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이성태 총재, 놀랄만큼 온건해졌다"
이 총재 퇴임하는 내년 4월까지 금리인상 못한다는 전망도
9일 기준금리 동결 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행한 기자회견 내용을 접한 HSBC 홍콩 이코노미스트 텔리데릭 뉴먼이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만큼 이날 이성태 총재의 발언은 한 달 전과 크게 달랐다.
이 총재는 한 달 전 금리인상을 강력 시사한 발언에 대해선 "지난달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했던 발언은, 금리인상을 `먼 훗날의 일'처럼 여기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금리인상 시기가 더 빨리 올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한 것"이라며 연내에 올릴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금리 변경은 부동산 뿐 아니라 경제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며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변동하면 금리를 변경해야 할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지만 부동산만으로 최종 결론을 낼 수는 없다"며 한 달 전 부동산 폭등을 강력 경고하며 금리인상을 시사했을 때와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는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을 언급하고 그 강도를 높여온 것은 이같은 현상에 경제주체들이 관심을 가져달라는 의미와 우리가 부동산가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한 뒤 "주택가격이 안정된다면 통화당국은 상당히 짐을 더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최근 집값 상승이 멈칫한 만큼 금리인상을 할 생각이 없음을 거듭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그는 금리 인상을 철회한 이유 중 하나가 최근의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타격 우려 때문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최근의 환율과 관련, "정부나 한은은 그 속도가 너무 빠르면 경제주체들이 적응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자본시장의 개방도가 높고 외국인의 관심도 높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최우량국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나라의 외환당국으로서 기본적인 제약은 인정해야 한다"며 환율시장 개입의 불가피성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향후 경기와 관련, "국내 경제의 큰 변수는 주요 외국의 경제상황인데, 하반기부터 꾸준히 나아지고 있으나 그렇게 강한 회복을 자신할 수 없다"면서 "원자재 가격도 안정될지 자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나아가 "3분기까지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4분기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경기회복세가 2분기처럼 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해, 재정효과 소진에 따른 경기 부진을 우려하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해, 이 총재의 금리 동결은 최근 환율효과, 재정효과가 급속히 소진되면서 자칫 금리인상이 경기침체의 주범으로 몰릴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결정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내년 6월까지 출구전략은 없다고 단언한 만큼 이 총재가 임기를 다하는 내년 4월까지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냉소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