세를 내고, 명품을 사대며, 외제차를 몰고, 자녀들을 외국으로 조기유학 보내고, 1인당 수십만 원짜리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는 것은 단지 ‘1%의 축제’ 라고.
한마디 더 붙인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돈 도는 곳은 강남과 거제, 울산밖에 없어. 언제 일찍 퇴근하면 개봉동이나 비(非)강남권쪽에 가서 밥먹어봐. 몇 개 식당만 빼고 모두 죽는 소리야, 죽는 소리.” 남편은 대한민국의 심각한 부의 불평등과 상위 1%에 의해 장악되는 언론, 그리고 개봉동과 강남을 오가는 필자의 ‘강남착시 현상’을 우려하고 있었다.
출근 길, 대치동 은마아파트 앞을 지나다가 길이 막혀 서있는 차 속에서 주변 아파트를 유심히 살펴봤다. 참 많이도 낡았다. 아파트 실내가 어쩐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외양으로 보기엔 개봉동의 연립아파트 수준이다. 그래도 십억이 넘는다니 할 말이 없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과연 저 안에 사는 사람들은 강남사람으로 싸잡아 몰릴 만큼 ‘삶의 질’이 높은 것일까.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만났다. 노무현의 하야발언이 있은 직후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2007년엔 ‘노(盧)테크’를 잘하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라는 것이다. “노(盧)테크가 뭡니까?”
“내년 1년, 노무현 관리를 잘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가의 제 1 과제입니다. 끌어내릴 수도 없으니, 더 이상 사고나 치지 않도록 관리해야죠. 다행이라면 이제 노무현을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으로 보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이제 내성이 생긴 것이지요. 오직 노(盧)를 관리하는 데 여당과 야당이 합심해야 합니다.”
한 사업가의 전망은 계속 이어졌다.
"개인들도 살 방도를 생각해야죠. 노(盧)테크는 바로 노(NO)테크 입니다.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아무런 재테크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야말로 NO, NO, NO 테크죠. 사업하는 사람들은 신규투자하지 말아야 합니다. 현금보유가 장땡이죠. 그리고 개인은 집 사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사면 상투 잡는 것입니다. 강남 집값이 일본 동경보다 더 비싸요. 대한민국 경제규모에 말도 안 되는 집값이죠. 결국 정권이 바뀌어야 끝납니다. 지금, 부동산 광풍이라지만, 2008년이 되면 아마 온 국민이 피 볼 겁이다. 벌써 약삭빠른 기업들은 기업보유 부동산 내놓고 있지 않습니까? 상투시점에 팔아 현금 보유하자는 것이지요. 그냥, 노(NO)테크로 숨죽이며 내년 1년 버텨보는 것이 살길입니다.”
길고 긴 한숨 끝의 한마디가 더욱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위대합니까. 이런 정치판과 언론환경에서도 버티고 있으니. ‘노 ․ 무 ․ 현’을 버텨낸 우리 민족은 엄청 성장할 겁니다.”
오늘 아침 신문 1면을 장식한 뉴스도 여지없이 ‘열린우리당발(發) 정계개편 시나리오’다. 정치인과 언론은 여전히 딴청을 피우고 있다. 대한민국의 언론은 정치인과 기자들 밥벌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가. 그들은 정녕 딴 나라 사람들인가.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민초의 신음과 불만을 과연 정치놀음으로 포장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번 한 주도 답답함은 조금도 덜어지지 않을 것 같다.
지난 주, 한 술자리에서의 화두였다. 얘기에 좀 끼어들려다 동석한 지인으로부터 호되게 당했다. 이젠 기자도 아닌 필자가 단지 정치칼럼을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자 취급당해서다. 정치인이고, 기자고 나발이고 도통 나라 돌아가는 꼴을 모른다는 것이다.
언론을 도배한 노무현의 망발이나, 정계개편 논의의 난맥상, 열린우리당의 파열음, 한나라당의 무능과 오만 등이 모두 토악질 날정도로 역겹다고 한다.
역겹기의 절정은 부동산 광풍. 그 주적은 정치권과 언론이란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다고 한다. 내년 1년 동안 차라리 정치권과 부동산뉴스는 아예 쓰지도 말라고. 기자들이 ‘노무현’을 타이핑하는 순간 자동 기사 삭제 기능이 작동했으면 좋겠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얼마 전, 광주광역시에 문상을 갔다. KTX에서 내려 장례식장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시가지를 관통하는데, 온 중심가가 암흑이다. 택시 기사에게 물었다. “왜 이리 어두워요?” “말도 마쇼. 대낮에도 텅 비었소. 이 동네 지역경제가 갈 데까지 간 데다 도청까지 빠져나가니 장사가 되겄소? 충장로고 뭐고 다 문 닫았소. 열어 봤자 뭐할 것이요. 하루 매출이 2∼3만원도 안 되는디. 여기는 아파트값도 똥값이고 땅이고 집이고 거래가 안 되는 동네요.” 지방경제는 이미 사망선고 받은 지 오래다.
개봉동에 사는 필자. 친구가 농을 건다. “종부세 안내지? 공시지가 6억 이상인 집에 살아야 종부세를 내는데. 그러려면 시가가 11억은 넘어야 돼. 그런 집이 개봉동에 있을 리가 없지.”
신문지면에 보면 ‘세금폭탄’ 운운하는데 그 세금폭탄은 도대체 누구에게 떨어졌다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서인가. 시민모임인 ‘아파트값 거품내리기모임’에 부동산 5적으로 개인 1위는 노무현, 단체 1위는 <조중동>이 꼽혔다고 한다. 나는 요즘, 부동산과 세금에 관한 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도 <조중동>의 언사도 이해를 못하겠다. 분명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래도 필자의 직장은 삼성동에 있다.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는 대한민국 상위 1% 안에 드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출근 길, 남편이 한마디 한다. 행여 ‘강남착시 현상’에 빠지지 말라고. 그쪽에 사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기십 억 짜리 아파트에 살고, 종부세를 내고, 명품을 사대며, 외제차를 몰고, 자녀들을 외국으로 조기유학 보내고, 1인당 수십만 원짜리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는 것은 단지 ‘1%의 축제’ 라고.
한마디 더 붙인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돈 도는 곳은 강남과 거제, 울산밖에 없어. 언제 일찍 퇴근하면 개봉동이나 비(非)강남권쪽에 가서 밥먹어봐. 몇 개 식당만 빼고 모두 죽는 소리야, 죽는 소리.” 남편은 대한민국의 심각한 부의 불평등과 상위 1%에 의해 장악되는 언론, 그리고 개봉동과 강남을 오가는 필자의 ‘강남착시 현상’을 우려하고 있었다.
출근 길, 대치동 은마아파트 앞을 지나다가 길이 막혀 서있는 차 속에서 주변 아파트를 유심히 살펴봤다. 참 많이도 낡았다. 아파트 실내가 어쩐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외양으로 보기엔 개봉동의 연립아파트 수준이다. 그래도 십억이 넘는다니 할 말이 없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과연 저 안에 사는 사람들은 강남사람으로 싸잡아 몰릴 만큼 ‘삶의 질’이 높은 것일까.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만났다. 노무현의 하야발언이 있은 직후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2007년엔 ‘노(盧)테크’를 잘하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라는 것이다. “노(盧)테크가 뭡니까?”
“내년 1년, 노무현 관리를 잘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가의 제 1 과제입니다. 끌어내릴 수도 없으니, 더 이상 사고나 치지 않도록 관리해야죠. 다행이라면 이제 노무현을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으로 보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이제 내성이 생긴 것이지요. 오직 노(盧)를 관리하는 데 여당과 야당이 합심해야 합니다.”
한 사업가의 전망은 계속 이어졌다.
"개인들도 살 방도를 생각해야죠. 노(盧)테크는 바로 노(NO)테크 입니다.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아무런 재테크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야말로 NO, NO, NO 테크죠. 사업하는 사람들은 신규투자하지 말아야 합니다. 현금보유가 장땡이죠. 그리고 개인은 집 사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사면 상투 잡는 것입니다. 강남 집값이 일본 동경보다 더 비싸요. 대한민국 경제규모에 말도 안 되는 집값이죠. 결국 정권이 바뀌어야 끝납니다. 지금, 부동산 광풍이라지만, 2008년이 되면 아마 온 국민이 피 볼 겁이다. 벌써 약삭빠른 기업들은 기업보유 부동산 내놓고 있지 않습니까? 상투시점에 팔아 현금 보유하자는 것이지요. 그냥, 노(NO)테크로 숨죽이며 내년 1년 버텨보는 것이 살길입니다.”
길고 긴 한숨 끝의 한마디가 더욱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위대합니까. 이런 정치판과 언론환경에서도 버티고 있으니. ‘노 ․ 무 ․ 현’을 버텨낸 우리 민족은 엄청 성장할 겁니다.”
오늘 아침 신문 1면을 장식한 뉴스도 여지없이 ‘열린우리당발(發) 정계개편 시나리오’다. 정치인과 언론은 여전히 딴청을 피우고 있다. 대한민국의 언론은 정치인과 기자들 밥벌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가. 그들은 정녕 딴 나라 사람들인가.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민초의 신음과 불만을 과연 정치놀음으로 포장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번 한 주도 답답함은 조금도 덜어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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