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걸린 인사들은 피라미"
<뷰스 칼럼> 사정태풍과 여의도, 그리고 제주 앞바다
여권 인사의 말이다.
"지금까지 걸린 인사들은 피라미"
여의도는 지금 말 그대로 공황 상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검찰의 사정 칼날이 번뜩이기 때문이다. '박연차 리스트'만 해도 그렇다. 박진 의원 등 전혀 거론되지 않던 인사들까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다. 여기에다가 파괴력이 그 이상인 '정대근 리스트'도 곧 터진다는 설이 파다하고, 더 나아가 '강금원 리스트'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지금까지 걸린 인사들은 피라미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나돈다. 실제로 '초대형 거물들'의 이름들도 나돌고 있다. 여기에는 야권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이름을 들으면 충격을 받을만한 초거물급 여권 실세들도 포함돼 있다.
당연히 검찰 수사 흐름을 탐지하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부산하다. 하지만 검찰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법무장관 출신인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조차 김경한 법무장관 등에게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하고 있다.
원세훈 국정원장 같은 경우는 아예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보자는 사람들은 바글거리나, 그는 세곡동 국정원 식당에서 점심을 할 정도로 외부와는 완전단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그래서?"
청와대 기류는 더 삼엄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찌감치 "나는 누구에게도 빚진 게 없다"며 "성역없는 수사"를 지시한 상태다. 정가에선 처음에 "설마" 했다. 추부길 목사를 구속할 때만 해도 '그 정도에서 그치겠지'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요즘 청와대에서 읽히는 기류는 그게 아니다.
이 대통령의 오랜 지인의 박연차 연루설이 나돌자 청와대 반응은 "그래서?"다. 비리가 있으면 예외없이 '성역없는 수사대상'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지금 검찰은 문제의 지인에 대해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인 이상의 초실세'가 걸려도 거침없이 치겠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여의도는 더 극심한 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 대통령이 아예 여의도를 초토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웅성거림도 곳곳에서 들린다. "가을까지 사정정국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연차 리스트에 이어 정대근 리스트, 강금원 리스트 등의 수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정점'을 향해 치달을 것이란 얘기다.
재계-금융계도 바짝 긴장
여의도만 긴장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재계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고위인사가 최근 비공식석상에서 '당선 축하금' 운운했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재계는 화들짝 놀랐다. 과거의 악몽 때문이다.
재계는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경제위기 상황하에서 설마"하고 있다. 그러나 사정정국을 통해 대통령의 힘이 강화되면 재계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의 투자 확대, 고용 보장 같은 주문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도 긴장하기란 마찬가지다. 설상가상으로 '장자연 리스트' '박연차 리스트'에 금융계 거물들이 거명되면서 해당 금융사들은 물론이고 금융계 전체가 초비상 상태다. 여기에 본격적인 공적자금 투입까지 맞물릴 경우 부실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하반기에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이 최근 태도를 바꿔, 정부여당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서둘러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태풍과 물고기
지난해, 이례적으로 제주도에 태풍이 안왔다. 기상 이변때문인지 일년에 몇차례씩 오던 태풍이 실종된 것이다. 외형상 피해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제주 양식업자는 그렇지 않다 했다.
"태풍이 와서 바닷물 속까지 한번 완전히 뒤집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피해가 막심하다. 뒤집히지 않은 혼탁한 물을 끌어다 고기를 키우다 보니, 병때문에 죽는 고기들이 부지기수다. 태풍이 올 때는 와 줘야 한다."
자연의 오묘한 섭리다.
지금 사정태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바닷물 속까지 확 뒤집을 기세다. 과거에도 있었던 태풍이다. 태풍에는 나름의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 목적이 '정치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목적이 무엇이든, 제주섬에 태풍이 필요하듯 여의도도 마찬가지로 보인다는 게 지금 큰 여론이다.
문제는 다시는 이런 태풍이 오지 않도록 스스로 정화하는 길밖에 없다. 여의도도 그렇고, 지금 칼자루를 쥔 권력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또하나, 정치논리가 경제를 지배하려 해서도 안된다. 정치에 오염된 가짜 경제는 뿌리 뽑되, 그 이상 나갔다간 훗날 엄청난 재앙으로 돌아올 게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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