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은 언터처블"...'제2 투기' 신호탄
<뷰스칼럼> "이성태 한은총재, 청와대 벙커 들어갈 때부터..."
"청와대 벙커에 들어갈 때부터 결정된 운명이었다."
"이성태 총재, 청와대 벙커에 들어갈 때부터..."
9일 금통위의 8개월째 금리동결 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를 놓고 시장에서 하는 말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총재의 '톤'이 한 달 새 놀랄 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런 얘기까지 나돈다.
"이 총재 임기 중에는 절대로 금리인상 못할 거다."
이 총재 임기는 내년 3월 말이다. 이 총재는 이미 9일 기자회견에서 "연내에 금리인상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다보니 내년 들어서도 두어달 "좀 더 지켜보자" 하다가 금리인상을 못하고 퇴임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단 하나, 미연준(FRB)이 그전에 우리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를 빼놓고는.
"대통령의 모든 관심은 내년 6월에 쏠려 있다"
시장에선 이처럼 이 총재의 9일 기자회견을 보고 실망스럽다는 뉘앙스의 말이 많지만, 정가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한은은 절대로 금리인상을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열흘 전쯤 만난 보수 정치원로들 가운데 한 원로는 이런 얘기를 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모든 관심은 '내년 6월'에 맞춰져 있다고 봐야 한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면 대통령은 곧바로 레임덕에 빨려든다. 여권 내 권력이동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여론에 거슬리는 4대강 사업이고 뭐고 거의 올스톱될 게 뻔하다. 대통령이 요즘 매일같이 시장 등을 돌면서 '선거운동'하듯 각종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에 대통령이 내세울 업적이 뭐겠나. 세계경제 위기에서 한국을 살려냈다는 거 아니겠나. 요즘 대통령 인기가 올라간 것도 주가와 집값이 뛰면서 경기가 살아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 아닌가. 그런데 '내년 6월까지 출구전략은 없다'는 대통령 말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한은이 금리인상을 단행해 찬물을 끼얹는다? 한은의 배포를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년말 G20 때까지 경기부양 드라이브 걸 수도"
김종인 전 경제수석 같은 경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내년 11월까지 이 대통령의 경기부양 드라이브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80년대에도 88년 서울올림픽을 유치해 놓고선 이를 성공시켜야 한다며 바람을 엄청 잡았다. 그 결과가 올림픽 후 집값, 주가 폭등 등 엄청난 자산거품이었다. 이 대통령도 G20 정상회담을 유치해 놓고 마찬가지 유혹에 빠질 성 싶다. 세계 정상들 앞에서 '봐라 ,한국이 가장 좋은 성적을 내지 않았냐'고 자랑하고 싶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80년대 말과 마찬가지 부작용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민주당 지도부 중 1인도 최근 사석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요즘 만나보니 정부 눈치가 말로는 재정 걱정을 하면서도 내년에도 또 한차례 추경예산을 편성하려는 것 같더라. 목적이야 뻔한 것 아니겠나. 경기 띄워 내년 지방선거 이기고 연말에 G20 정상회담 뻑적지근하게 치르자는 거 아니겠나. 재정이 더 골병 들 것 같다."
연장된 '유동성 장세', 그 끝은...
걱정은 시장이다. '눈치' 하나는 귀신 찜쪄 먹는 곳이 시장이다. 시장은 이번 이성태 총재의 기자회견을 보고 최소한 '내년 6월'까지는 유동성 장세가 계속 갈 것이란 절대 확신을 갖게 됐다. 한번 세게 조정을 받는듯 싶던 주가가 9일 폭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동성 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시장이 확신한 이상, 앞으로 자산거품은 다시 확대될 것이다. 과거 환란 때 IMF가 저금리정책으로 방향을 틀자, 돈이 우선 1차로 증시로 몰려 주가가 폭등하고 2차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 집값이 폭등하고, 3차로 그림, 골프값 등이 폭등했던 것과 유사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은 불과 열흘 전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지금 부동산거품은 2006년보다도 과열돼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금 한국은 2006년 미국을 보는 것 같다"고 냉소했다.
앞으로 1, 2년 뒤 한은은 욕을 먹어도 되게 세게 먹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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