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금융계의 윤상림' 김재록씨 전격 체포

부천 쇼핑몰업자 2억 수뢰혐의, '이헌재 사단'의 일원

'금융계의 윤상림'으로 불려온 김재록 전 CLSA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46)이 22일 검찰에 전격 체포돼, 금융계와 경제부처 관계자들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김 전회장은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등과의 친분을 앞세우며 금융계에서 막후 실력자처럼 행세해왔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자칫 '이헌재 사단'에 대한 수사로 확대되는 게 아니냐며 수사 진행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 지난 1월부터 소환 및 압수수색 등 수사 벌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는 22일 김재록 전 CLSA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이 부천지역 쇼핑몰업자로부터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알선의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전격 체포해 수사 중이다.

김 전회장은 2001년 자금난에 허덕이던 부천지역 쇼핑몰업체로부터 금융기관 대출 청탁을 받고 W은행에서 2백50억원을 대출받도록 해 준 뒤, 그 대가로 2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의 윤상림으로 불리던 김재록씨가 22일 전격체포돼 금융계와 관료계를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김 전 회장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R증권사 인수를 시도한 정모씨로부터 인수 편의 제공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2003년 S기업 등이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을 당시에도 조사 무마를 조건으로 이들 업체들에 대해 거액을 요구했다는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

또 IMF사태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퇴출 직전까지 몰렸던 기업들이 김 전회장과 접촉한 정황도 포착하고 그 경위 및 금품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미 지난 1월17일 이 같은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김 전회장을 소환 조사하고 여의도의 CLSA인베스투스글로벌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해왔다. 김 전회장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지난 10일 CLSA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직에서 비상임고문으로 물러났다.

김 전회장을 전격 체포한 검찰은 이번에는 김 전회장을 귀가시키지 않고 이르면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 김 전회장은 부천쇼핑몰 대출 수뢰 혐의는 인정하나, 나머지 의혹에 대해선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DJ 당선후 미국계 한국지사장으로 부임, 기업인수합병에 관여

김 전회장은 전남 영광 출신으로 외대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MBA과정을 수료한 뒤 귀국해 1996년 한나라당 이한동 고문의 정책 및 언론담당 특별보좌역을 맡다가 대통령후보 경선에 이 고문이 탈락하자 잠시 정치계를 떠나, 1997년 기아사태 때는 기아에 홍보이사로 스카웃때 기아 회생을 위해 활동했다. 그는 곧바로 김대중 후보 전략기획특보로 발탁돼 기획본부 외곽에서 일하기도 했다.

김대중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는 1997년말 미국계 콘설팅그룹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으로 취임한 뒤 각종 금융구조조정에 깊숙이 개입, 각종 기업 인수.합병(M&A)를 성사시켰다. 아더앤더슨은 특히 삼정, 삼일회계와 함께 부실금융채권 매각을 전담하던 자산관리공사 및 예금보험공사가 매각대가로 지급하는 수수료의 70%를 독식할 정도로 구조조정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 과정에 한나라당 등에 의해 부실채권 헐값매각 의혹 및 '1억달러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는 ‘M&A의 달인’, ‘금융계 미다스의 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으며,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과의 절대 친분 때문에 '이헌재 사단'의 일원으로 분류돼 왔다.

검찰은 특히 김 전회장이 IMF사태후 기업-금융기관 구조조정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을 비롯해 전.현직 은행장, 정부 산하기관 기관장, 전 청와대 비서관, 전 국회의원 등과 자주 접촉했다는 점에서 김 전회장이 이들을 통해 정부당국이나 금융권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회장은 이헌재씨 등과의 친분은 인정하면서도 이들과의 관련성을 적극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LSA, "김 전회장의 개인적 일일뿐"

김 전회장이 최근까지 대표를 맡고 있던 CLSA인베스투스글로벌은 2002년 아더앤더슨 기업금융자문서비스본부 출신들이 중심이 돼 설립한 기업금융자문회사다. 2003년 9월 CLSA와 한국시장에서의 기업금융업무 관련 독점적 제휴관계를 맺고 영업을 벌이고 있다.

CLSA인베스투스글로벌은 그동안 현대자동차 사업전략수립 자문, 대우상용차 매각 등 기업 인수·합병(M&A)관련 업무 자문, 고합 쌍용차 등 워크아웃기업 구조조정 자문, 재정경제부 등 정부부처 경영진단 등의 실적을 올렸다.

3월 현재 자회사인 인베스투스파트너스를 통해 우리금융지주 산하 우리프라이빗에쿼티(우리PE)와 함께 7천억원 규모의 사모펀드(PEF) 설립을 준비 중이다.

CLSA인베스투스글로벌은 지난 10일 대우증권과 LG투자증권(우리투자증권의 전신) 사장과 한국증권업협회 회장을 역임한 ‘증권업계의 대부’이자 역시 '이헌재 사단'의 일원으로 분류되는 오호수씨를 김 전회장의 후임으로 선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씨는 지난 2004년 7월부터 이 회사의 고문직을 맡아왔다.

김 전회장 체포와 관련, CLSA인베스투스글로벌 관계자는 23일 <뷰스앤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회장은 현재 회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개인적인 차원의 일이므로 할 말이 전혀 없다”며 “회사차원에서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하거나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국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