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는 확신범, 김근태는 햄릿"
<인터뷰> 손호철 교수 "신자유주의가 양극화의 근원"
손 교수는 5.31지방선거로 초토화된 노무현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노대통령에 대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잘못된 순교의식인데 우리 시대에 두 사람의 순교자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다"라며 "노 대통령은 확신범이다. 그 어떤 비판 앞에서도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당당하지 않은가. 그런 노 대통령에게 변화를 기대 하는 건, 글쎄다"라고, 5.31선거 결과가 노대통령의 변화를 초래하지 않을 것으로 단언했다. 박근혜 의원에 대해선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잘못된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노대통령의 퇴임후 행보와 관련, "노 대통령과 함께 한 핵심 참모는 대부분 386세대다. 노 퇴임 후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가. 정치밖에는 할 것 없다"며 "노사모를 비롯한 친노세력이 정치세력화할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젊고, 정치적 성향이 강한 것, 주변에 정치적 인물이 많은 것 등 때문에 노 대통령의 현실 정치 참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열린우리당의 새 선장이 된 김근태 의장에 대해서도 "정치인 김근태의 가장 큰 약점은 햄릿과 같은 ‘과잉 심각’과 '좌파 콤플렉스'"라며 "그 때문인지 그는 현실 정치에 입문한 뒤 제 목소리를 낸 적이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여의도의 햄릿'이라 불리는 김 의장의 아픈 대목을 사정없이 꼬집은 것이다.
김 의장이 취임 일성으로 “첫째도 서민경제, 둘째도 서민경제, 셋째도 서민경제"를 외친 데 대해서도 손 교수는 “큰 틀에서 보면 정확히 짚었으나 내용으로 들어가면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며 혹평했다.
손 교수는 김 의장의 주장인즉 “성장을 통해 서민경제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인위적 경기부양은 하지 않겠다는 참여정부의 기조와도 어긋나지만 신자유주의 시대 아래서는 서민경제는 파탄날 수밖에 없다”며 해법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가 양극화의 근원인데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김 의장 등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에 대해 "문제는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문제제기해 놓고서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좇는 앞뒤 맞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는 거다"라며 "정신분열이다. 논리적 자기모순이다"라고 혹평했다.
손 교수는 열린우리당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의 정부 5년, 참여정부 3년, 8년으로 실정으로 자유민주주의 세력 전체가 무능하다고 낙인찍히는 것을 막기 위해 사회 양극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지하게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14일 서강대 교수연구실에서의 인터뷰 전문.
"신자유주의가 양극화의 근원"
뷰스앤뉴스 열린우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돌아선 민심과 사분오열된 당을 수습하고 있다. 비대위 앞날을 어떻게 보는가.
손호철 교수 초치는 것 같지만 비대위 방향을 잘못 잡았다. 우리당의 5. 31 지방선거 참패는 파탄난 민생경제에 대한, 무능함에 대한 심판이었다.
그런데 민생 경제의 파탄은 노무현 정권 3년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의 정부 5년, 참여 정부 3년, 8년의 결과인데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탓만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시대, 세계화 시대에 집권했기 때문에 짊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과 같은 것이다. 9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지금 우리 사회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 책임은 그들(한나라당 세력)에게 지어졌을 것이다.
우리당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진보로 나서던가, 아니면 신자유주의를 택하든지 자신의 정체성을 또렷이 해야 한다. 우리당은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먼저 불행한 시대(신자유시대)에 태어나 신자유주의의 길을 걷는 게 민중의 패배라는 것 알면서도,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그 길을 좇을 수밖에 없었다고 국민에게 고백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런 뒤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화두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 비대위는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정치공학적 측면에서만, 지지 기반만 생각하고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자유주의 세력이라 불리는 우리당의 그런 태도로 인해 국민에게 자유주의 세력 전체가 무능하다고 낙인찍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했을 때는 그래도 먹고 살만했다’는 소리가 나오고, 박정희 신드롬이 확산되는 게 그런 예다.
신자유주의의 길을 걷는 한 민생경제의 회복은 어렵다. 미국이 좋은 예다. 미국 경제는 지표상으로는 좋지만 내면적으로는 빈곤층이 증가하고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뷰스 그런 고백은 정권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당이 나서서 그런 고백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청와대가 있는데.
손호철 그런 면이 없지 않지만 문제는 대통령도 그렇고 당도 오락가락한다는 것이다. 5. 31 지방선거 직후 대통령의 목소리를 취합해 보면 ‘우리는 옳다’다. 그런데 당에서는 ‘노선 수정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 경우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혼란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좌파적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파적이다. 신자유주의 첨병인 미국의 보유세와 우리의 보유세를 비교해보면 우리가 무척 낮다. 그런데 열린우리당 등은 보유세를 너무 올려 많은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미 FTA는 또 어떤가. 서민경제를 이야기하면서 한미 FTA 협상에 나서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잘못된 순교의식"
뷰스 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는 지적인데 그런 점을 위정자가 모른다고 보는가. 아니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때문인가.
손호철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잘못된 순교의식인데 우리 시대에 두 사람의 순교자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다. 노 대통령은 확신범이다. 그 어떤 비판 앞에서도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당당하지 않은가. 그는 모르는 것이 아니라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확신범이다. 그런 노 대통령에게 변화를 기대 하는 건, 글쎄다.
노 대통령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소수자로서 항상 이겨왔다는 것이다. ‘너희들 그래봤자 난 항상 이겨왔다’ ‘잘나고 교육 잘 받은 너희들 나 또 씹지? 비판하지? 그렇지만 난 항상 이겼다’는 의식이 인식 저변에 깔려있다. 말투에서 나오지 않는가.
박근혜 의원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잘못된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
정치인 김근태의 약점 두 가지 ‘과잉 심각’, ‘좌파 콤플렉스’
뷰스 김근태 의원이 비대위 의장을 맡으면서 ‘독배’란 표현을 썼다. 김 의장의 이번 선택이 ‘독배’인가, ‘기회’인가.
손호철 정치인 김근태의 가장 큰 약점은 햄릿과 같은 ‘과잉 심각’과 '좌파 콤플렉스'다. 그 때문인지 그는 현실 정치에 입문한 뒤 제 목소리를 낸 적이 거의 없다.
2000년 4월 여당인 민주당이 4. 13 총선에서 패한 뒤 정동영 최고위원을 비롯한 소장파가 중심이 돼 권노갑 고문 퇴진운동을 벌였다. 그러자 권노갑 진영에서 ‘너희는 책임 없냐’고 딴죽을 걸었다. 정동영은 주저 없이 최고위원직을 던졌는데, 김근태의 일성은 "이건 음모다!"였다. 정치적 감각이 너무 없다.
비대위 의장은 전체를 총괄하는 관리자일 수밖에 없다. 자기 입장을 갖고 치고 나갈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배를 마신다’는 표현을 했는지 모르지만 국민의 정부 5년, 참여정부 3년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민주화운동 세력, 자유민주 세력을 기사회생시키는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뷰스 김근태 의장이 첫째도 서민경제, 둘째도 서민경제, 셋째도 서민경제라며 서민경제 올인 방침을 천명하고 있는데 참여정부는 중단 없는 개혁을 주창하고 있다. 정책 노선을 두고 당청(黨靑) 이견이 표출되는 것인데 이와 같은 불협화음이 조율가능하다고 보는가.
손호철 먼저, 정동영 전 당의장이 이야기 했던 ‘민주대연합론’, 김두관 전 최고위원의 ‘낡은 정치 대 새로운 정치’, ‘반 한나라당 연합’ 등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거듭 말하지만 5. 31 선거 참패의 원인은 신자유주의에 따른 경제적 피폐화다.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 설득하는 급선무이다. 엄한 짓들을 하고 있다.
김근태 의장 취임 일성을 보면 정치적 노선문제를 이차적 문제로 놔두고 일단 서민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것인데 큰 틀에서 보면 정확히 짚었다. 그러나 내용으로 들어가면 ‘립 서비스’다. 결국 성장론을 택하겠다는 거 아닌가.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서민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른 것이 저성장 때문인가. 그렇다면 지난해 4%대 저성장 아래서 기업은 사상 최대의 이윤을 남긴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고용 없는 성장, 저분배 성장 기조에 대한 수정 없는 추가 성장이 서민경제에 무슨 도움이 될까. 이런 고민이 없다.
따라서 김 의장의 경제정책 노선은 어떤 의미에서는 노무현 정부 정책보다 더 후퇴한 것이다. 구호만 서민경제이지 결국은 참여정부가 비판한, 단기적 경기부양책을 쓰겠다는 것이다. 김근태가 우경화하고 있다는 소리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문제 핵심이 개혁 과잉에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열린우리당, 당청 논쟁보다 당내 논쟁 먼저 해야"
뷰스 김 의장이 왜 그런 노선을 택했다고 보는가.
손호철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본인이 정말로 그 방법이 최상이라고 믿고 있거나, 김근태 특유의 콤플렉스인 좌파적 색채를 떨어내려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의 김 의장의 정치역정을 보면 ‘난 좌파가 아니야’를 보여주기 위해 몸부림친 세월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하나는 스타일인데, 우리당이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하지 않고 비대위 체제를 택한 것은 '수습하라'는 의미다. 그런데 본인이 자가발전해 소명의식을 가진 것 같다.
뷰스 오버한다는 말인가.
손호철 의견을 모은다는 것은 의견을 취합해서 그대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자기 느낌대로, 주관대로 이끄는 것이 아니다. 역할 해석을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을 당 입장처럼 이야기하는데 또 다른 계몽군주가 되려는 게 아닌가 싶다.
뷰스 당청 갈등도 거기서 기인한다고 보는가.
손호철 지금 문제는 당청 간보다 당당(黨黨) 간에 더 있다. 당내 논쟁이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당내 논쟁이 불거지기도 전에 당청 논쟁이 시작되고 있다. 청와대에서 시비 걸기 전에 당내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은가.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은 의장을 흔들면 안 된다고 배려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정상적인 당이라면 어떻게 청와대와 먼저 시비를 붙는가. 당내 논쟁이 먼저지.
우리당이 지금 하고자 하는 것을 보면 틀린 것은 안 고치고, 맞는 것은 고치려드는 것 같다.
"열린우리당 정책은 정신분열"
뷰스 틀린 것은 무엇인가.
손호철 우리당이 ‘신자유주의 정책이 옳다. 그 과정 중 사회적 양극화는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다’ 이렇게 주장하면 나름대로 일관성 있는 태도다. 문제는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문제제기해 놓고서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좇는 앞뒤 맞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는 거다. 정신분열이다. 논리적 자기모순이다.
신자유주의 정책 아래서는 양극화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 수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고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반투기자본적인 부동산 정책은 고치지 말아야 하는데 고치려 든다.
뷰스 지금 열린우리당이 가는 길에 대해 회의적인 것 같은데.
손호철 중장기적으로 볼 때 당연히 파탄날 노선이다. 먼저 그들에게 현실적인 책임감이 없다. 당의 건의를 노무현 대통령이 정책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당에서 마련한 이런저런 안은 허공에 뜬다.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수용할 것 같지 않다. 설령 채택 실행한다 해도 남은 임기가 1년 반인데 그동안 효과 나타날까. 가능성 낮다.
얻는 것은 중도보수 세력에게 김근태가 분배주의자가 아니라는 것, 성장도 생각하는 합리적인 사람이란 이미지를 뿐일 게다. 그런 의미에서 중장기적으로는 파탄날 노선이지만 단기적으로 볼 때는 플러스적인 측면이 있다.
뷰스 김 의장이 자신의 입지만 생각했다는 의미인가.
손호철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열린우리당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의장이 지금 취하려는 정책은 김대중 정부의 신용카드 정책과 같은 거다. 그 정책으로 인해 김대중 정부 인기 좋았다. 그 바람에 몇 년 뒤 나라가 거덜나고, 신용불량자가 속출해 많은 사람들이 피눈물 흘렸지만 그 당시는 좋았다.
김 의장의 정책은 우리당에 대해 비판적인 중도세력과 비판적 세력에게 우리당도 경제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등 친기업적으로 움직이란 생각을 갖게 할 것이다. 지지기반이 떨어져나갈 수 있지만 어느 쪽이 플러스고 어느 쪽이 마이너스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김 의장 개인으로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의 건의를 수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집행은 되지 않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한 것이니까. 이것은 김 의장 자신의 대선 프로젝트일 수도 있고 열린우리당의 대선 프로젝트일 수도 있다. 김 의장이 서민경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30~40조의 여유자금을 추가성장 기금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을 내걸고 당내 경선 출마해 당선되면 그것은 곧 우리당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뷰스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살 길은 깨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손호철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깨지느냐 아니냐는 지역 구도적인 시각에서만 바라본 거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자유주의 세력이 지금 공간 속에서 국민에게 냉전적 보수 세력과 다른 삶의 질을 제공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포인트다. 정치공학적은 계산은 차후 문제다. 지금은 한국에서 자유주의세력이 살아남느냐 죽느냐 귀로에 놓인 절박한 시기다.
뷰스 우리당 의원 중에는 당이 살려면 노무현 대통령과 선긋기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손호철 맞는 지적이다. 이제 정국은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대권 후보는 국민에게 21세기 한국 사회에 대한 블루프린트(청사진)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유산과 그가 추구하고 있는 정책을 안고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 버리고 가야 한다.
김 의장도 알 것이다. 선거공학적으로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는 것 잘 알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도 알 것이다. 모르면 정치하지 말아야 한다.
“노 대통령 퇴임후 현실정치 간여할 수밖에 없다”
뷰스 항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받기에는 ‘너무 젊다’며 퇴임 후에도 현실 정치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손호철 사람은 어떤 결정을 할 때 절대 합리적으로만 판단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성격과 조직 논리가 앞선다.
김영삼 정부 말기에 YS의 최고 선택은 내각제였다. 내각제 하면 30% 권력을 죽을 때까지 가질 수 있는데 안 했다. 내각제를 하게 되면 정적인 DJ도 20%의 권력을 갖게 되는데 그것이 싫었던 것이다. 그런 것이 캐릭터다.
한나라당 이인제 후보가 경선에 불복하고 튀어나왔는데 난 그럴 줄 알았다. 이인제 주변에 있는 스텝들 대부분이 젊었고, 돌출적 성향을 지닌 이들이 많았다. 이인제는 그들을 위해서, 조직을 위해서라도 나와서 판을 벌렸어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과 함께 한 핵심 참모는 대부분 386세대다. 노 퇴임 후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가. 정치밖에는 할 것 없다. 노사모를 비롯한 친노세력이 정치세력화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젊고, 정치적 성향이 강한 것, 주변에 정치적 인물이 많은 것 등 때문에 노 대통령의 현실 정치 참여 가능성이 높다.
뷰스 정치학자로서 2007년 대선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손호철 내년 대선은 자유주의 정권 10년,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와 심판이 될 것이다. 대선 과정 중 과연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발전 모형은 무엇인지 국민적 논의가 있으면 나름대로 의미 있을 텐데 지난 대선에서도 그렇고 그런 논의가 잘 되지 않고 있다. 누가 되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
5. 31 지방선거 참패는 자유주의 정권 8년에 대한 탄핵인데, 지금이 바로 그런 논의를 해야 할 때다. 우리당의 내부 논쟁이 있어야 한다. 김근태 의장의 새 지도부가 그것을 화두로 꺼내 국민적 논쟁으로 만들고 의견을 모아야 한다.
사회적 양극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지하게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대선 프로젝트도 다양해지고 그것이 대선으로 이어지면서 논쟁거리가 될 텐데 제대로 되는 것 같지 않다. 그런 점에서 참으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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