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들 "언론 통제까지 하며 뭘 숨기려 하냐"
해군당국의 침몰 원인 해명 기피에 가족들 격분
27일 오후 5시 해군2함대는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함대사령부 내 동원예비군 안보교육장에서 천안함 생존자가 전하는 현장 상황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이 대표로 나와 사고 당시 상황을 실종자 가족 300여명 앞에서 1시간가량 설명했다.
사고 원인에 대한 가족들의 질문에 최 중령이 "폭발 후 1초 안에 배가 두 동강 나면서 직각으로 기울었고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고 답하자 가족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즉각 반박했다.
한 가족은 "선박업계에서 20~30년을 일했는데 1천200t 대형 선박이 1초만에 가라앉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숨기지 말고 똑바로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최 중령은 "1초라는 부분은 잘못 말했다"면서 "순식간에 가라앉은 것은 확실하다. 내가 직접 확인했다"고 답했다.
최 중령이 "정확한 폭발원인은 함정을 인양한 뒤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알 수 있다"는 말을 남기고 교육장을 나서자 일부 가족들은 "죽은 동료들을 생각해서 똑바로 사실을 말하라"며 격분, 최 중령을 붙잡으려 했다.
최 중령은 황급히 교육장 밖에 세워져 있던 차량을 타고 떠났고 이를 쫓으려는 가족들과 저지하려는 군인들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가족들은 군인들에게 "함장을 다시 데려와 질문에 똑바로 답변하도록 하라"면서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군 당국과 함장과 장교들이 하는 말이 똑같다"고 항의했다.
가족들은 또 해군이 철저히 언론을 통제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한 가족은 "걸리는 게 없으면 왜 취재를 통제하느냐"면서 "가족들과 언론 앞에서 모든 의혹을 떳떳하게 밝혀라"고 소리쳤다.
앞서 이날 오후 4시45분께에는 해군2함대가 가족들이 있는 함대사령부 안 취재진 출입을 통제하자 가족 100여명이 취재진과 동행해 부대 안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무장한 병사 1명이 가족과 취재진을 향해 총을 겨누면서 항의하는 가족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또 오전에는 부대 밖 가족 대기소에 있던 가족 50여명이 매스컴 앞에서 사고 원인 등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자 2함대 측은 "부대 안에서 설명하겠다"며 가족들을 버스에 태워 부대 내로 이동하고 취재진의 출입은 차단했다.
한 실종 하사관 가족은 "사고 원인에 대해서 설명하겠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밖에서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얘기만 반복하고 정작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답변을 안 하니 가족들이 극도로 흥분한 상태"라며 "뭔가 드러나면 안 되는 점이 있으니 언론 통제까지 하며 숨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부 실종자, 부상자 가족들은 "가족들에게 사고 소식과 치료 병원 등을 알려주지도 않았다"며 군당국의 소홀한 대응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한 부상자 가족은 "사고 소식을 듣고 평택2함대로 갔다가 수도병원으로 이송돼 치료중이라는 소리를 듣고 다시 병원으로 이동했다"고 말했고 한 실종자의 부모는 "아들이 탄 군함이 침몰된 지 몇시간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어 무작정 부대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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