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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군왕이 실패하면 권좌에서 물러나야"

"국정, 관념적 공리공론에 치우치면 쇠퇴" "빈부격차 해소해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군왕이 실패했을 때 백성은 군왕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다"며 맹자의 말을 인용해 '민중 저항권'을 언급,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18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아시아 소사이어티' 주최로 열린 `아시아 청년지도자 포럼'에서 한 '아시아시대와 리더십'라는 제목의 기조 연설을 통해 아시아적 리더십의 첫번째 특징으로 "백성을 사랑하는 리더십, 정책이 잘못되었을 때 그 책임을 지는 리더십"을 꼽았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아시아는 오랜 전통을 통해서 군왕과 지배층이 백성을 사랑하고 아끼는 덕치(德治)가 존중되어 왔다"고 말한 뒤 맹자의 '민중 저항권'을 거론한 뒤 "이는 철저히 민주주의와 상통하는 사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 시민혁명기에 앞서 프랑스의 루소는 "인민의 저항권"을 주장, 시민혁명의 이론적 근거를 제기했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두번째 필요한 리더십으로 '실사구시의 리더십'을 거론한 뒤 "실사구시적 리더십이 제대로 시행되었을 때 국정은 크게 융성했고 '실체적 일을 통해서 진리를 구한다'는 현실주의적 생각이 아시아의 지도층에는 면면히 유지되어 왔다"며 "그러나 관념적인 공리공론에 치우쳤을 때는 쇠퇴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빈부격차를 해소시키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어떠한 미사여구도, 어떠한 찬란한 공약도 빈부격차를 해결하지 못하면 공염불"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어디까지나 아시아 일반의 가치를 설명하는 과정에 나온 것이지, 국내적 정치현실을 거론한 것은 아니다.

그의 발언은 그러나 최근 부동산대란 발발로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이 한 여론조사에서 통치불능 단계인 11%까지 급락할 정도로 민심이 흉흉한 민감한 시점에 나온 데다가, "관념적 공리공론" "빈부격차" 등 해석하기에 따라선 참여정부의 실정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해석가능한 대목들도 있어 정치권 안팎에 간단치 않은 파문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8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아시아 소사이어티' 주최로 열린 `아시아 청년지도자 포럼'에 참석, 문제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은 김 전 대통령 연설문 전문.

아시아 시대와 리더십

존경하는 비샤카 데자이(V. N. Desai) 아시아 소사이어티 회장, 아시아의 젊은 지도자 여러분, 그리고 내외귀빈 여러분!

아시아의 젊고 유망한 지도자들이 모여 서로 토론하고 미래를 위한 협력을 다짐하는 이 자리는 매우 뜻 깊은 자리입니다. 이러한 자리에 초청받아서 말씀하게 된 것은 저로서는 다시없는 영광이고 기쁨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아시아란 무엇이겠습니까?

첫째, 아시아는 약 만년동안 농업경제가 지배하던 사회였습니다. 지금도 그 유산은 풍부하게 남아있습니다.

둘째, 아시아에는 ‘백성을 가지고 하늘로 삼는다(以民爲天)’, ‘모든 만물에는 부처님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萬有佛性)’는 사상이 있었습니다. 초월적 존재인 신(神)보다는 사람 그 자체가 하늘이요, 부처님이라는 사상이 지배했었습니다.

셋째, 아시아에는 기원 3세기경부터 봉건제도를 타파하고 군현제도가 실시되었습니다. 귀족이나 영주의 세습제도를 배제한 것입니다.

넷째, 아시아에서는 군현제도의 실시와 더불어, 부자세습의 봉건적 관료제도가 폐지되었습니다. 그리고 ‘과거’라는 고등고시의 시험제도에 의해서 고위공무원을 등용했습니다. 따라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교육이 크게 발달되었습니다.

다섯째, 아시아는 농경시대에 그 융성의 정점을 이루었습니다. 1820년 중국은 세계 GDP의 27%를 차지하고 인도는 14%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반해 그 당시 영국은 세계 GDP의 5%, 그리고 미국은 1%를 차지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19세기 산업사회로 들어서고 식민지 시대가 열림으로써 서구사회는 급격히 융성하고 아시아 국가들은 몰락했습니다.

여섯째, 21세기와 더불어 지식경제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아시아는 다시 일어서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는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풍부한 지하자원과 자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그렇다면 이제 아시아 시대가 과연 올 것입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가능성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아시아는 EU, NAFTA 등과 더불어 세계경제의 3대 축을 이룩하며 21세기 지식사회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아시아는 교육 전통이 풍부하고 자연자원 또한 풍부합니다. 지식산업이나 전통산업, 어느 분야에서도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아시아가 EU나 NAFTA 지역보다 그 결집력이 많이 떨어진 것은 반성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에는 또한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유교,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세계의 모든 주요 종교가 존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매우 다행인 것은 중동지역을 제외하고는 전 아시아가 종교간의 평화적 공존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아시아 시대를 가져올 큰 강점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저는 1998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었던 ‘아세안+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동아시아공동체의 구상을 발표하고 이를 준비하기 위한 ‘동아시아비전그룹’(EAVG)의 형성을 제안해 채택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동아시아 각국은 다년간의 연구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작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제1회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열었습니다.

유럽에서 슈만 플랜(Schuman Plan)을 시작으로 오늘날의 EU가 성립될 때까지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동아시아공동체도 하루 사이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세계화와 지역화가 병행하고 있는 이때에 아시아만 그 대열에서 오래 떨어져 있을 수는 없습니다. 아시아공동체는 각국의 이익과 아시아 전체의 공동발전에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필요성이 있으면 행동이 있습니다. 동아시아공동체, 혹은 아시아공동체가 형성될 날이 결코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본격적인 아시아 시대는 40억 아시아인의 축복 속에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아시아적 리더십은 어떤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민주주의 리더십, 자유경제의 리더십, 사회정의의 리더십, 평화의 리더십 등은 서구사회나 아시아나 공통된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아시아의 독자적인 리더십을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백성을 사랑하는 리더십, 정책이 잘못되었을 때 그 책임을 지는 리더십을 들 수 있습니다. 아시아는 오랜 전통을 통해서 군왕과 지배층이 백성을 사랑하고 아끼는 덕치(德治)가 존중되어 왔습니다. 한편 맹자(孟子)는 ‘군왕은 하늘을 대신해서 백성의 행복을 실현시킬 의무가 있다. 그것에 실패했을 때 백성은 군왕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철저히 민주주의와 상통하는 사상인 것입니다.

둘째,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리더십입니다. ‘실체적 일을 통해서 진리를 구한다’는 현실주의적 생각이 아시아의 지도층에는 면면히 유지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실사구시의 리더십이 제대로 시행되었을 때 국정은 크게 융성했습니다. 그러나 관념적인 공리공론에 치우쳤을 때는 쇠퇴했습니다.

셋째, 평화를 위한 리더십입니다. 세계를 위해서는 물론, 아시아를 위해서도 중요한 것은 평화입니다. 오늘날 세계평화는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 대부분의 지역은 지도자들의 현명한 리더십에 의해서 비교적 안정된 상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교, 다양한 문명, 다양한 인종이 혼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파탄 없이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시아 지역의 강점을 계속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킬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저는 평화적 협력만 이루어진다면 21세기가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은 거의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빈부격차를 해소시키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어떠한 미사여구도, 어떠한 찬란한 공약도 빈부격차를 해결하지 못하면 공염불입니다. 아시아에는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격차가 매우 큽니다. 이러한 빈부격차를 해소시키면서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가졌을 때만이 아시아에는 내일에 대한 희망이 부풀어 오를 것입니다.

아시아의 리더들은 아시아공동체와 함께 협력 체제를 강화하여 빈곤한 나라의 발전을 위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지식정보화 시대는 산업자본 시대와는 달리 큰 자본이나 거대한 시설 없이도 경제발전을 이룩해 나갈 수 있습니다. 부(富)를 이룩할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교육을 통해서 정보화 교육을 철저히 보급시킨다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빈곤문제가 해결되어야 오늘날 우리에게 불안을 주고 있는 테러문제도 해결됩니다. 가난은 절망 속에 분노하는 많은 젊은이들을 테러조직에 투신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돈과 자원이 필요했던 산업사회와 달리 지식정보화시대는 이미 말한 대로 지적인 능력과 정보화 교육만 발전시키면 부(富)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21세기는 빈곤타파가 가능한 세기입니다. 젊은 여러분들이 앞장서서 아시아의 빈곤타파에 헌신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21세기는 희망의 세기입니다. 가능성의 세기입니다. 여러분들이 바른 방향을 잡고 헌신적으로 노력한다면 아시아를 하나로 묶을 수 있습니다. 세계를 하나의 협력체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구원을 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리더십을 기대해마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 젊은이들에게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말씀을 저의 경험에 비추어서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행동하는 양심’이 되십시오. 우리의 마음속에는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가짐과 노력 여하에 따라서 천사가 이길 수도 있고 악마가 이길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마음속의 악마와 대결하면서 천사와 손잡고 나아가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그것은 개인적인 이기심을 버리고 이웃을 위해서 사는 것입니다. 내 아내, 내 자식들, 내 형제, 내 친구들, 사회의 모든 사람들, 세계의 사람들이 모두 내 이웃입니다. 여러분이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했을 때, 그 사람은 높은 자리에 오르건 오르지 못하건, 부자가 되었건 되지 못했건, 오래 살았건 젊어서 죽었건, 우리는 이미 천사와 더불어 성공하는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에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지고 살아가십시오. 우리는 인생 자체 그리고 우리가 직면한 모든 문제점에 대해서 마치 선비가 따지듯이 그 원칙과 진리에 대해서 철저히 탐구해야 합니다. 동시에 이를 실천하는 데는 장사꾼이 슬기로운 지혜를 발휘해 이윤을 남기듯이 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병행했을 때 우리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있어서 그 원칙이나 결과에 있어서 큰 잘못 없이 성공을 거두게 되리라고 봅니다.

또한 여러분들은 세계인이 되십시오. 21세기는 세계화의 시대입니다. 우리는 원하건 원하지 않건 세계로부터 영향을 받고 세계에 영향을 줍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계인을 잘 이해하고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고 경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산업사회의 민족주의시대로부터 이제 세계주의시대로 들어섰습니다. 젊은 여러분들이 살아갈 시대가 바로 그러한 시대입니다. 세계를 많이 여행하십시오. 세계 사람과 많이 사귀십시오. 그리고 국제적인 일에 적극 참가하십시오.

마지막으로 사랑과 관용이 넘치는 사회를 위해서 노력하십시오. 그런 사회야말로 우리가 가슴 뜨겁게 이웃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행복한 사회입니다. 그런 사회야말로 우리가 삶의 보람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법과 질서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십시오. 인간은 선도 행하고 악도 행하기 때문에 법과 질서가 선을 보호하고 악을 견제하도록 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이 두 가지를 병행해서 실천했을 때 여러분들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공헌하게 될 것이며 스스로도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이제 제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아시아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 아시아 시대의 주인입니다. 아시아가 21세기에 이 세계의 화해와 발전을 위해서 어떠한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아시아 시대에 대한 가치가 결정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양 어깨에 그 사명이 걸려있습니다.

건투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심형준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3 3
    방벌

    김정일을 쫓아내란 얘기지
    부시든 정일이든 전쟁일으키면
    깨지는건 동교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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