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비자금에 연루된 강삼재 전 의원의 7월 재보선 공천신청과, 공천헌금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덕룡 의원의 정치재개 및 농민사망사건으로 사퇴한 허준영 전 경찰청장의 공천 신청 소식에 '도로 한나라당'이 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나라당내에서도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와 한나라당이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심재철 "한나라당 시계 거꾸로 가나"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8일 염창동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7월 재보선 공천과 관련, "당이 깨끗하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며 "미래로 가는 큰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 공천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원론적 수준의 발언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강삼재 전 의원의 공천신청을 염두에 두고 나온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이 더 우세하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공천심사위도 미래지향적으로 심사해야 하고 그 결과가 최고위원회에 올라오면 나도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며 "이 정도 말하는 것도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고 좀 더 가면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신변의 위협'을 운운할 정도면 특정인을 거론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심재철 의원도 이날 '한나라당의 시계는 거꾸로 가나'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지방선거시의 거액 공천 비리 때는 '의원직 사퇴 등 입장 정리' 운운했던 발언이 이제는 '역할이 남아 있다'로 바뀌며 정치의 부활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고 거액의 불법 선거자금과 돈세탁으로 '부패'의 오명에 따른 정계은퇴 선언도 이제는 명예회복이라는 미명 아래 정계복귀 선언으로 바뀌고 말았다"고 강삼재 전 의원과 김덕룡 의원의 최근 행보에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심 의원은 "온 국민들이 정권한테 정신 좀 차리라며 투표로 무섭게 꾸짖었던 것을 한나라당은 금새 잊었단 말인가"라며 "정권을 심판한 것이지 우리는 혼나지 않았으니 우리는 어떻게 해도 괜찮다고 착각하는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 역시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19일 <뷰스앤뉴스>와의 통화에서 강 전 의원과 김 의원의 행보에 대해 "시대정신에 부합해야 하는데 이에 거슬르게 되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고 저항할 수밖에 없다"며 "맹형규 전 의원 같이 자신이 했던 말을 지키면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 역시 이날 <뷰스앤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이 미래로 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 역량이나 나름대로의 역할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방선거의 승리는 과거로 돌아가라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비전을 보이라는 것이고 지금 한나라당은 몸을 낮춰야 할 때"라고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맹형규 전의원 선택 상대적으로 빛나

이 때문에 전당대회와 7월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 맹형규 전 의원의 결정이 빛을 발하고 있다.

맹 전 의원은 지난 18일 "제가 지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도리는 지난 경선에서 당원들께 드린 약속을 지키고, 국회의원직을 던질 때의 그 결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저의 재출마가 자칫 당이 국민지지에 안주하는 오만한 모습으로 비춰진다면 한나라당이 국민들의 기대를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불출마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이 '차떼기당' '웰빙당'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아니면 '도로 한나라당'이 될지 정가와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