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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1.08명으로 급락, '1명 붕괴' 초읽기

경제난 때문에 세계 최저 수준. 국가경쟁력 저하 심각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와 고령인구의 증가에 따라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1.0에 육박, 이 추세대로라면 합계출산율이 조만간 0점대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출산장려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출생아수가 전년에 비해 7.9%나 감소하고 합계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작년 출산율, 정부 출산장려에도 불구 전년보다 0.08명 하락

통계청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의 출산 신고자료를 기초로 추정해 8일 발표한 ‘2005년 출생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1명이 15∼49세의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인 합계출산율은 약 1.08명으로 전년의 1.16명에 비해 0.08명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지난 70년 4.53명 ▲80년 2.83명 ▲2000년 1.47명으로 줄었고 이후 ▲2002년 1.17명 ▲2004년 1.16명으로 매년 급락하고 있다.

이 합계출산율은 유엔인구기금 기준 지난해 전세계 평균인 2.6명과 선진국 평균인 1.57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같은 출산율 수준은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홍콩(0.95명)의 출산율에 근접한 것으로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조만간 홍콩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국가경쟁력의 심각한 저하가 우려된다.

다른 주요국가들의 경우 합계출산율이 일본 1.29명, 미국 2.04명, 영국 1.74명, 프랑스 1.90명, 독일 1.37명, 체코 1.23명이며, 200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출산율은 1.6명이었다.

한국은 인구 재생산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의 합계출산율인 2.1명을 지난 1983년(2.08명) 뚫고 내려왔으며 그 이후에도 급감을 거듭해 이제는 부부 1쌍이 아이 1명 밖에 갖지 않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미국은 2004년 2.05명을 기록하는 등 2000년대 들어서도 인구 재생산을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유지하고 있고, 과거 유럽의 저출산국가로 유명하던 프랑스는 1.90명, 영국은 1.74명 등을 기록했다.

한 백화점이 둘째.셋째.넷째 출산 대상 고객들에게 침구세트를 할인해주는 '출산장려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아이를 낳기 힘들어하는 살인적 집값과 사교육비 등 근원을 제거하지 않는 한 저출산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출생아수도 전년 대비 7.9%나 하락. 사상 최저기록 경신

출산율이 급감하다 보니, 지난해 출생아수 역시 43만8천명으로 전년의 47만6천명보다 7.9%인 3만8천명이 줄어 사상 최저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작년 출생아수는 10년 전인 1995년 72만1천명에 비해서는 39.3%, 28만3천명이 줄어든 것이다.

인구 1천명당 출생아수를 말하는 조출생률 역시 9.0명으로 2004년 9.8명보다 0.8명 감소했고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출생률은 지난 70년 31.2명에서 ▲80년 22.7명, ▲90년 15.4명으로 급감한 이후 ▲2000년 13.4명, ▲2002년 10.3명을 기록한 이후 ▲2004년 9.8명으로 처음으로 10명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에 결혼연령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30대 산모의 비율은 50.3%로 사상 처음으로 20대 산모의 비율인 47.7%를 넘어섰다. 10년전인 1995년 25.1%에 불과했던 30대 산모의 비율은 2002년 41.4%로 40.0%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50.0%를 돌파했다. 반면 10년전 73.4%에 달했던 20대 산모의 비율은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한편 40대 이상 산모의 비율은 1.3%로 전년에 비해 0.1%포인트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출산기피 핵심 요인은 경제난

이같은 한국의 급속한 출산 기피는 주로 경제적 이유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수년간 거의 광적으로 진행된 부동산 투기의 결과로 초래된 빈부 양극화와, 가파른 사교육비 급증의 결과다. 정부가 출산비 일부 보조 등의 미봉책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예로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10~12월에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한국, 일본, 미국, 프랑스, 스웨덴 등 5개국의 20~49세 남녀(각국 1천여명 가량)를 상대로 출산과 육아 실태에 대해 실시한 의식조사 결과, '아이를 낳기 쉬운 나라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우리나라 응답자는 19%에 불과했다. 81%가 "한국은 아이를 낳기 어려운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이를 더 낳고 싶지 않은 이유'로는 한국의 68%가 '돈이 들기 때문'이라고 답해 경제난이 출산기피의 가장 큰 원인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출산 기피가 지속돼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 경우 국민연금 파산을 비롯한 재정적자 급증, 성장동력 상실 등 국가 붕괴적 상황으로 치달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등 한국 대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한 요인은 신제품을 수출하기 전 국내시장이 그 제품의 판매 성공여부를 미리 점쳐볼 수 있는 '테스팅 마켓'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저출산 추세가 지속화한다면 한국경제는 테스팅 마켓 등이 소멸되면서 밑둥채 붕괴될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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