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19일 "지난 1년 동안 MBC가 무엇을 했어야 했고, 무엇을 했던가를 생각해보면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결의를 다질 때"라며 MBC 질타성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시중 "MBC, 공영방송, 공민영방송, 민영방송 중 뭐냐"

최 위원장은 이날 정오 MBC 최대지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옥경) 주최로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문진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통신과 방송의 주파수 재배치가 내년에 이뤄지고 신문과 방송의 겸영규제 틀에도 어쩌면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MBC가 국민의 의식 속에 무엇을 심어줬는지 또 무엇을 심어줘야 할 것인가라는 점에서 비판할 때 정당하고 합리적인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거듭 힐난했다.

그는 이어 "지난 1년 동안 생각해보면 엄청난 시대적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었다"며 " 정권교체, 총선거, 쇠고기 파동, 촛불 시위, 미국발 전대미문으로 일컬어지는 경제위기 공황이 몰아치고 있다. 이 공황은 더 장기화돼 우리 현실은 더 엄혹하다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MBC 문화방송이 걸어야 할 길을 되새겨 보는 좋은 계기가 오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내년부터 다가올 미디어 대개편의 계절에 MBC가 자리 잡아야 할 것과 지향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새롭게 돌아볼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공영방송, 공민영방송, 민영방송 등으로 일컬어지는 것이 MBC의 현실이다. 이제 MBC의 정명(正名)이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볼 시점"이라고 MBC 민영화 가능성까지도 시사했다.

한나라당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도 "MBC의 공정성과 상업성을 병존, 발전시켜나가는 어려운 입장에 있다는 걸 이해하면서도 방송환경이 급변하는 현 시점에 MBC의 정통성을 지키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길을 모색하고 점검하는 길이 필요하다"고 최 위원장과 비슷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방문진 이사장 "외부로부터 MBC 독립성 지켜야"

반면에 이옥경 방문진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1988년 국회가 여야합의로 설립한 방문진에는 외부로부터 MBC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라는 책무가 주어졌다"며 "그동안 방문진의 독립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고 각을 세웠다.

이 이사장은 "방문진은 독자적으로 책임성을 갖고 MBC의 경영진을 선임하고 있으며 관리 감독의 범위와 방식은 점차 체계화되고 엄정해지고 있다"며 "법이 부여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각오를 새롭게 하고 더욱 책임성을 높여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엄기영 MBC 사장은 최 위원장 발언에 대해 "늘 MBC에 대해 하는 얘기 아니냐"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방문진 20주년 기념식에는 최시중 위원장을 비롯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장관, 김형오 국회의장, 고흥길 문방위원장 등 정계 인사와 엄기영 MBC 사장 등 MBC 임직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민주당 "남의 잔치상 엎으려 간 거냐"

야당은 즉각 최 위원장 발언을 질타하고 나섰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최 위원장에 대해 "방송문화진흥원의 2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한건지 훼방을 놓으러 간 건지 잔치상 엎으러 간 건지 구분이 안되는 발언을 했다"며 "오만의 절정"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MBC를 협박한 거고, 방문진 이사진들을 상대로 으름장을 놓은 것"이라며 "대통령의 둘째형과 같은, 소위 말하는 엑스형님이다. 강만수 장관과 손잡고 사퇴하기 바란다"고 퇴진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