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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한미FTA는 우리의 의무"

<현장> 고건 첫 민생투어, "염동연이 나를 반대한다? 그건 개인 견해"

"친했던 염동연 의원이 고건 영입반대론을 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개인적인 견해니까 뭐라..."

고건 전 총리가 4일 첫 민생 투어에 나섰다.

'희망한국국민연대'(희망연대)가 지난달 28일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소폭이나마 도리어 떨어지고, 열린우리당내 우군(?)이던 염동연 의원마저 '에너지 부족'을 이유로 '고건 영입반대론'으로 돌아서는 미묘한 시점에서의 정치 행보다. 이 때문일까. 이날 첫 민생투어지로 충북 충주의 한 유기농 채소 유통농장을 방문한 고건 전 총리의 표정은 내내 밝지 않아보였다.

고 전 총리는 당초 잡혔던 두 시간여의 현장체험 계획도 언론이 많이 왔다는 이유로 취소했고 농장 둘러보기와 전시장 방문, 한국농업전문학교 학생들과의 간담회로 민생투어를 끝냈다.

고건전 총리가 4일 첫 민생 투어 지인 충북 충주의 한 농장에서 상추 새싹을 심고 있다. ⓒ뷰스앤뉴스


고건 "한미FTA는 우리의 의무"

흰색 운동화 차림에 위생복 모자까지 꾹 눌러쓴 고 전 총리가 유기농 쌈채소 포장 작업대 앞에 섰다. 기자들이 그의 주위를 에워쌌다.

"포장지가 거꾸로잖아요."

작업반장 아주머니의 눈총에 고 전 총리가 냉큼 투명포장에 거꾸로 담은 상추를 다시 꺼내 바로 담았다. 이 와중에 카메라폰을 꺼내든 작업장 아주머니들의 촬영경쟁(?)도 치열했다.

다음에는 소축사. 유기농 쌈채소만을 먹인다는 소에게 고 전 총리가 쌈을 한움쿰 내민다. "음매에." 소가 반가와했다.

한 인부가 "고 전 총리 눈이 소 눈망울을 닮았네" 말했다.

고 전 총리가 농산물 전문 유통업체인 장안농장을 찾은 이유는 생산자가 유통 마케팅까지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농가의 어려움을 이 업체가 돕고 있기 때문이었다. 장안 농장은 유기농 쌈 채소를 특화작물로 주변농가에서 전날 수확한 갖가지 쌈을 인터넷 주문이나 전국의 대형 마트로 보낸다.

고건 전 총리가 4일 충북 충주 농장에서 상추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 뷰스앤뉴스


고 전 총리는 "개별농가가 유통마케팅까지 책임지는 것은 어려움이 있더라"며 "농가는 생산에만 전념하고 유통가공 전문업체가 그 뒷받침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6일 열리는 한미 FTA 3차 협상과 관련, "대외경제에 의존하는 우리가 FTA협상을 하는 것은 의무일 수밖에 없다"고 찬성 입장을 밝히며 "다만 쌀 관세 철폐는 10년, 15년 유예기간을 충분히 갖고 농민들이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방론자인 그의 속내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고건은 민생탐방 아닌 정책투어 중"

기자들이 고 전 총리에게 어려운 농가를 찾지 않고 첫 민생투어에 '성공한 농장'을 찾은 이유를 묻자 "새마을 운동의 성공사례처럼 농촌에도 희망을 주는 곳을 찾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측근은 "민생탐방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분야별 정책투어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 전 총리의 스타일이 밖에 보이기 위한 민생탐방 같은 것을 싫어한다"며 "정권 창출을 위해 확실한 콘텐츠를 마련하는 것도 대선후보로서는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고 전 총리는 4일 농업부문을 시작으로 5일에는 실업문제 해소 방안과 관련 성균관대에서 열리는 취업박람회에 참석하고 취업 준비생들과 간담회도 가질 예정이다.

"범여권 통합론은 좋은 얘기"

고 전 총리는 이날 현안에 대한 소견을 묻는 질문에 일절 함구했다. 단지 점심식사로 새싹과 쌈밥을 먹던 중 신계륜 전 의원의 지난 2일 팬클럽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게 부담 때문이냐는 질문에 대해 "신 의원에게 사전에 알려줘 그는 내가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답했을 뿐이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신 전 의원이 주장하는 범여권 통합론에 대한 질문에 "좋은 이야기"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사행성 게임도박장이 농촌까지 유입된 데 대해서는 "정책실패 차원이 아니라 국정운영 시스템 전반이 고장 났기 때문"이라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총리 재임시절 사행성 게임이 있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때는 사태가 심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고 전 총리는 혜화동 종착지에서 기자에게 "요즘 엘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를 읽고 있다"고 했다. <부의 미래>는 유형자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지식과 같은 무형자산에 승부수를 걸여야 한다는 요지의 미래학 서적. 과연 뾰족한 부진 타개책을 찾고 있지 못한 고 전 총리가 토플러의 책에서 어떤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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