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지지율 12.1%', 그 무서운 민의
<뷰스 칼럼> 12.1% 쇼크에 기존 권력질서 밑둥째 요동
12.1%라는 '무서운 숫자'
정부여당 사람들은 지난주말 촛불집회 참가자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자 "혹시나" 했다. "좀 진정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해왔다. "아니다"라고 답했다. "국민들이 숨을 고르며 차갑게 지켜보는 것 같다"고 했다. "아니다 싶으면 더 무섭게 타오를 것"이라 덧붙였다.
그러던 중 12.1%가 나왔다. 이날자 칼럼을 통해 "촛불을 들지 않은 이는 국민인가 아닌가"라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절대 다수여론을 '우중(愚衆)'시했던 <중앙일보>의 한 논설위원을 머쓱케 하는 숫자다. 지지율 12.1%란 거의 모든 국민이 등을 돌렸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무서운 숫자'다.
내각제를 채택했다면 이미 내각 총사퇴와 재선거가 선포됐을 숫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국가다. 아직도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절반은 대통령이 잘해주길 바란다. 대통령이 그렇게 해준다면 탄핵에 반대한다고 답하고 있다.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헌정 중단사태'가 발생하면,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면서 정치혼란이 극심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 대통령 최측근의 이야기
문제는 대통령이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이다. 최근 만난 대통령의 최측근은 불행중 다행으로 지금 '민심'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런저런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한반도 대운하? 이미 끝난 것 아니냐"고 했다. "이 판에 감히 민심에 어떻게 역행하느냐"고 도리어 반문했다.
"공기업 민영화? 지금 물, 전기, 가스 민영화를 어떻게 하느냐"고 되물었다. "국민이 걱정하는 기간부문 민영화도 물 건너갔다"고 단언했다.
"문제가 되는 부처뿐 아니라 경제팀도 물갈이 대상"이라고도 했다. "수출 좀 늘리겠다고 환율을 끌어올려 민생고를 가중시킨 경제팀을 어떻게 끌고 가겠냐"고 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조금만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총리든 장관이든, 이번에는 제대로 사람을 뽑아야 하지 않겠냐. 시간이 쫓겨 문제가 될 사람을 뽑아선 안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대통령 생각도 마찬가지냐"고 물었다. 그는 "그렇다"고 했다.
12.1%에 흔들리는 기존질서
12.1%란 숫자에 흔들리는 건 최고 정치권력인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언론권력도, 포털권력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말 일부 네티즌이 <조중동> 광고끊기 공세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설마" 했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조중동>이 발행면수를 최고 20면까지 줄이고, 그나마 지면도 기업광고가 사라지면서 짜투리 생활광고가 차지하는 사태가 두 눈으로 목격되자 세상은 경악하고 있다.
광고끊기 공세에 개의치 않는듯한 태도를 보이던 <조중동>도 일제히 "시민권력에 의한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사법 대응 방침을 보이고 나섰다. 네티즌들이 광고끊기에 그치지 않고 마라톤 등 <조중동>의 주요 수입원까지 위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론 '쇠고기 괴담' '촛불 배후론' 등 기존 보도에 대한 치열한 논쟁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 금융계 홍보관계자는 "정말 네티즌 파워가 무섭다. 대통령 지지율이 이런 판에 감히 <조중동>에 광고할 엄두를 못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세상에선 대통령과 친하다는 게 도리어 악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포털권력도 요동치고 있다. 페이지뷰, 검색 등에서 절대아성을 구축하던 네이버가 거대한 지각변동 움직임에 크게 당황, 뒤늦게 네티즌들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12.1%는 기존 세상질서가 밑둥째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피플파워'는 이미 이기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치권은 '선거'에서만 이기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기존 정치법칙으로 보면 한나라당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정점인 대통령을 비롯해 의회, 지자체를 완전장악했다. 합법적으로 모든 정치권력을 장악한 것이다. 사상최강의 보수권력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네티즌들이 '인터넷 선거'를, '인터넷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대통령 탄핵 서명을 해 130여만명을 모으고 쇠고기 졸속협상 등 실정을 질타하더니, 마침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수십만개 촛불로 '광장'을 가득 채웠다. "몇년 뒤 선거때만 심판할 기회가 온다구? 웃기는 소리. 우린 매일 투표한다"고 네티즌들은 말한다.
'촛불'은 켜든 사람들에겐 따뜻하다. 하지만 반대편에겐 공포, 그 자체다. 보수신문의 한 관계자는 "촛불의 끝이 안보이더라. 무섭다"고 했다.
'촛불'은 지금 조용히 차갑게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고, 언론을, 포털을, 기업을 지켜보고 있다. 며칠간 촛불 숫자가 줄어들었다고 촛불 민심이 식지 않았음을 12.1%가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시민들이 이제는 숨을 고르고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시민들이 숨 고르고 있는 사이 이명박 정부가 여론이 사그라들고 이렇게 그냥 넘어간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때야말로 이 정부는 존립 자체를 진지하게 걱정하는 사태를 맞을 것이다."
지난 10일 '100만 촛불대행진'을 지켜본 최장집 고대 교수의 '경고'는 지금도 유의미하다.
'네티즌 피플파워'는 이미 이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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