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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명분-리더십-플러스알파 있어야 가능"

<인터뷰>박철언 "우리-민주-고건 3자 연대통합, 글쎄..."

1990년 3당 합당의 막후 주역인 박철언 전 국회의원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고건 전 총리 세 세력을 아우르는 통합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는 <월간중앙>이 지난 6월 7일부터 1주일 간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71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80%가 ‘고건 전 국무총리 측과 연대 내지는 합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과 정면 배치되는 전망이다.

그는 13일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뷰스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치적 통합이 성공하려면 시대정신에 입각한 대의명분과 자신의 세력 구성원 내 이견을 잠재울 수 있는 수장(首將)의 강력한 리더십, 제 세력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하는데 과연 지금 그런 것이 있느냐”며 전망을 비관적으로 봤다.

박 전 의원은 92년 12월, 문민정부 탄생의 단초가 된 90년 1월 3당 합당과 97년 12월, 김대중(DJ) 국민의 정부 탄생에 기여한 97년 10월 DJP연합을 추진, 성사시켰던 주역으로 꼽힌다.

그는 이어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이란 없다”며 “마음을 비우는 대승적 자세와 ‘나라와 국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염두에 두고 판단하고 접근하면 성공할 수 있다”며 소탐대실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열린우리당이 5. 3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에 대해 “과거사에 집착해 오늘의 문제를 보지 못하고 내일의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하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한 그는 “오늘의 지도자는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진보와 보수의 통합을 통해 선진복지통일의 시대를 열어가는 향도(餉道) 역할을 해야 하는데 선후(先後)를 몰랐던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박 전 의원은 더불어 당청(黨靑)간에 벌어지고 있는 5. 31 선거 책임 공방에 대해 “지금까지의 문제는 대통령 탓만이 아니다”라며 “집권 여당도 공동책임이 있는데 그중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핵심 참모들이 자리를 걸고, 자신의 모든 것을 대통령이 바른 판단을 하도록 보좌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며 청와대 참모진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정치적 통합 : 대의명분, 강력한 리더십, 플러스알파 있어야 성공

"3당 합당과 DJP연합 모두 선진복지통일 국가를 이뤄 통일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고 밝힌 박 전 의원은 그 꿈이 "YS와 DJ의 약속 파기로 미완의 꿈이 되어버렸지만 정치를 재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뷰스앤뉴스


뷰스앤뉴스 : 열린우리당, 민주당, 고건 전 국무총리 세 세력을 아우르는 통합 논의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전망하는가.

박철언 전 의원 : 내 경험을 토대로 보면 정치적 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제조건이 충분해야 한다.

첫째는 시대정신에 입각한 대의명분이다. 그래야 국민이 수긍하고 호응한다. 90년 1월, 민정당 총재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민정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민자당 깃발 아래에 서는 3당 합당을 주도해 성사시켰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대화합을 통해 남북통일에 대비한다는 것이 대의명분이었다.

두 번째 조건은 정당 내부에, 정치세력 내부에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헌신적인 실무자와 수장에게 자신의 세력 구성원 내 이견을 잠재울 수 있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

90년 1월, 3당 합당의 주역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YS) 통일민주당 총재, 김종필(JP) 신민주공화당 총재였다. 97년 10월 DJP 연합 때는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리더였다. 공과야 어떻든 그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 수장(首將)이었다.

세 번째는 통합에 참여하는 제(諸)·세력 모두에게 득이 되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허나 협상 당사자가 모두가 1백프로 만족하는 협상은 없다. 불가능하다. 한쪽이 독주하려고 하면 깨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협상 주체들이 대승적 자세를 가져야 성공한다.

5. 31 지방선거 전부터 정개개편 이야기가 나왔는데 세 가지 전제조건을 잣대로 놓고 보면 전망이 쉬울 것이다. 수면 아래서 주파수 맞추고 있는 것 같은데 논의가 결실을 맺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협상 주체자의 리더십과 인물의 크기에 달려 있다.

우리당 5. 31 패인, 국민에게 미래 아닌 과거 이야기한 탓

뷰스 : 성공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박철언 : 통합을 정권을 잡기 위해 수단으로만 활용하려 들면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은 먹고 사는 문제에 민감하지만 지금보다는 미래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단적인 예가 ‘나는 비록 이렇게 살지만 내 자식, 우리 아들딸은 나보다 낫게 살았으면, 좋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한다. 그런 나라, 그런 사회를 바란다. 과거에 대한 집착은 그리 크지 않다.

열린우리당이 5. 31 선거에서 참패한 원인 중 하나도 과거사에 집착해 오늘의 문제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일의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하지 못한 탓이다.

현대사에 있어서 서로의 몫과 공을 인정하는 대타협, 지역간 &#8228; 세대간 &#8228; 계층간 &#8228; 진보와 보수의 통합을 통해 선진복지통일 시대를 열어가는 향도(嚮導) 역할을 지도자가 해야 하는데, 선후(先後)를 몰랐던 것 같다.

뷰스 : 지도자의 덕목을 꼽는다면.

박철언 : 오늘의 지도자에게는 통합의 리더십,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할 수 있는 창조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과 도덕성도 갖춰야 한다.

뷰스 : 열린우리당, 민주당, 고건 전 국무총리가 함께 하는 통합에 대해 회의적인 것 같다.

박철언 : 통합의 필요성은 분명 있는 것 같은데, 그들의 내세울 새로운 정치세력이라는 것이 결국 ‘반 한나라당’일 텐데 그게 대의명분이 될까 싶다. 또 각 세력 간 서로 주도권 쥐려는 느낌 든다. 자기를 강하게 내세우다보면 쉽지 않다. 통합을 생각하는 제 세력에 3김과 같이 파워를 지닌 수장이 과연 있는가 싶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뿌리는 새천년민주당으로 한 뿌리지만 상당히 다르다. 새천년민주당에서 나온 의원들이 열린우리당을 만들 때 ‘386의 피’가 대거 유입된 탓이다. 고건 전 총리 측과도 시각차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 없다. 마음을 비우는 대승적 자세가 있으면 못 이룰 것은 없다. ‘나라와 국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염두에 두고 판단하고 접근하면 성공할 수 있다. 마음을 비우기까지 곡절이 많겠지만….

5. 31 참패, 대통령 제대로 보좌 못한 참모들에게도 책임 있어

뷰스 : 5. 31 선거 참패를 놓고 당청(黨靑)간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박철언 : 선거 결과를 놓고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 세력만 타깃이 되는데 국민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그를 뽑은 사람이 누구인가. 국민 아닌가. 대통령으로 뽑았고, 국회의원으로 뽑지 않았나. 모든 것을 네 탓이야, 대통령 탓이야 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또 오늘의 정치는 여당 한쪽의 문제가 아니다, 야당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의 문제는 대통령 탓만 아니다. 집권 여당도 공동책임이 있다. 특히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핵심 참모, 그들도 책임감을 통감해야 한다. 참모는 자리를 걸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대통령이 바른 판단을 하도록 보좌해야 한다. 헌데 지금 보아하니 그런 것이 없다.

국정은 대통령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지시를 하면 일단은 받들어 준비해야지만 준비하면서 아니란 판단이 서면 안 된다는 것 설명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맞게, 자주 이야기 하고, 아닌 쪽으로 결론이 나도록 노력하는 게 참모 역할이다. 한두 번 해보다 안 되면 포기하고, 문제가 생기면 대통령 핑계 대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그들도 역사와 국민 앞에 책임감 있어야 한다.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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