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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장애인 제품 질 떨어져" 발언에 장애인 분노

장애인 정책관련 발언에 장애인단체 항의 방문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장애인 관련 정책에 대해 ‘실언’을 해 관련 장애인단체가 강력 반발하는 등 곤혹을 치렀다.

오 후보는 지난 3일 저녁 한국방송(KBS) '5.31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장애인 자활사업이다. 즉 장애인들이 생산한 제품이 조금 질적으로 떨어지더라도 우선적으로 구매해서 쓸 수 있도록 해 장애인들이 자활 의지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제가 가진 구상”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관련 장애인단체들은 “오 후보가 말한 ‘조금 질적으로 떨어지더라도’라는 발언이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한 것이냐”며 “지금까지 시가 장애인이 생산한 제품의 질이 떨어지더라도 구매한 것은 결국 불쌍한 장애인에 대한 시혜와 동정에 기초한 것이냐”고 오 후보의 발언을 비난했다.

“오세훈 눈에는 우리가 60~70년대 헐벗고 굶주린 장애인으로 보이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장협)은 8일 오세훈 후보 캠프가 위치하고 있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오 후보 실언과 관련한 항의 기자회견을 갖고 오 후보의 즉각적 사과와 면담을 요구했다.

장애인단체 회원들은 항의기자회견 직후 오세훈 후보 사무실을 직접 방문,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공식적인사과를 촉구했다 ⓒ김동현 기자


윤두선 한장협 회장은 “오세훈 후보의 ‘장애인이 만든 제품이 질적으로 떨어지더라도 우선구매해야한다’는 발언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무지를 드러낸 극치”라며 “오세훈의 눈에는 우리같은 장애인이 60~70년대 헐벗고 굶주려 동정해야만 하는 대상”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오 후보가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프레쉬’하다고 자부하면서도 어떻게 장애인 문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렇게나 노쇠하냐”며 거듭 오 후보를 비난했다.

박경석 전장연 집행위원장도 “오세훈 후보의 관련 발언은, 오 후보가 장애인에 대한 자신의 편견과 무지를 공중파를 통해 마치 장애인을 사랑하는 것처럼 미화하여 왜곡되게 발언한 것”이라며 오 후보의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오세훈, 장애인 정책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어...

이밖에도 장애인단체들은 오 후보의 장애인 관련 공약들이 하나같이 현실적이지 못함을 지적하며 “장애인 정책에 대해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고 비판했다.

전장연과 한장협은 이 날 기자회견을 통해 오 후보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으로 내세운 장애인콜택시, 무료셔틀 확대 보급과 관련, “장애인 이동권 확보의 핵심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타고 다닐 수 있는 저상버스 확대, 혹은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활동보조인제도 도입과 확충”이라며 “오 후보가 내건 공약은 전혀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장애인단체들은 오 후보가 내건 장애인공동작업장 설립의 경우도 “장애인 노동권과 관련해 매우 일부의 제한적인 사업이며, 대다수 장애인의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특히 오 후보가 각종 TV 토론회에서 자주쓰는 ‘장애우’라는 명칭을 놓고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우’는 장애인복지법에 나오는 공식 용어가 아닐뿐더러 그런 용어를 써 장애인에 대한 또다른 편견과 시혜적 관점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 캠프로 찾아온 장애인들에게 박찬숙 의원이 차를 접대하고 있다 ⓒ 김동현 기자


오세훈 캠프 찾아간 장애인들..."시혜 베풀겠다는거냐" 항의

한편 전장연과 한장협 소속 장애인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세훈 후보 캠프 사무실이 차려져있는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4층으로 항의서한을 들고 찾아갔다.

이에 오 캠프측 관계자들은 인권위 1층 로비에서부터 우왕좌왕하며 장애인들을 맞기에 바빴다. 박경서 전장연 위원장은 오세훈 후보와의 공식 면담을 요구했고 오 후보 캠프측에서도 몰려던 기자들과 카메라 후래쉬 세례에 잔뜩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 때 오 캠프에서 미디어를 담당하고 있는 박찬숙 의원이 손수 차를 꺼내와 장애인들에게 ‘서빙’(?)을 하는 노력까지 보였다. 박 의원은 연신 장애인들에게 웃으며 “덥죠? 이거 한잔 드세요”라며 차를 권했고, 중증장애인에게는 직접 음료를 마시게 도와주었다.

오세훈 후보의 선대위본부장을 맡고있는 원희룡 의원은 장애인대표들과의 면담을 통해 오 후보 발언에 대한 '유감'을 뜻을 내비쳤다 ⓒ 김동현 기자


오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고있는 원희룡 의원도 장애인들이 캠프로 직접 찾아왔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곧바로 캠프로 달려와 장애인들과 면담했다. 원 의원은 “오 후보가 다른 일정이 많기 때문에 제가 대신 오게됐다”며 양해를 구한 뒤, 거듭 오 후보의 발언의 진의가 잘못 전달되었음을 강조했다. 원 의원은 “KBS 토론회 때 나온 발언은, 섭섭하게 들으면 섭섭하게 들을 수 있지만 다르게 들으면 또 다르게 들을 수도 있는 발언”이라며 오 후보의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나 박경석 전장연 위원장은 “지금 이렇게 해석하고 저렇게 해석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이 문제는 정확히 장애인들에 대해 관심이 있냐, 없냐의 문제지, 그냥 좋은 게 좋은 것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박 위원장은 “항의서한에도 나와있듯이 오 후보의 전반적인 장애인 정책이 현실성이 있거나 실질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원 의원은 “내일 본격적으로 선대위 발족식을 치르고 난 후 장애인 파트를 담당하는 실무진과 정책협의를 나눠 꼭 장애인 전반에 대한 정책을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원 의원은, 장애인단체 대표들의 공식사과 요구에 대해선 "그 부분은 제가 결정권이 없다"며 '유감의 뜻'을 전달하는 것으로 그쳤다.
김동현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8 11
    신석준

    이름이 틀렸네요..
    '박경서'가 아니라 '박경석'입니다. 반복해서 틀리는 보기에 영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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