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보수인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된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결정적인 것중 하나는 프랑스 사회의 노령화인 것 같았다. 내가 묵고 있던 집에서 집주인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데, 부모와 젊은 아들간 논쟁이 볼만 하더라. 아들은 열렬한 사회주의 지지자였으나, 보수주의자인 고집스런 부모들에게 논쟁에서 밀렸다. 요즘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에서 잇따라 보수주의 정권이 탄생하는 것은 노령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였다."
비슷한 모습이 요즘 우리 정치판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지난해말 12.19 대통령선거때 50대 이상 투표율은 타 연령층보다 월등히 높아 전체 투표자 중 50세 이상이 41%나 되었다. 이들이 이명박 정권 탄생의 1등공신이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50세 이상 유권자 수는 전체의 약 34%에 달한다. 전체의 3분의 1 정도다. 숫자로는 열세다. 그러나 이들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보다 커 보인다. 9일 총선 투표장에서 들려오는 한결같은 전언은 젊은층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아침부터 투표장을 찾은 얼마 안되는 유권자들 다수가 중장년층이라는 전언이다.
이같은 투표소 풍광에 한나라당은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짓고, 반면 민주당은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곳곳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의 공통점은 젊은 층에선 상대적으로 민주당, 장년층에서는 한나라당이 우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낮은 투표율, 그것도 젊은층의 대거 불참은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게 정가의 일반적 관측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박선숙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오후 "예상보다 낮은 투표율이 큰 걱정"이라며 "투표율이 저조할 경우 기존의 70~80석의 예상치를 밑도는 60~70석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를 숨기지 못했다. 그는 "현재 낮은 투표율은 결국 50~60대 연령층이 아닌 20~30대에서 참여율이 낮다는 것"이라며 "수도권의 경우 초경합지역이 많아 투표율 하락은 민주당 후보들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탄식했다.
한편 투표장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젊은층은 이날 벚꽂이 만개한 여의도 윤중로나 고궁, 놀이터 등에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선관위는 젊은층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원더걸스'를 홍보대사로 동원하는 등 애를 써왔다. 하지만 막강 '원더걸스'도 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돌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4월9일은 벚꽃놀이 하기 좋은 '공짜 휴일'일 뿐이었다.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투표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젊은층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연합뉴스 9일 벚꽃이 만개한 여의도 윤중로에는 젊은 인파들이 몰리면서 발 디딜 틈조차 찾기 힘들 지경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