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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지난해 '바다이야기' 보고서 작성"

권영세-정형근 의원 폭로, 청와대-국정원 주장과 정면 배치

국가정보원이 이미 지난해 중순 '바다이야기'의 폐해를 조목조목 적시한 보고서를 작성했었다는 사실이 30일 밝혀져 일파만파의 파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2004~2005년 '바다이야기' 보고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고, 국정원도 같은 기간에 '바다이야기' 보고서를 올린 적이 없다고 보도자료를 낸 바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주장이 사실일 경우 국정원은 치명적 '직무유기'를 범한 게 되고, 청와대 주장이 사실이 아닐 경우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게 돼 진위가 주목된다.

정형근 "지난해 8월 국정원장 '바다이야기' 보고서 시인했다"

이같은 사실은 안기부 출신이자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정형근 한나라당 최고위원에 의해 30일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폭로됐다.

정 의원은 "작년 8월 정보위원회때 당시 정보위원이던 권영세 위원이 당시 국정원장에게 '바다이야기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적시 작성한 보고서가 있지 않느냐, 이것을 내놓으라' 이렇게 질의를 했다"며 "그러자 국정원장은 한참 망설이다가 보고서를 쓴 것을 시인하면서 '제출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당시 국정원장이 출석한 국회 정보위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정보위에 출석한 국정원장은 전달인 2005년 7월 국정원장이 된 현 김승규 원장이었다.

'진실게임'의 한 가운데 서게된 김승규 국정원장. ⓒ연합뉴스


정 의원은 이어 지난 28일 열린 정보위원회 비공개회의로 옮겨가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이자 정보위원인 원혜영 의원이 김승규 원장에게 '이 사행성 바다이야기 문제가 우리 사회공동체 기반을 파괴하는 북핵 문제 못지 않는 국가적 위협이고 내부적 위협인데, 최고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이런 큰 위협을 공격적으로 인식한 것이 언제냐'고 묻자 김승규 원장은 '수차에 걸쳐서 이 문제점을 그때 단계단계에 문제점을 보고했고 예컨대 조폭이 개입했다고 보고했고 (지난해) 12월에 심각해졌는데 그때마다 관계기관에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또 "국정원의 국내 정보를 총괄하는 이상업 2차장이 ’정부에서 이 문제를 사실상 인지하고 단속에 나선 것은 2004년 8월부터‘라고 했다"며, 이어 "특히 '이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관계기관이 다 투입해서도 이 문제를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한 것은 상품권 발행업체가 지정제로 가는 작년 6월부터"라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국정원, 작년 상반기에 전부 스크린했다"

이날 정 의원과 함께 회의에 참석한 권영세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같은 내용의 증언을 했다.

권 의원은 "작년 하반기라고 기억하는데 ‘게임산업 전반에서 문제가 있다. 문화상품권이 영화를 보거나 연극을 보거나 책을 사거나 그러지 않고 환전소를 거쳐서 완전히 어음형식으로 흐르고 있다. 그래서 여기서 정치자금이라든지 여러 가지 부정한 부정부패의 싹이 근원이 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게임산업업체나 게임하고 관련된 분들을 여기저기서 만나고 다니는 과정에서 작년 전반기, 중반기 무렵에 이미 국정원에서 전부 스크린을 해갔다는 애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그래서 국정원 관계자들한테 작년에 그 관계된 보고서 작성여부를 물었더니 처음에는 머뭇거리다 시인을 했는데, 국정원에서 작성된 보고서를 제출해달라는 제 요구에 대해서는 거절을 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지금 노무현 대통령은 개도 안짖었다고 말하는데,이런 종류의 경제 쪽을 담당하는 TF(태스크포스)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국정원장만 보고 치웠다는 그런 식의 얘기는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청와대 은폐 의혹을 제기한 뒤, "이것은 틀림없이 분명히 대통령에게 전달이 되었을 것이고, 주변 보좌진이 이 부분을 무시해서 오늘까지 방치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국정원 "'바다이야기' 보고서 없었다"

권영세-정형근 의원의 주장은 그동안 청와대-국정원 주장과 크게 배치되는 것이어서,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8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직후 언론에서 국정원이 사전에 여러 차례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산업의 문제를 보고했다는 보고가 나오자, 다음날인 29일 “2004년과 2005년초에 사행성 업체 문제점에 관한 국정원 보고서는 있었지만 ‘바다이야기’는 없었다”고 강력 부인했다.

윤 대변인의 주장은 일면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바다이야기'가 게임 인허를 받고 첫 게임기를 깐 것은 2004년 12월말이었고, 2005년 들어서야 '바다이야기'가 전국적 선풍을 몰고왔기 때문이다.

국정원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28일 국회 정보위시 사행성 도박 폐해와 관련된 정보위원들의 질의에 대해 '국무총리실에서 2004년 8월부터 8대 민생경제 침해사범에 불법 사행성 도박행위를 포함시켜 단속에 착수하였고, 2005년 9월에도 4대 폭력 추방 관계장관회의시 사행성 도박 근절대책을 강구한 바 있으며, 2006년 1월 문화부에서도 사행성 도박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한 T/F를 가동한 바 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국정원도 유관부처에 관련정보를 지원하였다고 답변하였다"며 "따라서 2004년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바다이야기’와 관련된 정보를 지원하였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며, 다만 금년 들어 간헐적으로 사행성 도박의 폐해와 관련된 동향보고를 한 바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보고, 중간에 차단됐나

그러나 권영세-정형근 의원 주장은 국정원이 이미 2005년 중반께 '바다이야기'의 심각성을 경고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어서, 국정원이 최소한 지난해 중반에 '바다이야기' 사태의 정치적-사회적 파괴력을 감지했고 청와대도 이를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이 가능해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만에 하나 국정원이 지난해 중순 '바다이야기' 실태조사보고서를 청와대에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다면, 보고서가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고 모 세력에 의해 중간에 차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감사원의 정확한 진상규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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