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HMM 인수. "새우가 고래 삼켰다"
동원보다 2천억 많은 6조4천억 써내 인수. 10위권 점프
재계 순위 27위인 하림이 19위인 HMM을 인수, 재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고 평가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18일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JKL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HMM 매각 대상 주식 수는 채권단이 보유한 3억9천879만주다. 인수가는 6조4천억원 수준으로, 하림은 경쟁자인 동원그룹보다 2천억원을 더 써내 인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과 해진공은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다.
하림그룹이 HMM 인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자산이 42조8천억원으로 불어난다. 재계 13위로 14계단 뛰어오르게 된다.
HMM 전신인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에 이은 국내 2위 컨테이너선사로 자리매김했으나, 2010년대 해운업 장기침체를 맞아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2013년 말 6조8천억원의 공적 자금을 수혈받고 산업은행 관리를 받아왔다.
2016년 한진해운이 파산하자 정부는 현대상선만은 살리기로 했고, 정부의 전방위 지원으로 현대상선은 2020년 9년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하고, 지난해 매출 18조5천868억원, 영업이익 9조9천45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상호도 현대상선에서 HMM으로 바꾸었다.
이에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7월 매각 절차 개시를 계기로 보유한 2조7천억원가량의 영구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영구채 중 1조원가량을 주식으로 전환·매각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며 매각 절차에 본격 착수해 하림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
문제는 향후 해운업황이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부진, 운송선박의 공급 증가 등으로 불황이 예상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 3분기 886∼1천43으로, 지난해 동기(1천922∼4천203)의 4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에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하림이 불황기에 어떻게 HMM을 세계적 선사로 키워낼 수 있을 것인가에, 과연 이번 HMM 인수가 10위권 그룹으로 약진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승자의 독배'가 될지를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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