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한미FTA 원천봉쇄'에 MB 쇼크
"한미FTA 비준 반대. 자동차 재협상해야", '어게인 2000'...
이에 따라 미국에서의 한미FTA 연내 비준은 사실상 물 건너갔으며 미국정권 교체시 우리나라는 자동차시장 추가개방 등을 요구하는 미국정부와 재협상을 벌여야 할 판이어서, 이명박 정부를 크게 당황케 하고 있다.
오바마 "한미FTA는 아주 결함 많은 협정"
오바마는 이날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의회내 많은 의원들처럼 나는 한미 FTA를 반대한다"면서 "한미 FTA는 아주 결함 많은(badly flawed) 협정"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특히 한미FTA 합의문의 문구들이 미국산 공산품과 농산물에 대한 효과적이고, 구속력 있는 시장접근을 확신시키기에 부족하다"며 "자동차 관련조항이 불공정하게 한국측 입장에 우호적으로 치우쳐 있다"며 사실상 재협상을 촉구했다.
그는 "현재 협상된 대로 협정문을 비준하는 것은 한국의 수출품에게는 미국 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권을 제공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체제 가운데 하나인 한국에 대한 우리의 상호적인 시장접근 기회를 박탈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에게 "행정부는 이(한미FTA)를 둘러싼 불필요하고, 잠재적으로 소모적인 대치를 야기하는 대신에 이를 철회함으로써 의회와 신뢰를 회복하고, 무역정책에 있어 초당적인 협력을 재구축하도록 의미 있는 기여를 해야 한다"며 아예 비준안을 의회에 제출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 의원실은 부시 대통령이 이날 `세계무역주간' 기념연설을 통해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의회에 대해 한국을 비롯해 콜롬비아, 파나마와 체결한 FTA를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하자 즉각 서한을 공개, 부시에게 맹반격을 가했다.
이명박 정부, 내우외환
오바마는 지난 2월에도 한미FTA 반대 선언을 하는등 일관되게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미국 상,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팰로시 미 상원의장의 경우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FTA 비준 얘기를 꺼내자 매몰차게 일축하기도 했다.
때문에 한국 의회가 먼저 한미FTA 비준을 해봤자 미국에서 연내에 한미FTA가 비준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었고, 또한 이는 통합민주당 등 야당들이 한나라당의 17대 국회내 비준 요구를 일축하는 핵심근거가 돼 왔다. 이런 마당에 오바마가 초강경 발언을 하고 나섬에 따라 사실상 한미FTA 연내비준은 '확실히' 물 건너간 양상이다.
이처럼 한미FTA가 물 건너가면서 이명박 정부는 내우외환에 봉착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는 우선 미국 쇠고기 전면개방을 해주고도 얻은 게 하나도 없다는 혹독한 비난에 봉착하게 됐다. 이미 진보진영은 물론, 보수진영에서조차 '외교적 아마추어리즘'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또한 내년에 오바마 정권이 출범할 경우 미국의 자동차시장 추가개방 압력에 직면할 게 확실하다. 이럴 경우 자동차산업 경영진과 노동자들의 동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동시에 국민들 사이에선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질 게 불을 보듯 훤하다. 그러나 이미 챙긴 건 절대로 다시 내놓는 일이 없는 미국의 속성상 쇠고기 재협상은 거의 불가능할 전망이다.
자칫 하다간 한미FTA 추가협상을 통해 자동차시장은 추가개방해주고 쇠고기 협상은 말도 못 꺼내면서, 이명박 정권은 절체절명의 벼랑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악몽의 '어게인 2000'?
지난 2000년말 미국에서 부시 정권이 출범하자 김대중 정권은 아연실색했고, 실제로 그후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부시 정권과의 끝없는 불협화음에 고통받아야 했다.
2008년,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오바마 정권이 출범할 경우 이명박 정권은 한미FTA를 둘러싼 무역마찰, 대북정책을 둘러싼 외교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오바마는 이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자칫 북한의 '통미봉남'이 더욱 힘을 얻을 공산이 크다.
또한 극심한 무역마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본디 미국 민주당은 경제정책에 관한 한, 공화당보다 지독하게 국익 우선적이며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하다. 한미FTA 강력 반대가 한 증거다.
이명박 대통령이 태평양에서 밀려오는 '오바마 해일'에 어떻게 대응할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이미 외교가에선 '어게인 2000'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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