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탈당, '최후통첩'인가 '엄포'인가
<분석> 4월 총선 최대 분수령, 이명박-박근혜 회동 주목
지난 대선의 클라이막스가 이명박-박근혜 한나라당 경선이었듯, 한나라당이 독주를 거듭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4월 총선의 최대 분수령도 박 전대표의 '탈당' 여부라는 게 정가의 지배적 관측이기 때문이다.
서청원 등 원외는 오래전부터 '탈당' 주문, 현역은 미온적
박근혜계 원외에서는 오래 전부터 '박근혜 탈당'을 주문해왔다. 이들이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받을 확률은 거의 '제로(0)'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 예로 경선때 박 전대표를 적극 밀었던 서청원 고문은 박 전대표가 중국 방문을 떠나기 직전에 박근혜계 원외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전대표는 탈당해야 하며 탈당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에 현역의원들은 상대적으로 탈당에 미온적이다. 공천에서 탈락된다면 모르나, 현재로선 '시베리아 벌판'에 나갈 생각만 해도 끔찍하기 때문이다. 박 전대표의 핵심측근 의원은 "10년 야당생활 끝에 간신히 여당이 됐는데 또다시 야당을 해야 한다는 것은 솔직히 달가운 일일 수 없다"며 "상당수 의원들이 탈당에 강력 반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 전대표의 중국 방문전 박 전대표가 당과 전면전을 벌였을 때 33명의 박근혜계 현역의원이 한 데 모여 '박 전대표와 행동을 같이 한다'는 결의를 한 것도 실상은 현역의원들의 미온적 자세에 대한 '단도리' 성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5년후 한나라당 대선후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일부 핵심 측근의원들 사이에선 눈앞 '공천'을 '5년후'라는 관점과 연계지어 '탈당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시각도 보인다. 다음은 한 측근의원의 솔직한 심경 토로.
"솔직히 5년후 박 전대표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될 확률이 50%를 넘을 지, 자신할 수 없다. 박 전대표는 지난 경선때 여론조사 하나만 빼고 모두 이겼다. 그러나 총선 공천 및 실제 총선을 통해 박 전대표의 당내 조직은 급속히 약화될 게 분명하다.
이재오 의원이 5년후 대선을 겨냥해 조직을 확대하고 있으며 강재섭 대표도 5년후를 꿈꾸며 나름의 행보를 하고 있다. 여기에다 천문학적 재산의 보유자인 정몽준 의원도 5년후를 대비해 울산을 거점으로 영남권으로 조직을 확대할 게 분명하다. 밖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김문수 경기지사 같은 다크호스들도 즐비하다. 5년후 어쩌면 박 전대표는 여론조사 하나에만 의존해야 할 지도 모른다."
박 전대표가 '5년후' 한나라당 경선을 통과할 수 있을지도 확신이 안선다는 얘기다. 이들이 지금 탈당 문제를 진지하게 고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근혜 없이도 '이명박계 150석 의석' 가능할까
박 전대표 귀국직후 박 전대표 측근들은 일제히 '탈당'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솔직히 이들은 종전에 탈당에 적극적 인사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비이락인지, 박 전대표 귀국직후 조직적으로 탈당을 거론하고 나서면서 정가에서는 박 전대표가 직접 탈당을 거론하지 않았으나 최소한 박 전대표의 '심상치 않은 심경'을 읽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궁금한 것은 향후 이명박 당선인측 및 강재섭 대표측 대응.
박 전대표의 한 측근은 "이명박 당선인측은 총선 목표를 '과반수 이상'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솔직히 '이명박계 과반수 이상'으로 받아들이는 게 정확할 것"이라며 "그럴 경우에만 박근혜계가 당내에서 '원내 야당' 역할을 하더라도 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 이명박 진영의 정권 재창출도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박 전대표가 탈당하더라도 그런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인가이다"라며 "며칠 전 언론에 나돈 박 전대표 탈당시 '한나라당 147석 획득'이란 출처불명의 당 여론조사 결과는 보기에 따라서 이명박 진영에 오판을 하게 할 가능성이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 "박 전대표가 탈당해 한나라당이 과반수 득표에 조금 미달하더라도 무소속이나 다른 야당 의원들을 영입하면 과반수 획득이 문제없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었다. 즉 이재오 의원 등 일부가 '매파적 판단'을 하고 박 전대표를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표출이다.
하지만 이같은 시나리오는 대단히 위험성이 높은 도박일 가능성이 높다. 예상밖으로 탈당후 '박근혜 돌풍'이 거셀 경우 한나라당이 과반수 획득에 크게 못미치면서 이 당선인이 극구 기피하는 '여소야대' 국면이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전대표는 지금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메시지의 수신처는 이명박 당선인이다. 박 전대표가 중국특사 방문 결과를 전하기 위해 이 당선인과 만나는 시점이 아마도 한나라당 갈등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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