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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자성, "우리는 한국을 경멸했었다"

서래마을 영아 살해사건과 관련, 한국에 사과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 몽드>와 <리베라시옹>이 16일자(현지시간) 분석 기사를 통해 서울 서래마을 영아 살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프랑스가 한국을 깔보며 거만하게 대했다" "거만한 프랑스의 태도로 한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사건과정에서 보여준 프랑스 정부와 자국민들의 태도를 비판하며 한국에 대해 사과했다.

"프랑스 정부와 언론, 여론 모두 눈감고 있었다" 자성

<르 몽드>는 “‘냉동 아기’들로 알려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많은 수수께끼가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관심을 끄는 점은 자신이 막 태어난 세 아이를 죽였다고 자백한 범인인 베로니크 쿠르조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건을 바라본 사람들의 시선”이라며 “우리 모두는 눈이 멀었으며 특히 한국을 무시하는 오만에 빠져있었다”고 지적했다.

<르 몽드>는 “베로니크가 출산과 살해를 반복하는 동안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실로부터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면서 “왜 쿠르조의 남편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이같은 사실들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서울에 있는 친척들은, 친구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는지, 정말로 우리는 눈이 멀었었다"고 자성했다.

이 신문은 “왜 다른 두 아이들은 왜 관련이 되지 않고 범행대상이 되지 않았는지, 왜 친구들은 모두 비켜나 있었는지, 이 모든 질문들이 다시 똑같은 조사를 받게됐다”며 “우리는 과연 무엇을 봤고, 무엇을 보고 싶어했는지 돌아봐야 하며 명백한 것은 우리는 아무 것도 보지 않았고, 아무 것도 보고싶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우리 모두는 이런 사실들에 모두 완전하고 총체적으로 눈을 감고 있었으며, 이것은 모두가 베로니크 쿠르조의 임신 사실을 부정하는 공생관계 속에서 함께 살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이들의 아이들이 사건에 개입되는 것을 상상하기를 원하지도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인 부부의 영아 살해 사건을 다룬 <르 몽드>의 기사 ⓒ 르 몽드


<르 몽드>는 “많은 질문들이 있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왜 이런 관계들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지에 대해 눈을 감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진실에 눈을 감았고, 이것은 바로 눈 감은 시선의 능력과 힘을 잘 드러냈다”고 진단, 이번 사건에 대해 프랑스인들이 가졌던 편견을 지적하기도 했다.

<르 몽드>은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경멸의 시선이 있었으며, 이는 최근 몇달 간 우리가 한국에 대해 깔보는 시선을 가졌다는 사실”이라며 “우리는 한국의 전문가들이 우리에게 설명하고 입증하고 또 밝힌 사실들을 이해하지 않았고 또 바라보기를 원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여기서 ‘우리'는 누구인가“라고 의문을 던진 뒤 ”여기서의 우리는 경찰당국, 사법부, 변호사, 언론, 여론이 다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지난 7월 ‘냉동 아이’에 대한 영아 유기 사건이 터지자 프랑스에서 의심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세계 12번째 강국인 한국이 마치 외국인을 인질로 잡으려고 일을 꾸미고 조합하는 독재 권력에 비견되는 것처럼 여겨졌다"고 당시 프랑스 정부와 여론의 분위기를 비판했다.

<르 몽드>는 “우리는 서울에서 보내준 증거들을 잘 받아들여 우리 전문가들이 수사를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했다”며 “우리는 한국에서 외교관들의 감시 아래 외교행낭에 담겨 프랑스에 전달된 증거들을 제대로 수용했어야 했는데, 명백하게도 우리는 베로니크 쿠르조와 남편 장 루이 쿠르조가 비난받기를 원하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눈먼 사람들이었다”는 반성으로 글을 맺었다.

리베라시옹, 프랑스에 대한 비판 급증 및 이미지 하락 우려

일간 <리베라시옹>도 16일 서울발 기사에서 “베로니크 쿠르조와 남편 장 루이 쿠르조는 평화롭게 세련된 한국 강남의 프랑스인 거주지역인 서래마을에서 한국들이 깜짝 놀랄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다”며 “한국인들은 프랑스가 이번에 보인 반응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으며, 한국인들은 프랑스가 한국경찰의 발표를 믿지않았지만 한국 과학자들과 경찰이 진실을 밝혀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리베라시옹>은 “이번 일로 프랑스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기분이 많이 상했다”며 “베로니크 쿠르조가 이같은 살인을 저질렀다는 프랑스 경찰의 수사결과가 방송을 통해 보도된 뒤 프랑스가 이번 사건을 처리하면서 거만함을 드러냈다고 한국 신문들이 비판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서래마을 주민으로 9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있던 김모(36)씨의 말을 인용해 "프랑스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이는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여전히 인종차별주의자이고 식민주의자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인이 한국을 거만하게 대하고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라는 비판을 자세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리베라시옹>은 “특히 이 학부모가 도저히 프랑스를 이해할 수 없으며 분노가 치솟는다. 사건의 초기 한국의 발표를 프랑스가 왜 부정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프랑스가 한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혼란스럽다”고 비판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앞으로 몇 달 후면 이 사건은 잊혀질 것”이라며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은 충격을 받았고, 프랑스는 향수와 유행과 치즈의 천국이었지만 이제 많은 것들이 혼란스러워졌다”고 프랑스에 대한 한국인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뀐 사실을 우려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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