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잘못된 약속조차 지키려는 여자", 박근혜 비하
고 한주호 준위 자택 찾아 황당발언, 친박계 격분 등 일파만파
정운찬 총리는 이날 경남 진해 고 한주호 준위의 자택에서 유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유족들이 "정말 (정 총리가) 올 줄은 몰랐다"고 고마움을 표시하자 "약속은 지켜야죠. 잘못된 약속조차 지키려는 여자도 있는데 누군지 아세요?"라고 황당한 물음을 던졌다.
이어 정 총리는 웃으면서 "농담이다"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으나, 이는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고 있는 박 전 대표를 지목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 총리는 앞서 지난 11일 서강대 특강에서도 "약속이 잘못됐다면 빨리 고치는 것이 현명하다"며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정 총리 발언은 문제의 발언이 나온 장소가 '고 한주호 준위 자택'이라는 적합지 못한 장소라는 점과, 일국의 대중정치인을 '여자'라는 비하적 용어로 지칭했다는 점, 그리고 세종시 원안 고수를 '잘못된 약속'이라고 규정했다는 점에서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정 총리 발언을 접한 친박계는 당연히 발칵 뒤집혔다.
박 전 대표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날 밤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무총리가 망언을 했다"며 "만인지상이라는 총리가 마음 아파하는 순국장병 유족을 찾아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라고 격분했다. 이 의원은 "농담도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라며 "이는 자질과 인성의 문제로 티끌만한 양심이 있다면 합당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사실상의 총리직 사퇴를 요구했다.
또 다른 친박 핵심 인사도 "정 총리의 발언은 박근혜 대표 폄하 망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성 비하 발언이기도 하다"며 "여권으로서는 과거 17대 총선을 앞두고 정동영 의원의 '노인 폄하' 발언에 버금갈 정도의 악재를 자청한 것"이라고 정 총리를 성토했다.
박 전 대표 지지모임인 박사모 홈피에도 정 총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들이 쇄도하는 등 완전히 발칵 뒤집힌 분위기다.
한나라당도 정 총리 실언에 크게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야권이 대부분 지역에서 후보단일화에 성공해 지방선거에서 만만치 않은 접전이 예상되고, 특히 친박 지지자가 많은 경남 도지사 및 충북지사 선거 등에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터져 나온 정 총리 발언이 지난번 총선때 이재오-이방호 낙마와 같은 사태를 재연시키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 친이 의원은 "최근 하나 둘 우리쪽의 자충수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 총리 발언은 우리 내부를 흔드는 돌출 발언이기도 하다"며 "지금부터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적은 야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며 이번 사건이 선거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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