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김재록 싹쓸이 배후는 기업구조조정위"

이한구 "위원회 연락후 곧바로 김재록 나타나", '이헌재 배후설' 제기

IMF사태후 김재록씨가 대표로 있던 아더앤더슨이 부실기업 컨설팅을 싹쓸이한 배경에는 기업구조조정위원회와 주무장관 등 당시 실세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새로 나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당시 기업구조조정위원장을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던 오호근씨가 맡고 있었고, 당시 기업-금융구조조정을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이 총괄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본격적으로 이헌재-김재록 커넥션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위 연락후 곧바로 김재록 출현"

한나라당의 ‘김재록 게이트 권력형비리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고 있는 이한구 의원은 30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김재록 게이트’를 "전방위 로비와 금융기관 경영진 개편에 개입한 대형로비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는 따라서 “당시 김씨가 지사장을 맡고 있던 아더앤더슨이 엄청나게 많은 구조조정 프로젝트를 수주한 배경과, 김씨가 부실기업을 평가 및 매각을 중개하면서 해외의 투기자본과 연계한 부분 및 김씨가 고위 관료들이나 금융기관 경영진을 개편하는 데 개입한 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IMF사태 당시 대우경제연구소 사장을 맡고 있던 이 의원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사실상의 정부 외압으로 컨설팅을 아더앤더슨에 맡겨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의원은 “당시 대우경제연구소 사장을 하면서 기업구조조정과 금융기관 구조조정 업무를 훤하게 꿰뚫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을 잘 아는데, 당시 기업구조조정 초창기에는 아더앤더슨이 세지 못했지만 이후 상당한 물량을 가져갔다”며 “장관회의, 은행장모임, 재벌 구조조정본부 등을 통해 기업이나 부동산, 채권을 처분하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아더앤더슨에게 연결이 됐고 구조조정 프로젝트를 가져가는 방식도 매우 특이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실자산을 처분해야 할 때 사전에 부실상태 점검 등 실사를 해야하는데 이 경우 기업구조조정위원회에서 연락이 왔다”며 “조사 결과 연락이 오면 곧바로 김씨가 나타났고, 부실기업인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컨설팅 가격을 요구하면서 일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IMF사태후 기업구조조정에 깊게 관여했던 오호근씨가 지난해에는 라자드 아시아 회장으로 변신해, 소버린의 SK 공략의 선봉역할을 맡아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샀다. ⓒ연합뉴스


이의원은 “기업구조조정위원장의 경우 오호근씨 등 몇 사람이 바뀌어 맡았는데 위원장이 반드시 중요하지 않았고 실세가 있었다"며 ”이는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회가 위에서 지시를 받기 때문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절차와 의사결정이 위에서 정해져 내려왔다“고 밝혔다.

그는 “부실기업 입장에서는 실사를 받고 컨설팅에 대한 보고서를 받는데 구조조정의 중요한 내용에 대한 승인을 구조조정위원회, 장관 등 정부측에서 해줘야 했다”며 “시키는대로 안하면 승인을 받지 못하는 메카니즘이었다”고 폭로, 아더앤더슨의 컨설팅 싹쓸이 뒤에 구조조정위원회와 주무장관이 있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누구에게 맡기라는 것이 결정돼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결정은 과연 누가 했겠는가“라고 재차 배후 의혹을 제기했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이헌재 사단이 장악

이한구 의원이 아더앤더슨의 싹쓸이 컨설팅의 배후로 지목한 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1998년 6월24일 2백36개 채권 금융기관들이 은행연합회관에서 '기업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금융기관 협약'을 체결하면서 만들어졌다.

이 위원회는 채권금융기관들이 기업의 회생 가능성 여부를 자율적 협의로 결정하지 못할 경우 퇴출 여부 및 구조조정 방안을 최종 결정하는 사실상의 '기업 생사 여탈권'을 쥐고 있었다. 이 위원회는 1999년에는 12개 대우 계열사의 워크아웃과 해외채권 매각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위원회는 외형상으론 민간자율기구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한 예로 이 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은 오호근씨가, 사무국장은 이성규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맡았다. 이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헌재 사단'의 구성원들이었다. 오호근씨에 대해선 이헌재 당시 위원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굴러들어온 보물"이라는 격찬을 아끼지 않았고, 이성규 사무총장은 훗날 <이헌재식 경영철학>이라는 책까지 쓸 정도였다.

따라서 이한구 의원이 김재록의 배후로 '장관'이라는 표현만 사용하고 구체적 실명을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이헌재 금감위원장을 지목한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1970년대말까지 재무부에서 한밥을 먹었던 이헌재 전장관과 이한구 의원이 대우해체 과정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대척점에 서는 양상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홍국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